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라이벌 인터뷰②>구로갑 3차전 이범래(새누리당) vs 이인영(민주통합당)

‘금배지’ 주거니 받거니… 이번엔 누구 손에?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19대 총선에 나설 ‘옥석’이 점차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도 정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낙점돼 출마 채비를 마친 선수들은 벌써부터 불꽃을 뿜어내며 그야말로 총선정국은 뜨겁다. 여기에 무려 세 번째 혈투가 예고되며 긴장지수가 높아진 지역구가 있다. 바로 ‘구로갑’이다. 수성의 깃발을 치켜든 이범래 새누리당 의원과 설욕을 다짐한 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링위에 올라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구로갑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지역구로 꼽힌다. 실제로 17대 총선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18대 총선에서는 이 의원이 각각 당선되며 금배지를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현역의원으로 튼튼해진 지역기반과 의정활동 성과를 내세우며 지역구 수성에 나선 이 의원과 민주통합당에서 두 차례나 최고위원으로 뽑히며 지역구 탈환에 고군분투 중인 이 최고위원. 과연 이번 금배지는 누구의 가슴에 달게 될까? <일요시사>는 피 튀기는 혈전지 구로갑에서 두 후보를 만나봤다.

 

◎‘서민지킴이’ 이범래(새누리당)

“MB정부 금융위기 빨리 극복했지만 과실은 서민에 못 미쳐”

-왜 구로갑에 이범래여야 하는지?

▲구로갑은 도시와 농촌의 복합지역으로 서남권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다. 저는 이 지역 출신으로서 18대 국회에서 구로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소외된 지역을 발전된 지역으로 완성시키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출마하게 됐다. 앞으로 구로가 변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중심지로 성장해 자랑스러운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구로의 변화를 위해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것들은?

▲구로의 60년 숙원사업이던 영등포교도소 이전문제를 해결했다. 이 자리는 완전히 새로운 신시가지로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34년간 미개발 부지가 있던 고척동에 국내 최초 돔야구장을 건립 중이고, 48년 만에 KBS 개봉 송신소를 이전하여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게 됐다. 또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갈랐던 남부순환도로를 25년 만에 지하화 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왕래가 편해졌고, 동질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0년의 숙원사업이던 고척2동에 간선버스를 들어오게 하며 교통 불편도 해소했다.


-임기 말 MB정부를 평가하자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모든 나라들이 어렵다. MB정부는 그 와중에서도 나름 빨리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서민의 삶에 영향을 못 미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 같다. 금융극복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못 내려 간 것이 아쉽다. 또 인사부분의 실패는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일반 국민들이 실망하게 된 것 같다.

-(새누리당) 당명 개정의 의미는?

▲옛 한나라당이 그 모습 그대로, 그 사람 그대로가 된다면 국민들에게 절대로 어필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때문에 이름 바꾸고 사람을 바꿔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바꿔야 한다는 인식에도 막상 공천결과에 대한 반발로 탈당행렬이 이어졌다.

▲저도 지방선거 공천심사를 여러번 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면 승복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승복 못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객관적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었으면 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민심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싸우지 말고 좀 국민을 위해 제대로 해봐라하는 것이 다들 기본적인 생각이다. 우리 지역이 발전을 원하고 더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고 질책하시는 분들도 많다. 미흡하지만 더 열심히 해서 지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겠다.

-지난 선거에서 926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궁동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직접 뛰었던 후보자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궁동·오류동 지역은 제가 자라난 지역이라 아는 분이 많다. 또 제가 다닌 학교가 위치해 있기에 저한테 정서가 쏠려있다. 무엇보다 교회나 절의 표가 지역의 선거를 결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고 오히려 종교모독이다.

-이번 총선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시끄럽지 않게 하겠다. 선거가 주민들의 즐거운 선택이 되어야 하는데 유세차가 와서 떠들고 외부 인사들이 와서 떠들면 주민들도 짜증을 낸다. 때문에 우리 지역은 조용하고도 즐겁게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외부분들이 오더라도 즐거운 잔치가 되도록 하겠다.

-총선에서 내세울 ‘이범래표’ 정책은?

▲구로갑은 아직도 변화가 필요한 지역이다. 19대에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막는 경인전철을 지하화하고, 그 65만평의 부지는 주민생활에 편리한 시설을 유치해서 지역의 모양의 바꾸려고 한다. 단순히 우리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온수역까지, 청량리에서 도봉산까지, 그 구간과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통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또 구로갑 지역은 서울과 경기의 변경지역으로 교통체증구간이다. 교통해소를 위해 고척삼거리에서 유한대학 구간에 이중화 도로를 개설하겠다. 이는 국토부도 적극 검토 중이다. 오류동 민자역사 건립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 계획도 있다. 지역 저소득계층의 목돈마련 등을 위해 특히 어렸을 때부터 금융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투자자교육재단,KDI 등과 연계해 무상 금융경제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다. 이것이 우리 지역에서 성공하면 전국적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이다.

-18대 총선당시 이인영 후보가 내세운 1호선 지하화 공약에 대해 당시 부정적 입장이지 않았나?

▲당시 이인영 후보 측에서 내세운 지하철 지하화 공약은 사업의 필요성은 우리도 인정했지만 당시 국가정책사업으로 계획이 없었고, 재원대비 편익부분에서 사업성도 없었다. 게다가 경인전철은 인력뿐 아니라 산업의 이동과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때문에 당연히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이 후보측도 공약만 내세웠지 근거나 부연설명이 없었다. 현재는 재원마련 및 65만평에 달하는 부지 활용방안 등 철저한 검토 끝에 새누리당 서울시당의 정책으로 채택된 부분이다. 이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 시장 후보들이 1호선 지하화 계획에 합의했다. 또 지금은 기술적 진보와 국가 유효부지 활용도 증가, 주변 재산권 문제 등 서울의 균형발전이라는 틀에서 검토를 마쳤다.

