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솔솔 부는 심상찮은 ‘북풍’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2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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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미풍’일까? 쓰나미급 ‘태풍’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북풍(北風)’이 불어 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풍은 형태만 다를 뿐 거의 모든 선거에 등장하곤 했던 ‘단골손님’이었다. 북풍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거를 좌지우지할 만한 큰 변수였지만, 그 위력은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로는 ‘미풍’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북풍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예전처럼 태풍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판세를 유리하게 돌릴만한 위력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떠오르는 ‘북풍’의 실체를 살펴봤다.

북한, 총선 앞두고 ‘광명성3호’ 발사 예고, 파장 들끓어
임태희, 선거 앞두고 한 달 사이 두 번 북한 인사와 접촉? 

북한이 다음 달 중순 광명성3호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도 안보 변수, 이른바 ‘북풍’이 몰아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이 남한의 주요 정치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영향력 행사를 꾀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예고된 발사시점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4·11 총선을 20 여일 앞두고 나온 북한의 발사 계획은 총선 정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 체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이번 총선 정국엔 북한 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로 북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혹 더하는
임태희의 중국행

여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차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대북 비밀접촉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임 전 실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내 동선을 공개했다. 이에 일부 외교소식통은 “임 전 실장이 일행 1명과 함께 북한대사관 참사관 2명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고, 그와 동행한 인물은 북한전문가 겸 사업가인 유모씨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배구연맹 회장으로서 알고 있던 웨이지중 국제배구연맹 회장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해준 데 감사를 표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곳 역시 베이징 외교1블록이고 근처에 북한대사관이 있어 불거진 의혹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방중에 대한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을 또 다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지난 12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선을 공개했던 지난달 방문과 달리 일정을 알리지 않았고, 임 실장도 “일요일에 북경 갔다 월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중국 배구관계자들을 만난 것뿐인데, 일부 언론들이 많이 앞서가네요”라며 의혹을 일축하기만 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임 전 실장의 연이은 베이징 방문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의 적극 해명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그가 노동부장관 시절이던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해 정상회담 추진 문제를 논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별도의 대북라인이 있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당초 임 전 실장이 웨이지중 회장 취임을 축하하러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취임이 2008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달자가 잘못 들었다”면서 방문목적에 대한 설명을 바꿨던 적이 있다.

런 의혹과 더불어 정권 말기 숱한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강정마을에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 군, 보수언론, 그리고 극우 기독교 세력은 제주 기지 건설 논란을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안보문제로 몰아가고 있고 반대세력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매국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군은 지난 2월 말에 연평도 해상에서 대규모의 해상사격훈련을 감행했다. 위험한 군사도발은 없었지만 남북한 양국 정부는 매우 자극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기도 했다.

광명성3호 발사
영향력 얼마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북한은 지난 16일,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 축하 기간인 4월 12~16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미사일 발사가 총선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단계 추진체가 변산반도 등 우리 영해나 영토에 떨어질 경우, 대선정국까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7일 “북한은 광명성3호 발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둔 한국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세력에게 타격을 주고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살려주는 행위”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기관리 부재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모든 책임이 MB정부에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몰고 가려는 게 북한의 계산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당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대북 관계개선과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 모두 이렇다 할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풍 변수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과거 북풍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보수에 유리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달라, ‘역북풍’ 부나?
위력 반감 됐지만 보수세력 결집, 판세 움직일 위력 여전해

북풍은 5년 단임제로 치러진 첫 번째 대선이었던 1987년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 총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그해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상공에서 폭발했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그리고 보름 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3김’을 물리치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8월 1일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년 12월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북풍이 선거에 이용됐음을 밝혔다.

군사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심한 상태에서 북풍이 선거판을 뒤집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199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김대중 후보의 측근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김영삼 후보는 접전 끝에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먼저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1996년, 총선을 일주일 앞둔 4월4일에는 느닷없이 북한이 종전 후 40년 이상 유지돼온 비무장지대(DMZ)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북한군 100여명이 나타나 금세라도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평시 워치콘3에서 도발징후단계인 워치콘2로 급히 격상했다.

북한 중무장 병력의 공동경비구역 출현은 6, 7일에도 이어졌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긴장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졌다.

결과는 139석을 얻은 신한국당의 승리였고, 국민회의는 76석, 자민련은 50석, 민주당은 15석에 그쳤다.

2002년 대선 때는 ‘2차 북핵 위기’가 터졌지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26 재보선 직전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종북(從北)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던 과거 북풍과 달리 ‘신(新)북풍’은 되레 역풍을 맞은 적도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발표했으나, 115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반면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 진 것이다.

2007년 10월3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으나, 두 달여 뒤에 치러진 대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안보이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야권이 광역단체장 9곳 등 자치단체를 장악하며 참패했다.

