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트랜스젠더를 아시나요?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29 08: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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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고 싶은 반쪽 여자,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일요시사 = 한종해 기자]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궁이식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리수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하리수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클럽에서 '네오젠더쇼' 콘서트를 열고 트랜스젠더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항상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준다" "아름답다"는 등 호평을 늘어놨다. 트랜스젠더가 우리 사회의 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비난부터 하는 사람들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이 대다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인 차별도 받고 있다. <일요시사>가 트랜스젠더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기자는 먼저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위해 성적소수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한 사이트를 찾았다. 지난달 게이문화 탐방을 위해 가입해 놓은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고 이번에는 트랜스젠더 게시판을 클릭했다. 게시판에는 호르몬제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과 만남을 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만남을 원하는 글 대부분에는 그들의, 아니 그녀들의 얼굴과 몸매 사진이 함께 게시되어 있었으며, 휴대폰 번호도 서슴없이 공개하고 있었다.

남자가 되고픈 여자
여자가 되고픈 남자

그런데 게시판에는 기자가 알 수 없는 생소한 단어들도 가득했다. '대전 씨디, 쉬멜 찾아요' '전 바이이고 여친있어요. 쉬멜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등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가 수두룩했다. 이에 기자는 1:1대화 게시판을 통해 한 트랜스젠더에게 대화를 신청해보기로 했다.

대화를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창이 열렸다. 기자는 먼저 이성애자임을 밝히고 취재 중임을 알렸다. 그러자 이 트랜스젠더는 '알고 있다'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회원정보를 보면 접속지역과 나이 성별, 이성애자, 동성애자 유무를 알 수 있어요. 대화 수락을 한 이유는 일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알려진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장을 한 모든 남자' 혹은 '남자인데 여자로 수술을 한 남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달랐다.

트랜스젠더는 '남자 혹은 여자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체와 반대되는 성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자가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들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는 것.

이 여성은 이어 여러 가지 용어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서라도 여자(?)이고 싶어" 허락되지 않은 그들
"예쁘다는 말 가장 좋아해…남자 아닌 여자로 봐달라"

"CD는 Cross Dresser의 줄임말로 이성복장을 함으로 인해 만족감을 얻는 사람을 지칭해요. 비슷한 말로 TV가 있는데요. 이는 이성의 복장을 함으로 인해 성적인 만족감을 얻는 사람을 말해요. CD는 순수한 만족감, TV는 성적인 만족감이죠. 그리고 바이는 Bi-sexual의 줄임말이에요. 말 그대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지향성이 있는 사람을 말하죠. 쉽게 말하면 바이는 자신의 성 지향성을 발견하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기자는 쉬멜에 대해서도 물었다.

"쉬멜(shemale)은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칭하는 말이에요. 추가로 설명하자면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트랜스젠더에도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있을 수도 있어요."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 여성은 기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것. 기자는 그녀와 약속날짜와 시간, 장소를 잡고 대화창을 빠져나왔다. 용어도 알았고 인터뷰도 잡았으니 이제 현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기자는 소수민족들의 놀이터인 이태원을 찾기로 했다.

지난 19일 저녁 10시께 기자는 이태원 유흥문화에 통달한 지인과 함께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거리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 바가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바는 골목 곳곳에 한글로 '트랜스' 혹은 영어로 'trans'라고 적힌 간판과 함께 퍼져있었다. 바 입구에서는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트랜스젠더들이 버젓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태원 트랜스젠더 바 중 가장 잘 놀기로 유명한 A트랜스젠더 바를 찾았다. 30대 초반인 지인은 이곳을 들어가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트랜스젠더들이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 거예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심을 가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녀들은 '예쁘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해요."

알고 있었지만
어색한 분위기

기자는 지인이 건넨 말 중 '예쁘다'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기억한 채 A트랜스젠더 바의 문을 열었다. 기자는 순간 "일반 바를 찾아 들어온 게 아닐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간판에는 분명 '트랜스'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있었다.

들어가는 순간의 느낌은 일반 룸살롱과 다를 게 없었다. 무대 중앙에는 몇몇 트랜스젠더들이 춤과 무용 등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이른 시간인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자는 지인과 함께 일반적인 바와 같이 둥글고 긴 테이블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지인이 손을 들어 한 접대부를 불렀다. 접대부는 속이 훤히 비치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테이블로 다가와 주문을 받기 위해 쭈그려 앉았다. 벌어진 치마사이로 여성의 중요부위가 보였다. 

"오빠, 오랜만이네, 뭘 주문하시겠어요?"

조각해 놓은 것 같은 가슴과 긴 머리, 겉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지만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약간의 걸걸함은 남아있었다. 기자가 이 바에 입장하기 전 지인이 건넨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물론 이들이 성전환수술을 한 여자, 즉 남자였던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이 같은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자보다 예쁘다는 이유로
어린시절 당한 성폭행

어색해하는 기자를 알아챈 걸까? 테이블 옆의 그녀는 기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처음 오셨나보네. 그냥 편하게 놀다가요. 분위기가 좀 그러면 룸으로 옮길까요?"