-이번 구로갑 지역의 판세전망을 스스로 한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요즘에는 여론조사도 맞지 않다. 현재 지역주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저도 ㅇ기회를 놓치면 우리지역의 발전을 놓친다는 절박감에서 출마했다. 때문에 주민들이 제 마음을 믿어주고 저를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써 세 번째 격돌이다. 상대 후보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이인영 후보는 아주 깔끔한 사람이다. 서로 지역문제를 의논하고 깨끗하게 승부를 겨뤘으면 좋겠다.

<이범래 프로필>

▲1977 우신고등학교 
▲1982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2007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1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1988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1 법무법인 중앙 대표변호사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진보 통합 깃발 세운 ‘야전사령관’ 이인영(민주통합당)

“정의의 심판 통해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 실현해야”

-왜 구로갑에 이인영이여야 하는지?


▲구로는 대한민국의 대표 서민도시다. 그런 구로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는 반드시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한반도 평화와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일관성 있게 해왔다. 그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고, 일관되게 해온 제가 구로갑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낙선 이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어떤 구상을 했나?

▲낙선해서 상대적으로 지역에 많이 있다 보니 서민들의 삶 속으로 많이 그리고 깊이 들어갔다. 그동안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삶의 불안정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중소기업·자영업이 대기업에 의해 내몰리는 상황을 지켜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내에서 누구보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또 이 두 가지를 실현하고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총대선 승리가 절실하다. 때문에 민주진보 연합정치 추진과 통합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돼 당권에 도전했다. 선배 정치인들을 ‘고려장’ 치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장청 세대의 조화를 위해 ‘장’으로서 중심축 역할을 할 생각이다.

-임기 말 MB정부를 평가하자면.

‘삼반오망’ 정권으로 규정한다. 반민주·반민생·반평화와 민주주의 후퇴·서민경제 파탄·남북관계 악화·국토환경 대란·국가재정 위기로 역대 최악의 정권이다. 정치보복이 아니라 정당하게 심판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정의의 심판이다. 무엇보다 MB노믹스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도 이것을 수정 중이다. 정권적 공방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기에 심판을 통해 새롭게 고쳐야 한다.

-공천 잡음 이후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다시 역전당한 모양새다.

▲국민공천 대신 사무실 공천이 됐고, 공천혁명 대신 기득권 공천이 돼버렸다. 누차 경고해왔음에도 반영돼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결과가 나버린 상황에서 지도부로서 책임을 회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공천·정책·연대 3박자를 갖춰야 최상이 된다. 공천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것은 사실이지만 새누리당과 우위를 따져놓고 보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객관적 지표로는 현역탈락률?경선지역의 수 등에서 민주당이 2배는 넘는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일자리·복지·경제민주화 정책을 (민주당을) 따라왔지만 줄푸세 사태 속에서는 가짜로 밖에 안 보인다. 우리가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점과 야권연대가 이뤄지기에 지금부터 본격 선거체제로 들어가면 지지율이 훨씬 상승할 것으로 본다.

-연대를 추진하는 한편 구민주계의 탈당과 신당창당 등 분열양상도 보이는데?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이 성공한 것은 정일형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대중 정신과 민주당 정신은 세대의 흐름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이 뜻에 대해서는 다른 이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통해 승부하자는 것이지 그분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민심은?

▲MB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기대심리는 있지만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당을) 역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민심에 기댄 반사이익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공천에서 부족했지만 정책과 야권연대를 계기로 스스로의 능력과 힘을 증명해 수권세력으로 총·대선 승리의 길을 만들겠다.

-지난 선거에서 926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궁동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에 진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에 핑계를 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이번 총선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정치는 상상력이다. 지역발전은 주어진 조건에서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뛰어넘어 지역발전의 모멘텀을 위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2008년에 공약으로 내세운 지하철 1호선 지하화였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수용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총선에서 내세울 이인영표 정책은?

▲구로갑에 이른바 ‘휴먼타운·행복벨트·복지벨트’로 도심재생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뉴타운 중심의 욕망을 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복지요소를 추가한 휴먼타운이다. 특히 지하철 1호선의 지하화로 인해 생기는 52만평의 큰 공간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학교·복지관·문화관 등 사회투자시설을 만들 것이다. 때로는 필요한 만큼의 주거복지공간을 만들어 장기전세 임대 주택 등을 효과적 구사할 수도 있고 공간을 내에서 교통로로 쓸 생각이다.

-이번 구로갑 지역의 판세전망을 스스로 한다면?

▲경합우세 정도다. 진보신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경합을 벌일 것 같다. 하지만 사퇴하면 우세할 것 같다. 물론 진보신당의 행보에 연연하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승기의)흐름은 잡힌 것 같다. 남들에게 추킴을 받기보다는 더욱 겸손해지려 한다. 그러면 대체로 현격하게는 아니지만 흐름을 잡을 것 같다.

-벌써 세 번째 격돌이다. 상대 후보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에서 안양천까지 야구장에 선착장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일종의 4대강 토건정책의 연장인지? 지금은 아무 얘기도 없이 꼬리를 감췄다. 뉴타운식 광역 개발하겠다며 득표했었는데 지난 4년동안 무엇이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또 전철 1호선 지하화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자기 공약처럼 얘기하는 등 디베이트(토론)가 필요하다.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을 하며 꼼수경쟁 말고 멋지게 페어플레이 했으면 좋겠다.

<이인영 프로필>

▲1983 충주고등학교 
▲1988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2009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1987 제1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2003 한반도재단 동북아전략연구소 소장
▲2004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10 민주당 최고위원회 최고위원
▲2012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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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