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 예산을 놓고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야당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서는 “야당의 주장은 왜곡됐다”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시점에 여권 내에서는 ‘이재오 역할론’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은 이재오 전 의원 복귀 로드맵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사실상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4대강 정비 사업과 함께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의원 복귀설을 파헤쳐봤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숙업사업은 경제문제다. 대선 당시 ‘경제 대통령’이라는 플랜을 내걸었던 만큼 경제 살리기가 최대 과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로 내렸던 것이 단적인 예다.
복귀론에 입 연 이재오
‘슬슬 기지개 펴볼까’
경제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다. 사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해 이재오 전 의원이 한반도 대운하 구간을 답사하는 등 다각도로 뛰어왔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면 7·4·7 공약도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 때문에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 벽에 막혀 대운하 사업이 중단되는 쓰라린 맛을 봐야 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변형된 형태의 한반도 대운하가 추진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4대강 정비 예산 문제다. 국가 하천 정비사업의 내년도 예산 규모는 1조6788억원으로 지난해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을 위한 일환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4대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논란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을 복귀시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맞물린 시점에서 국내 복귀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 전 의원이 국내 복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뉴욕 강연회에서 “지금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비자가 내년 5월에 끝난다”며 “비자가 끝나기 전에라도 스스로 판단해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 달리 말하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단체인 부국환경포럼도 지난 10일 창립했다. 박승환 전 의원, 진수희, 차명진, 안홍준, 강승규 의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친이계 소속의원으로서 이 전 의원과는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승환 전 의원은 “4대강이 잘돼서 친환경 입증되면 대운하 사업도 탄력 받을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이 귀국한다면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때가 되면 의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포항 소식에 밝은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지역 도로건설 예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포항 지역 민심은 좋지 않다”며 “SOC 사업 등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OC 사업과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이 대두되는 시기가 맞물림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고,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 전 의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러한 얘기는 이미 수면 아래서 꿈틀거리고 있고, 말만 하지 않을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4대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뿐 아니라 이 전 의원이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조기 귀국 의사를 내친 것은 이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입각설·재보궐 출마설 등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전 의원의 복귀론은 친이재오계 인사들로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로 인해 이 전 의원의 복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잠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다. 대신 박근혜 역할론을 띄우며 이 전 의원 역할론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친박계에서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을 경우 이재오 역할론을 꺼내겠다는 것.
이재오 역할론 ‘모락모락’
박근혜 없이 친정체제 강화
이를 입증하듯 친박계 한 관계자는 “친이계 인사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한 그 이면에는 박 전 대표를 흔들기 위한 속셈이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 카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이 전 의원을 복귀시키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전 의원 복귀론이 구체화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레임덕 현상’이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의 정설로 굳어지면서부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전 의원처럼 강성이미지를 지닌 인사가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게 친이재오계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 위기론을 타파하는 데 중요한 관건 중 하나는 국내 정치환경. 국내 정치 사정이 어지럽게 돌아가서는 경제 위기론을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가 안정되어야만 경제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인물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 대안으로 여권 내부에서는 이 전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이재오 역할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또 정치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여권 개편 여부다. 특히 이 전 의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 3~4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반응이다. 청와대에서는 “연말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 개각 검토 등에 대해 여러 추측성 보도가 있으나 현재로선 검토되거나 논의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맞춰 2월·4월 개각설이 거론되고 있고, 이 대통령이 여권 개편을 위해 개각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지금 여러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며 “정부기구를 어떻게 개혁하고 선진화시킬 것이냐, 그래서 필요하다면 인적쇄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복귀와 여권 개편, 인적 쇄신 등이 교묘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듭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 전 의원에게 우호적인 그룹들이 전진 배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협화음 등 핵뇌관 여전
이재오 “화합 제스처 취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상득 의원과의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간의 충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도 이 전 의원 복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합의 제스처는 취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 대통령이 주문하고 있는 화합과 일맥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복귀 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여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위해 4대강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 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복귀가 절실하다. 따라서 4대강 정비 사업과 이 전 의원이 복귀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 이상 복귀 로드맵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