손님들 중 이들과 좀 더 사적인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룸이 제공됐다. 기자도 지인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었다. 35만원짜리 양주 500ml 세트를 시켰고 접대부가 나가자 본격적으로 룸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룸 중앙에는 노래방기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타원형의 테이블 주변으로 푹신한 쇼파가 위치해 있었다. 일반 룸살롱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어느새 의상을 갈아입은 트랜스젠더들이 다가왔다. 자신을 '마담'이라고 소개한 은희(40)는 얼굴과 몸을 모두 성형한 완전한 여성이었다. 또 다른 여성은 아롱(28)이라고 했다. 아주 깡마른 몸매의 아롱 역시 전신성형으로 여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과 안주를 들고 들어온 여성은 아주 앳된 모습의 유미(23)였다. 그녀는 아직 수술을 다 마치지 못해 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팀이 오늘의 첫 룸 개시 손님이었다. 기자가 "트랜스젠더 바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 찾아왔다"고 말하자 마담 은희씨가 화제를 이끌었다.

"오늘 놀아보면 알거에요. 그쪽은 맨 정신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술부터 마셔요."

쉬멜, CD, 바이…뭔지 아세요? 트랜스젠더 24시
얼굴·몸매 모두 여자, 숨길 수 없는 걸걸한 목소리


부담감이 생기긴 했지만 곧 술잔이 오고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옆에 앉아 있던 트랜스젠더들이 한 명씩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노출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가슴은 거의 노출돼 유두가 보였고 등과 엉덩이 노출은 기본이었다.

자리가 술자리인 만큼 솔직한 대화도 주고받았다. 유미씨는 2년 전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고아라는 그녀는 연거푸 술을 들이키더니 어려서부터 매우 힘들게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갔다가 일본으로 입양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왔고 저도 제가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제 오빠가 저를 성폭행했고 '부모님께 알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그래서 집을 뛰쳐나왔고 부모님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와서 지금 돈을 벌고 있네요. 완전한 여성이 되면 부모님을 찾을 거예요."

하소연을 하며 눈물을 보이자 순간 술자리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기자는 축 처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래도 정말 여자보다 더 예쁘다"는 말을 건넸다. 말을 꺼낼 때는 어색했지만 그녀들이 예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롱씨가 밝은 얼굴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저희는 나은 편이에요. 워낙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많기 때문에 그나마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죠. 제가 아는 트랜스젠더들 중 일부는 성매매에 종사하기도 해요. 물론 생계는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수치심, 열등감에 매일 밤 몸서리치고 일반 성매매 여성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거의 동일한 기분을 느껴요."

기자는 슬쩍 "그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유사성매매 업소에도 있고 프리랜서식 성매매도 있어요. 인터넷 사이트 같은 데서 즉석만남을 하는 식이죠.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남산타워 인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남산타워에 있는 언니들은 나이가 들어서 일선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남산 근처에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소문이 나서 찾아와주는 남성들 덕에 먹고사는 거죠. 그마저도 없다면 그들은 더욱 힘들었을 거예요."

취재 내내 씁쓸
현실과의 괴리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단골손님인 듯 기자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은희씨가 달려 나가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 무렵. 슬슬 일어나야 했다.

르포 취재를 하면서 이번처럼 씁쓸했던 기분은 처음이었다. 성적 소수자들도 분명 하나의 인간인데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조차 가지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완화됐다곤 하지만 아직도 음지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보니 아직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졌다.


<미니인터뷰> 트랜스젠더 미미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기자는 전날 성적소수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질문내용을 정리하는 사이 기자의 휴대폰이 10초 가량 울리다가 끊어졌다. 수신 내역을 확인하는 동안 피곤해 보이는 한 남성이 아니, 여성이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짙은 화장을 했고 한껏 멋을 냈지만 남성의 모습을 숨길 수 없었다. 지난 19일 저녁 이태원 트랜스젠더 바에서 만났던 여성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가슴은 나와 있었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다리 근육은 굳이 말하자면 여자보다는 남자였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그녀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올해 30세의 김모씨였으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2로 시작됐다. 김씨는 자신을 미미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미미씨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많이 피곤해 보인다. 밤새 일 했나?

-새벽 5시까지 남산 소월길에서 일했다. 한때는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기 위해 무척 애쓴 적도 있지만 나 같은 얼굴은 받아주지 않았다. 내가 너무 여자답지 않게 생겼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통 여자보다 더 여자다워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못생긴 주제에 성전환수술을 했냐고 질타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전공해 관련 자격증만 7개지만 내가 일할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현재 어디에 살고 있나? 가족들은 없나?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산다. 운이 좋을 때는 손님이 여관방을 밤새 끊어주기도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성전환수술을 하고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가끔 어머니만 내가 있는 고시원을 찾는다.

▲자신이 여자라고 느껴졌을 때가 언제인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고 집에 얘기조차 할 수 없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1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수술 직후 호적도 여자로 바꾸고 개명 변경도 법적으로 다 마쳤다. 비로소 완전한 여자가 됐다. 

▲트랜스젠더가 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여자로 살 수 있다는 행복감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 여자로만 살 수 있다면 힘든 것은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무엇인가?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이다. 좋은 남자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다. 정말 좋은 남자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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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