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3>복합상가 뉴 트렌드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3.28 09:03:54
  • 댓글 0개

전국은 ‘몰링 열풍’…몰링족을 잡아라!

전국에 ‘몰링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심 초대형 쇼핑몰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몰링(Malling)’이 대세다. 쇼핑과 외식, 공연, 영화관람, 게임 등 종합엔터테인먼트를 몰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트렌드다. 서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몰링족이 최근 지방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쇼핑몰서 하루 종일 보내는 ‘원스톱 라이프’대세
청주, 대구, 김해 등 지방에도 속속 등장해 주목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허창(43)씨 부부는 이른바 ‘몰링족’이다. 휴일이면 여가를 인근의 대형 복합쇼핑몰(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주로 보낸다. 이들이 특히 즐겨 가는 곳은 이 쇼핑몰내에 이벤트 광장이다. 부부는 여기서 한 시간 가량을 보낸 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그런 다음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을 마친 뒤에는 식당가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쇼핑, 문화, 외식 등
한곳서 한꺼번에 해결

허씨 부부가 이 쇼핑몰 안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 허씨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웬만한 여가생활이 가능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허씨 부부처럼 한 건물 안에서 쇼핑과 오락·문화·외식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몰링’형 상가가 대거 등장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몰링 상가의 효시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다. 2000년 문을 연 이 몰링형 상가는 대한민국 쇼핑몰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면적은 약 11만9000㎡로 총 임대 점포 26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 쇼핑몰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쇼핑몰 중심에서 벗어나 영화관·수족관 등 즐길거리를 많이 늘린 게 특징이다. 코엑스몰과 연결된 전시장(코엑스)에서는 거의 일년내내 각종 전시회나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이 때문에 코엑스몰은 쇼핑과 여가·문화를 함께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늘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주중 10만명, 주말 20만명으로 동대문 테마 쇼핑몰 평균을 웃돈다. 사시사철 방문객으로 북적이면서 코엑스몰의 매출액도 천문학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연 매출액은 6000억∼1조원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2004년 10월 개장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매장이다. 특히 전자상가 및 KTX 기차역, 이마트, 용산 CGV 등 다양한 매장이 밀집해있다.

2009년 9월 오픈한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CGV, 이마트, 교보문고 등 각종 생활문화시설과 함께 메리어트 호텔까지 들어서면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 일산 레이킨스몰, 라페스타, 문정동 가든파이브 등이 있다.

몰링 상가는 전국 각지에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과거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가 상권을 제패했다면 지금은 각각 전문 매장들이 한군데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가 업계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에만 코엑스몰과 같은 몰링 상가를 표방하는 곳이 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몰링 상가는 뛰어난 집객력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공급과잉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일반 쇼핑몰의 빈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워가고 있다. 다음은 몰링이 가져온 변화들이다.

▲소비자들의 동선 재설계 =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장소를 옮겨 다니곤 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선 영화관으로 향했고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먹었다. 친구들이라도 만나려면 종로나 신촌 등지로 향했고, 전자제품을 구매하려면 용산으로, 옷을 구매하려면 문정동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정보기기의 발달로 대부분의 일들은 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없다면 굳이 발걸음을 옮기지 않게 됐다. 인터넷 쇼핑은 편하게 앉아서 무한한 아이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요소가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기도 했다. 몰링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묶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재한 쇼핑몰로써,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쇼핑 = 대부분의 종합 쇼핑몰들은 거대한 건물에 입점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건물에만 들어간다면 날씨에 대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 밖에 폭설이 내리든 비가 오든 쇼핑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역시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접근의 용이성도 상당히 높다.

▲쇼핑 그 이상의 행위 = 몰링이라 하면 단순히 쇼핑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이 되고 있다. 사진을 찍으며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보는 것은 오늘날의 일반적인 데이트 모습이다. 이러한 것이 한 건물에서 가능하다니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또한 가족들에게도 단순히 옷을 사러 가거나, 외식하러 가는 곳이 아닌 다양한 체험 요소들을 갖춘 복합 문화장소로 변모했다.

백화점은 퇴화 중
당분간 상승세 전망

 
몰링형 상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용카드 정착, 주5일 근무제 정착 등이 그 이유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 2만달러, 자동차보급률 60%를 넘기면서 몰링 상가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덩치만 크고 공급량이 넘쳤던 기존 쇼핑몰은 서서히 시장에서 퇴화 중이고 이 빈자리를 집객력이 뛰어난 몰링상가가 채워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가 시장의 트렌드로 몰링이 떠오르고 있다. 용산아이파크몰, 타임스퀘어, 디큐브시티 등이 오픈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어 서울, 판교·광교 신도시, 하남, 청주, 대구, 김해 등지에서 복합단지가 속속 선을 보일 예정이다.

