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모친 살해한 아들 ‘자진 빵생활’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12 14:08:08
  • 댓글 0개

교도소에 숨은 패륜아, 하늘도 용서치 않았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엽기범죄를 다룬 소설,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사회는 이제 ‘동방패륜지국’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같이 상상할 수 없는 패륜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고,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모친을 사망케 한 뒤 사체를 불에 태운 패륜아들이 사건발생 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카드빚 3000만원을 갚아달라며 말다툼을 벌이다…
엄마 살해 후 시신 불태워 백골상태로 물속에 버려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는 지난 5일 어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불태운 뒤 저수지에 버린 혐의(존속폭행치사 및 사체은닉)로 이모(33)씨를 범행 5년 만에 구속했다고 밝혔다.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이씨는 유흥을 즐기면서 사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유흥을 즐기면서 긁어가던 카드는 어느새 3000만원이라는 빚으로 남았다. 

놀고먹는 것도
모자라…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07년 1월 18일 밤. 이씨는 그 빚을 어떻게든 청산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어머니 표모(당시 62)씨에게 전세보증금 1억여원을 담보로 카드빚 좀 갚아달라고 요구했다. 먹고 노는 아들이 빚까지 갚아 달라자 표씨도 언성을 높였고, 말다툼이 오고갔다. 화가 난 이씨는 표씨를 밀어 넘어뜨린 뒤 집을 나갔다. 

다음날 아침 집에 돌아온 이씨는 어머니가 어제 넘어진 그 자리에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시신을 이틀간 집에 방치하면서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곤 급기야 충남 서산 A저수지에서 시신을 불에 태운 뒤 유골을 수장까지 하는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

백골상태로 물에 버렸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씨는 이웃 주민들이 “엄마 어디 갔냐?”고 물어오면 “누나 집에 가서 잘 살고 있다”, “외갓집에 갔다”는 등의 대답을 반복하며 태연하게 생활했다. 

그러다 불현듯 불안해지자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교도소에 숨어있기로 결심한다. 범행을 저지를 방법을 모색하다 같은 해 3월6일 자신이 살던 건물 3층에 침입해 컴퓨터와 TV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고 10개월간 교도소에 복역했다.

더욱이 이씨는 6월께 교도소로 면회를 온 누나가 어머니의 행방을 묻자, 오히려 “어머니가 없어졌느냐”며 실종신고를 하라고 시키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년 만에…
드러난 진실

경찰은 신고 이후 병원진단기록과 금융거래내역 등이 확인되지 않아 이씨의 어머니가 사망한 것으로 잠정 판단, 미제 실종사건으로 남겨졌다.

그러다 경찰은 지난 2011년 2월11일 “이씨가 본드를 불어 불안하다”는 지역주민들의 신고로 이씨를 체포했다. 본드 흡입 혐의로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이씨가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는 것에 의심을 품고 범행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어 사체를 태운 장소에 대한 감식과 잠수부를 동원한 유골 발굴, 참고인 조사 등 1년여의 조사 끝에 지난 1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본드흡입)혐의로 만기 출소하는 이씨를 체포했다. 

살해 사실 발각될까, 다른 범죄 저지르고 교도소행
존속살인은 가정이나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만안경찰서 강력1팀 관계자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하다니, 처음엔 믿지 못했다”며 “모친 살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숨었다는 사실에도 경악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존속살인 범죄
매년증가

부모를 살해하는 이른바 패륜범죄는 매년 증가세에 있다. 지난 2006년 40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54건, 2008년 잠시 주춤하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존속살인은 범죄자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가정이나 사회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정신의학과 관계자는 “요즘은 가족 간의 유대나 결속력이 많이 결여돼 있는데 평소 피의자한테 좀 더 관심을 가져 줬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이 같은 반인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와 황금만능주의가 섞여 발생한 것인 만큼 인간성 회복이 유사범죄 예방에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존속살인은 가정 폭력을 비롯한 가족의 붕괴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