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빅이슈]‘SK 압박’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 무리수&노림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0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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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에…무작정 떼쓰고 겁주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의 학원사업 진출과 관련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문 회장은 왜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노림수도 짚어봤다.

SK그룹과 비타에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론 대기업과 학원업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SK-비타에듀’ 전쟁이다. 비타에듀는 “SK의 학원사업 철수”를, SK는 “이미 철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온라인교육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했다. 당시 KT, 웅진, 대상 등도 속속 학원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해 대기업들의 학원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진입’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학원사업 철수”
“이미 철수했다”

SK컴즈는 학원사업 진출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9년 10월 이투스를 입시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엔 사업 정관에서 교육사업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만 청솔학원이 매각대금을 전환사채로 대신해 현재 15%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지만, SK컴즈는 이마저도 전량을 처분키로 하고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가 교육사업에서 완전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에듀의 ‘SK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SK가 소유한 이투스 지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스타강사들의 이적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양측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타에듀 강사들이 줄줄이 이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비타에듀에 따르면 이투스는 2007년 비타에듀 강사 7명을 스카우트해갔다. 이어 ▲2010년 9월 매출 80%를 차지하는 강사 9명이 ▲2010년 11월 사장과 전무 등 핵심 임직원 14명이 ▲지난해 11월 강사 5명이 이투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라이벌’인 이투스에 인기 강사들을 대거 뺏긴 비타에듀는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배후로 지목한 SK를 표적으로 삼고 단체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타에듀 측은 SK 사옥과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원 등 각 기관에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을 보내는가 하면 신문 광고까지 냈다. 특히 최근엔 최 회장의 공판이 열리는 법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를 압박하기 위한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학원사업 철수 선언에도 집회 멈추지 않아 빈축
최태원 회장 출석 법원서 불법시위…법정서도 큰소리

문 회장 측은 먼저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태원 회장 구속 촉구 운동 전개’란 제목의 문건엔 ▲재판부와 검찰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탄원서 전달 ▲법원, 검찰청, SK본사,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집회 ▲최 회장 구명 운동했던 전경련 등 항의 방문 및 집회 ▲서울시 주요 지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현수막 게시 ▲구속 촉구 일간지 광고 ▲국회와 주요 정당에 제보 ▲나꼼수,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시사미디어에 제보 ▲트위터 등 SNS 활용해 SK 부도덕성과 이중성 규탄 등의 엄포성 행동 계획이 담겼다.

문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SK에 전달했지만, SK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종의 으름장이 먹히지 않자 문 회장 측은 최 회장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구, 청사 구내와 복도 등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을 즉각 구속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했다.

최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1차례씩 법정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법원은 시위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지난달 2일 첫 공판부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랬다. 최 회장의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극성이다. 심지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최 회장을 향해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 법원 직원들과 법정 경비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재판장 입구에선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문 회장 측 인사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다.

재판부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문 회장 측 의견을 무시했다. 문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될 때쯤 “SK 피해업체에서 나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개된 재판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발언 요청이 잇따르자 재판장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진술할 수 없다”고 잘랐다.


참다못한 SK 측은 문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SK컴즈가 법원 등에서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문 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컴즈는 소장에서 “문 회장 등의 시위는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액션 플랜’ 마련
집시법 위반 피소

SK 관계자는 고발 배경에 대해 “문 회장 측의 무력시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이미 SK컴즈가 교육사업을 접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항의해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 등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 회장이 SK에 요구하는 것은 뭘까. 이에 대해 비타에듀 측은 ‘원상복구’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비타에듀 한 임원은 “SK의 이투스가 비타에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임직원과 강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변명하거나 발뺌하려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며 “학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빼간 인원을 원상회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측은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투다. SK 관계자는 “문 회장이 법원 등에서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SK를 압박해 금전상의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SK가 학원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날이 다가오자 무리한 요구와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 임원들과 문 회장이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할 테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던지 이투스 지분(약 15%)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또 강의콘텐츠 공유 요구도 있었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묵살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SK 사안과 관련해 자신이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연합)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은 시위 때마다 직능연합 명의를 내세운다. 집회에 직능연합 관계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에 SK를 규탄하는 광고를 실을 때도 하단에 직능연합의 단체명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에 보내는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에도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능연합 측의 입장은 다르다. 문 회장이 개인적인 일에 임의적으로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능연합 회장단 한 인사는 “지난해 학원연합회장에서 물러난 문 회장은 직능연합 총회장직이 자동 상실됐지만, SK와의 분쟁에서 직함이 필요해 이사회에서 마지막으로 1년만 더하겠다고 부탁했다”며 “문 회장은 직능연합 내부적으로 단 한 번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직능연합 총회장 자격이 자동 상실됐지만, 9개월째 그대로 역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45호 참조> 문 회장이 ‘완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단체 명의 독단적 사용” 직능연합과 대립각 세워
“돌발행동 위험수위…도가 지나치다”

또 다른 집행부 간부는 “SK를 규탄하는 광고와 탄원서 등도 직능연합의 이름으로 나갔지만, 사실상 문 회장의 개인 의견에 가깝다”며 “법원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직능연합 소속 인사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도 문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 직능연합에 이를 질의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직능연합은 회장단이 연대 서명을 한 공문을 통해 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 규탄 시위와 직능연합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직능연합은 SK에 제출한 질의 회신서에서 “SK와 최 회장을 언급하며 비방하거나 시위 등을 한 행위 일체는 문 회장 개인의 독자적이고 단독적인 행위였을 뿐 직능연합은 이를 묵인 또는 용인했거나 협의한 사실조차 일절 없다”며 “문 회장이 단체의 직함과 명칭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능연합 공동 대표단 및 수석회장단에서 분명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과 SK 간 신경전이 크게 이슈화되자 학원업계에선 다소 의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문 회장을 중소기업인, 영세 학원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에듀는 ‘학원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그만큼 대형학원이란 뜻이다. 비타에듀(고려이앤씨)는 201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억원, 29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50억원에 이른다. 비타에듀는 명문학원인 고려학원과 한샘학원, 제일학원을 하나로 통합시킨 브랜드다. 현재 온라인과 5개 대형 재수 및 단과학원, 3200여개에 달하는 초·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능연합 무관 확인
수백억 자산가가 왜?

문 회장도 ‘학원 재벌’로 꼽힌다. 그는 비타에듀 외에도 고려e스쿨, 고려출판,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고려직업전문학교, 케이씨중국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학원사업가다. 또 중국 베이징 소재 중화고려대학과 건설사인 고려건설 등도 경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인 재산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에듀 임원은 문 회장이 SK와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땅, 건물, 집 등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에서 단과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비타에듀, 메가스터디, 비상에듀 등 대형학원들을 제외하면 연매출 2억원 미만 학원이 대다수”라며 “영세학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3.5%)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문 회장)이란 사람은 자신의 손해만 보상받기 위해 SK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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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