몰링형 복합상가는 쇼핑은 기본으로 외식, 오락 등 여가생활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복합상가를 말한다. 이러한 몰링형 상가가 새삼 부각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나타난 것으로, 상가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함께 최근에 와서는 외식과 쇼핑 수준에 머물던 것이 의료·건강과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결합되면서 단순한 쇼핑과 외식의 2차원적 구조에서 탈피해 문화와 의료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몰링형 복합상가는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상가와 중앙선 망우역 복합역사 앞에 있는 대형쇼핑몰 ‘현대엠코 이노시티’가 있다.

판교·광교 신도시 등 2기 신도시에도 복합단지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신도시마다 베드타운을 탈피하고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과거 중심상업지구 위주의 편의시설 개발에서 탈피해 금융, 디자인, 미디어, 교육 등을 테마로 한 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내놓고 있다.

효시는 ‘삼성동 코엑스몰’
수도권만 20여 개에 달해

2기 신도시에 대표적인 복합단지로는 판교역 ‘알파돔시티’가 있다. 총 사업비 5조원 규모의 알파돔시티는 사업자 선정 4년 만에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행정공제회 등 주요 출자사와 현대백화점이 오피스와 상업용지 등 자산을 선매입, 토지대금 마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알파돔시티는 부지 14만2150㎡에 총 사업비 5조4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주상복합아파트 23만1000㎡, 상업시설 52만8000㎡, 업무시설 46만2000㎡, 호텔 6만6000㎡ 등으로 구성된다.

 

청주 ‘두산위브지웰시티’복합단지 상업시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4월 분양 예정으로 단지와 접해있는 1차 단지의 상가에는 이미 은행, 병원, 레스토랑 등 다양한 근린생활시설은 물론 휘트니스, 에듀센터 등 대형 상권이 형성돼 있다. 향후 2차 상가에는 대형 멀티플렉스 등이 입점할 예정으로 원스톱라이프가 가능해진다.


한 상가 전문가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 사업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편, 자족기능을 강화해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해당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부동산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몰링형 상가의 분양이 이어지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투자자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상업시설을 상호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라고 말했다.

도시에 생기 불어
랜드마크로 우뚝

현재 분양(예정) 중인 몰링형 복합상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랑구 상봉동 ‘현대엠코 이노시티’ = 현대엠코는 서울 상봉재정비촉진지구 중앙선 망우역 복합역사 앞에서 대형쇼핑몰 ‘현대엠코 이노시티’쇼핑몰을 분양 중이다. 상가는 전체 지하 7층∼지상 48층 주상복합 건물의 지하 2층∼지상 11층에 조성된다. 서울의 단지 내 상가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 GS건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상가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총 247개의 점포로 구성된다. 테마쇼핑몰로 지하철 2·6호선 더블 환승구간인 합정역이 건물과 직통으로 연결돼 유동인구의 집결력이 높고, 추후에도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예상된다.

▲고양시 일산 서구 ‘원마운트’ = 한라건설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단지 내 놀이·쇼핑시설인 ‘원마운트’를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약 4만8000㎡ 연면적 15만2393㎡에 이르는 랜드마크 시설. 워터파크와 스노파크, 쇼핑몰로 구성된다. 원마운트 쇼핑몰은 명동 이상의 스트리트 패션몰로 조성되고 있다. H&M, ZARA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가 입점 계약을 완료했고 2013년 3월 개장 예정이다.

▲경기 광교 ‘월드스퀘어’ = 대우건설은 경기 광교신도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트’단지 내에서 가로형 길거리상가인 ‘월드스퀘어’를 조성·공급하고 있다. 경기도청, 광교테크노밸리 등 비즈니스 단지와 경기대, 아주대도 인근에 있다.


▲대구 동구 ‘아울렛80’ = 대구 동구 봉무동 ‘아울렛80’은 대구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 중심에 있는 이시아폴리스 단지 중심에 있다. 바로 옆 롯데몰과 함께 패션상권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이시아폴리스 내에 패션특구 클러스터, 산업시설, 연구원, 교육기관 등이 있어 아울렛80이 오픈되면 문화, 교육, 휴식, 레저가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형 엔터테인먼트 문화공간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