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입맛대로 골라먹는 ‘섹스 게임’ 실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10 12:55:49
  • 댓글 0개

화면 속 여성과 황홀한 ‘가상섹스’ 즐긴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밀애를 즐길 수 있다. 비록 내 몸은 초라한 방에 있을 지라도 화면 속 여성을 마음껏 초대해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질병 걱정이 없어 안전하고 남들 눈치 보지 않으니 더욱 좋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가상현실’을 전제로 한다. 최근 이러한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섹스게임은 플레이어와 웹상의 성행위를 통해 그리고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장소와 상황을 통해 꿈틀꿈틀되는 욕구(?)를 자극한다. 양날의 검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섹스게임’의 세계. 그 실상을 파헤쳐봤다.

90년대 영화 <데몰리션맨>에서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산드라 블록이 가상현실을 통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미래 세계에선 범죄와 질병으로 실제 성행위를 금지하고 가상공간에서 상대방을 보며 성행위 시 쾌감을 느끼는 신경부위에 자극을 주어 실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계의 힘을 빌려 섹스를 한다는 개념의 ‘가상섹스’는 당시 상상력 자극엔 도움을 줬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버섹스’는 현재 게임을 통해 현실화 되고 있다.

게임과 섹스의
위험한 동거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엠마이고 23살입니다. 이 게임에서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이 원하는 포즈로 날 조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포즈 메뉴 버튼을 누르세요.”


‘엠마와 침대에서(In Bed With Emma)’는 여주인공 엠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섹스게임이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애무, 체위 및 성감 포인트를 설정해 게임에 반영시킬 수 있게 돼 있다.

또 다른 성인 섹스게임 ‘럭키게임’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Mr.Johnson’이 아름다운 의사와 섹시한 간호사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들만의 행복(?)치료가 시작된다.

이 게임은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강도조절 역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 전역에는 참으로 많은 섹스게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미국 시뮬레이션 게임 ‘레드라잇센터(Red Light Center)’는 가상의 ‘원나잇’을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남녀가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해 서로 성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아바타를 시켜 대리섹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 후 로그인을 하면 직접 하나의 인물이 되어 카페, 클럽, 거리, 호텔, 해변, 스파 등에 들어갈 수 있다.

선택한 장소에 입장하면 아바타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쇼를 보는 등 다양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다른 이용자를 만나면 대화하거나 웃으며 관계를 맺거나 그 자리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누구든 몇 명이든 상대를 고를 수 있고 여러 가지 체위와 강도, 깊이, 세기,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가상 하드코어 섹스를 즐길 수 있는 ‘3D섹스빌라’는 실시간 대화형 역할게임이다. 플래시 또는 비디오 클립보다도 적나라한 것이 특징이다.

사랑을 나누는 것도 게임을 통해?
원나잇섹스, 3D섹스, 게이섹스 게임 등

이 게임은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세 가지 감각을 사용자가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섹스 장난감 장치를 USB를 통해 연결하면 화면 속 섹시한 모델은 장난감의 침투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신음소리를 낸다.

상대방과의 교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디오(청각)는 물론 화면(시각)과 장난감(촉각)까지 연동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꾸며진 것이다. 여기에 사용자가 좋아하는 체위 및 장소를 설정해 게임에 반영시킬 수 있다.

또 이 게임에 ‘섹스팩’을 추가하면 사용자는 개인적인 취향과 환상에 정확히 맞는 맞춤형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동성애 섹스게임도 있다. ‘3D레즈비언’ ‘3D게이빌라’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동성애 섹스게임이다.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3D 아바타가 등장하고 이국적인 장소에서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옵션이 제공된다.  

이 게임들 외에도 마우스의 움직임으로 삽입의 강도와 깊이를 조절하는 간단한 섹스게임 정도는 인터넷 전역에 넘쳐날 정도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또 다른 섹스게임 사이트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인공 자스민 공주, 옛날 어린시절에 보았던 스머프와 심슨 등 만화 주인공들이다.

게임 속에서 이들은 만화 속 앙증맞던 모습이 아니다. 하나같이 적나라한 포즈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상상의 나래 펼치는
나만의 야한 도피처

이러한 섹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게임을 통한 대리섹스가 자유지대”라고 말한다. 손쉽게 섹슈얼한 것들과 접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섹스에 대한 부담과 걱정 없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대와 상상 속의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가상섹스 중독자라고 말하는 김경수(가명.남)씨는 “직접 윤락가를 찾는다면 비싼 돈이 들고 또 단속으로 눈치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가상섹스는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좋다. 자유롭게 자기 방안에서 또는 밀폐된 PC방에서도 섹스 판타지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섹스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유혹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섹스게임 이용자 박영환(가명.남)씨는 “실제 상대에게 부끄러워 요구하지 못했던 것, 마치 변태로 취급 받을 것만 같았던 행동들을 사이버 상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내가 원하는 다양한 체위와 다양한 형태의 상황설정을 통해 수많은 성적 학습을 하게 되고 상대를 조정함으로써 마치 왕이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환상 속의 또 다른 나, 아바타가 현실세계에서 누리지 못한 쾌감과 긴장을 맛보게 해 준다”고 말했다. 

금지된 쾌락, 왜 가상섹스에 빠져 드는가!
“지나치게 탐닉할 경우 정신과 치료 필요” 
 

심리학에서는 수컷(남성)들이 새로운 암컷(여성)을 접하면 다시 성적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는 현상을 일컬어 ‘쿨리지 효과’라고 부른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적 능력을 다양한 파트너와의 경험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섹스는 몰랐던 체위와 섹스 형태를 제시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온라인 게임회사들은 사용자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앞다퉈 섹스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한 온라인 게임 전문가는 “인터넷 속도가 이제 풍부한 그래픽 환경과 캐릭터들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빨라졌기 때문에 다중 접속 섹스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섹스게임은 여전히 음란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연 이 게임이 성(性)이라는 주제를 지닌 단순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 ‘18세미만 금지’라는 타이틀만으로 청소년 사용자들의 접속을 막을 수 있을지, 또 사이버 섹스중독자 증가를 야기해 수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강남 D비뇨기과 이대성 원장은 “사이버 가상섹스가 성적 불만족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분명 정상적인 섹스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컴퓨터가 개입돼도 상대방과의 신체 접촉이 없는 단순한 자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판타지 쫓다
현실 놓쳐…

이 원장은 “단순 중독을 넘어 가상섹스를 지나치게 탐닉할 경우 병적인 상태에 가까워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상섹스에 중독된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회생활조차 힘들뿐더러 심할 경우 자폐의 증상까지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면서 “가상공간의 환상을 쫓으면 현실 속의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럴 경우 강압적으로 못하게 막기보다는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다양한 취미활동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파트너를 마음대로 골라 섹스를 즐기는 시대가 왔다. 과

연 가상 섹스게임이 ‘섹스 보조도구’로 그칠까, 아니면 기존의 성생활을 밀어내버릴까. 가상현실이 난무하는 시대, 어쩌면 사랑도 가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