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여성의 성적흥분을 유도한다는 최음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명 물뽕(물에 타 먹는 필로폰.GHB)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는 반면, 여성 최음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더구나 이들 최음제 판매 사이트에서는 최음제를 통해 성폭행을 할 수 있는 방법과 후기를 광고하면서 구매자들이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업용 약’이라 불리며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음제, 그 유통실태를 추적해봤다.
여성의 술잔에 살짝 넣으면 30분 후 자연스레 당신의 여성이 된다?
후각 흥분제, 수면제, 흥분크림 등 신종 최음제 인터넷서 은밀 거래
각종 부작용 발생 및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여성 최음제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쇼핑몰들은 ‘미국 정식수입’ 등의 문구를 넣고 FDA 마크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마치 정식으로 허가받은 제품인 듯 광고하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늘 밤 원하는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다’라고 최음제 사용법을 홍보하며 성폭행을 부추기는 사실도 취재결과 드러났다.
그녀를 나의 품에!
몽롱히 넘어오는 그녀
지난 22일 오후 일명 ‘여성 최음제’를 판매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1:1 상담이 가능했다. 대화창에 “최음제를 사려고 하는데 상담을 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입력하자 30초도 안 돼 판매자와 대화가 가능했다.
판매자는 두 가지 제품을 추천하면서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여성최음제는 성적욕구를 100% 증대시켜 사용 후 30분 뒤에 효과도 볼 수 있다”며 “여성분 얼굴이 빨개지면서 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켜 준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또 “음료나 맥주, 소주잔에 1/2~1/3병을 섞어서 음용하시면 된다”며 “3~6방울 정도 휴대용 병에 넣어 들고 다니다가 ‘작업’ 중인 여성의 술잔에 타서 먹이면 20~30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 자연스레 당신의 여성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최음제 외에도 후각 흥분제, 수면제, 흥분크림 등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15만원~30만원대. 보통 한 병 당 1회~3회 정도 사용을 감안할 때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판매자는 “주문서를 작성하면 문자로 계좌번호를 보내주는데 입금확인이 되면 바로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며 “직수입 제품이라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상대여성을 제압하고 싶은 남성들, 여성을 업어서라도 데리고 가길 원하는 분들은 꾸준히 믿고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에 전해 무해하며 면역력이나 중독성이 전혀 없는 천연제품이다. 미국 FDA 안전성 승인제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면서도 성분에 대해 묻자 “취급하고 판매만 하기 때문에 성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최음제 판매 B사이트도 마찬가지 였다. 판매자는 “10분 후부터 나른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20~30분 뒤부터 여성의 얼굴이 조금씩 후끈거리는데 그때부터 진한 이야기와 스킨십으로 그녀의 성욕을 이끌어 내면 된다”고 말했다.
최음제를 타면 술맛이 좀 변한다든지 음료맛이 변한다든지 그런 건 없냐고 묻자 “무색투명한 액체이기 때문에 음료수나 술에 넣어도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냄새도 없기 때문에 들킬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판매자는 이어 “최음제 사용 후 문제가 됐다는 구매자는 거의 없었으며 재주문도 꾸준하다. 배송한 후 구매자의 자료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라고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면서 “시중에 수많은 제품이 있지만 자사제품은 직접 테스트를 거친 뒤 효능이 검증된 제품만 판매하므로 자신 있게 권한다”고 말했다.
배송 시 제품의 라벨링은 바뀌어 구매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T사이트 판매자는 “제품은 1차적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항공우편으로 배송된 후 한국에서 일반택배로 재배송된다”며 “이 과정에서 제품의 라벨링이 최음제가 아닌 철분제 등으로 교환되어지거나 포장이 단순화되어 배송되기 때문에 회사주소로 배송 받아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트 강간약물?
