<4대강 정비사업 숨은 노림수> 이재오 복귀 로드맵 초읽기

4대강 정비 예산을 놓고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야당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서는 “야당의 주장은 왜곡됐다”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시점에 여권 내에서는 ‘이재오 역할론’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은 이재오 전 의원 복귀 로드맵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사실상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4대강 정비 사업과 함께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의원 복귀설을 파헤쳐봤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숙업사업은 경제문제다. 대선 당시 ‘경제 대통령’이라는 플랜을 내걸었던 만큼 경제 살리기가 최대 과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로 내렸던 것이 단적인 예다.

복귀론에 입 연 이재오
‘슬슬 기지개 펴볼까’

경제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다. 사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해 이재오 전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 구간을 답사하는 등 다각도로 뛰어왔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면 7·4·7 공약도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 때문에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 벽에 막혀 대운하 사업이 중단되는 쓰라린 맛을 봐야 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변형된 형태의 한반도 대운하가 추진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4대강 정비 예산 문제다. 국가 하천 정비사업의 내년도 예산 규모는 1조6788억원으로 지난해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을 위한 일환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4대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논란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을 복귀시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맞물린 시점에서 국내 복귀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 전 의원이 국내 복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뉴욕 강연회에서 “지금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비자가 내년 5월에 끝난다”며 “비자가 끝나기 전에라도 스스로 판단해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 달리 말하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단체인 부국환경포럼도 지난 10일 창립했다. 박승환 전 의원, 진수희, 차명진, 안홍준, 강승규 의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친이계 소속의원으로서 이 전 의원과는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승환 전 의원은 “4대강이 잘돼서 친환경 입증되면 대운하 사업도 탄력 받을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이 귀국한다면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때가 되면 의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포항 소식에 밝은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지역 도로건설 예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포항 지역 민심은 좋지 않다”며 “SOC 사업 등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OC 사업과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이 대두되는 시기가 맞물림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고,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 전 의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얘기는 이미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고 있고, 말만 하지 않을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4대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뿐 아니라 이 전 의원이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조기 귀국 의사를 내친 것은 이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입각설·재보궐 출마설 등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전 의원의 복귀론은 친이재오계 인사들로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로 인해 이 전 의원의 복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잠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다. 대신 박근혜 역할론을 띄우며 이 전 의원 역할론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친박계에서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을 경우 이재오 역할론을 꺼내겠다는 것.


이재오 역할론 ‘모락모락’
박근혜 없이 친정체제 강화

이를 입증하듯 친박계 한 관계자는 “친이계 인사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한 그 이면에는 박 전 대표를 흔들기 위한 속셈이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 카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이 전 의원을 복귀시키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전 의원 복귀론이 구체화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레임덕 현상’이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의 정설로 굳어지면서부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전 의원처럼 강성이미지를 지닌 인사가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게 친이재오계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 위기론을 타파하는 데 중요한 관건 중 하나는 국내 정치환경. 국내 정치 사정이 어지럽게 돌아가서는 경제 위기론을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가 안정되어야만 경제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인물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 대안으로 여권 내부에서는 이 전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이재오 역할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또 정치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여권 개편 여부다. 특히 이 전 의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 3~4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반응이다. 청와대에서는 “연말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 개각 검토 등에 대해 여러 추측성 보도가 있으나 현재로선 검토되거나 논의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맞춰 2월·4월 개각설이 거론되고 있고, 이 대통령이 여권 개편을 위해 개각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지금 여러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며 “정부기구를 어떻게 개혁하고 선진화시킬 것이냐, 그래서 필요하다면 인적쇄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복귀와 여권 개편, 인적 쇄신 등이 교묘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듭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 전 의원에게 우호적인 그룹들이 전진 배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협화음 등 핵뇌관 여전
이재오 “화합 제스처 취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상득 의원과의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간의 충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도 이 전 의원 복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합의 제스처는 취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 대통령이 주문하고 있는 화합과 일맥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복귀 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여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위해 4대강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 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복귀가 절실하다. 따라서 4대강 정비 사업과 이 전 의원이 복귀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 이상 복귀 로드맵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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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