‘북풍’ 하면 으레 보수 세력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북풍’은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효과를 가져와 선거정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풍’ ‘역북풍’
어떤 바람 부나

이처럼 이젠 북풍이 거꾸로 보수정권의 안보실패라는 정반대의 정치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의 북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제주해군기지·이어도·탈북자 문제를 북풍 3종 세트로, 광명성3호 발사를 현 정부의 안보불안을 건드리는 역북풍으로 구분하는 추세가 크다.

결국 지금의 북풍은 정파의 유불리에 따른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은 20년 만의 총선과 대선의 해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북풍’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보가 정치적 유불리에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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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다음은 통상 국회의장으로 분류된다.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거물급 잠룡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 민주당에 국회의장까지 ‘찐명’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차기 국회의장(이하 의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파전으로 예고됐던 선거가 지난 주말 사이 우원식·추미애 당선인의 양자구도로 정리되는 등 물밑 경쟁도 치열한 양상이다. 그동안 의장직은 다수당의 5선 이상인 중진급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원내 정당의 의견을 교섭하고 조율하는 역할인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는 국회의장에게 주어지는 ‘직권상정’이라는 특권 때문이다.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가운데서… 외로운 싸움 현재 국회를 이끄는 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며 차기 의장은 오는 16일 선출된다. 김 의장은 국민의정부서 중용돼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수원서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우직한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선수가 높았던 탓에 21대 전반기 국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6선이었던 박병석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의장은 이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21대 후반기에 의사봉을 쥔 후로 지금까지 국회를 이끌고 있다. 당선 당시 김 의장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할 때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이 당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김 의장이 무조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임기 막바지엔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법안 상정 시 여야 합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본회의에 (법안을)올릴 때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21대 후반기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온갖 특검법이 쏟아지면서 강대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평소 온화하기로 소문난 김 의장조차 본회의 진행 중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4·10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난 시대가 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힘을 받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서 김 의장의 고초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김 의장은 멕시코·인도네시아·대한민국·튀르키예·호주 의회로 구성된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야당 내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출장길을 막겠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는 여야 21대 국회 끝도 진흙탕 싸움 본회의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의장실서 나온 김 의장 옆으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의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붙자 김 의장은 “알아들었다” “본회의장서 한다니까”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 상병 특검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하면서 김 의장을 향한 공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김 의장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김 의장은 언제나 여야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21대 국회가 이견 조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차기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탈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쏴 올린 인사는 경기 하남갑에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해 출마를 암시했다. 추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를 차기 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후보 역시 앞다퉈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5선인 민주당 우원식 당선인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 의장이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우 당선인은 자신을 이 대표의 ‘사회개혁 가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윤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말로만이 아닌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윤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제대로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선 민주당 조정식 당선인도 같은 날 출마를 선언했다. 조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예결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검증 받았다”며 “특히 지난 1년 8개월 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확 바뀐 패러다임 조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를 ‘민생회복과 윤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고 개혁국회의 성과를 낼 국회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만들어 민생을 되살리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첫 번째 민생 입법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의 민주당 정성호 당선인도 같은 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빛나게 하는 ‘뒷바라지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5선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당의 좋은 국회의장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의장 선거는 주말 사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2일, 조 당선인과 정 당선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추 당선인과 우 당선인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조 의원은 이날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당선인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당선인과 달리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부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추 당선인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고 연장자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례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인의 선명성을 높이 샀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에는 김 의장의 과도한 중립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풀어지는 중립 기어 추 당선인은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진표 학습 효과’라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김 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오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대다수의 민주당 당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2대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기류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의장이 아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한 당 대표를 뽑는 것 같다”는 여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된 가운데 의장까지 친명 체제로 꾸려진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서 야당이 강경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을 21대 국회서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폐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간호법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 시에는 이들 법안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발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여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인 거부권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쪽으로 기운 의장은 꼭두각시” 우려에도 ‘찐명’ 내세운 이유?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입법 폭주’라며 “타협과 절충으로 이뤄낸 협치의 싹이 또다시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 대표의 눈에 들어보겠다며 위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단일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건 여권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N과의 인터뷰서 중립의무를 비판한 후보를 겨냥한 듯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나 국민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싹쓸이 한다면… 정치권에서는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행력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민심’은 다르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당과 협치보다는 총선서 승리를 이끈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의장직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22대 국회 고삐를 꽉 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은 민심을 빠르게 좇지 못한 김 의장이 비판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민주당이)국회를 쥐더라도 민심을 잘 파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도 친명전 차기 국회부의장(이하 부의장)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도 막을 올렸다. 야당 몫의 부의장 후보로 4선의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해당 선거 역시 최소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들은 이번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회의장(이하 의장)과 합을 맞춰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의장은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이들 중 대다수가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