자랑스러운 사용 후기
이처럼 마치 성폭행을 부추기는 것 같은 최음제 판매 사이트는 인터넷으로만 수십 군데가 검색됐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들 최음제를 이용,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에 성공했다는 사실상의 ‘약물이용 성폭행 성공기’가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음제를 판매하는 T사 홈페이지 제품 사용 후기란에 한 구매자는 “OO최음제를 여자친구, 유흥업소 종업원, 노래방 도우미, 나이트 부킹녀 등 총 4명의 여성에게 사용했다”며 “횟수가 적어 객관적이진 않지만 나름 최음제 없이 작업(?)했을 때와 비교 시 분명히 효과는 있다고 판단된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말 그대로 최음 효과이지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술의 효과를 빌려 여성에게 ‘술 때문이야’라는 하나의 변명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쉽게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솔직히 내 여자친구가 나이트나 클럽에 가서 최음제에 당할까봐 무지하게 걱정된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최음제를 판매하는 B사 홈페이지에는 “나이트클럽에서 2분의 1병을 맥주에 타서 먹였더니 성공했다. 여자가 좋았는지 다음 주에 또 만나자더라” “여자가 4명이었는데 화장실 갈 때마다 잔에 (약물을) 섞어 마시게 했더니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효과가 좋았다” “처음에는 효과가 별로라 해서 처음에 한 병을 저녁식사 후, 여성이 화장실 간 틈에 콜라에 몰래 타서 먹게 했다. 그리고 정확히 20분 후 모텔을 갔고, 관계 후 무릎이 까진 적은 처음이었다” “평상 시 관계에 소극적인 아내에게 먹였더니 변태 성행위를 요구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성적욕구 100% 증대” 허위광고 심각…성폭행 유도 등 범죄양산 우려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효과 검증된 것 없어…단속 및 대책 마련해야
최음제 구매를 부추기기 위해 성인동영상을 무료감상 할 수 있게 해 놓는다든지, 갤러리 안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 성행위 장면 등을 올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음제를 판매하는 P 인터넷 쇼핑몰 동영상 게시판에선 성인동영상 실시간 감상이 가능했고, B 인터넷 쇼핑몰 성인포토 게시판에선 수 십 장의 야한 사진들을 별다른 제제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최음제 판매 사이트가 불법이고 아무리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고 해도 웹페이지 차단 외에는 별다른 근절 대책이 없다. 해외사이트 주소를 도용해 추적이 어렵고, 적발한다 해도 성폭력을 암시하는 광고문구만으로 성 범죄 조장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최음제 성분인 ‘스패니쉬 플라이’를 미국 FDA의 공인을 받은 안전한 약물로 광고하고 있지만, FDA는 이 약물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패니쉬 플라이(Spanish Fly)의 원료는 곤충인 ‘물집청가리’이다. 4000여 년 전부터 프랑스 축산 농가에서는 이 곤충을 말려 분말로 만들어 가축의 교미 발정제로 널리 이용하여 왔다는 말이 전해져 오지만 주로 피부에 자극을 일으켜 사마귀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던 약품이다.
FDA도 스패니쉬 플라이의 주성분인 ‘cantharidian’을 다량 복용하면 혈변·혈뇨·배뇨통·상부위장관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급성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요했다. 그러나 판매자들은 스패니쉬 플라이는 100% 천연 허브 성분으로 만들어진 안전한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범람하는 최음제
별다른 근절대책은 없어…
상황이 이럼에도 잘못된 성 의식에 기대 비싼 값을 주고라도 최음제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성 개선제를 팔거나 사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최음제가 범죄에 이용되거나 부작용 등 우려를 낳고 있지만 그 최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들 스스로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할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 대부분의 최음제는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구토와 울렁거림은 물론이고 의식이 마비되기도 해서 성문화가 개방적인 외국에서도 강간약이라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최음제가 광범위하게 판매돼 상당수 여성이 무기력하게 성폭행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현황 파악과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각한 신장장애와 성폭행을 유발하는 최음제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약사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밀수업자·판매업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