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노골적 ‘문재인 띄우기’ 노림수

‘사탕발림’으로 전면에 세우고 막판 ‘뒤통수’ 노리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수언론들의 노골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심상찮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망론’이 불던 당시 ‘거품’이라고 비하한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분명 ‘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띄우기에 동참한 보수언론의 속내를 캐봤다.        

작년엔 '거품'이라더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왜?
민주통합당 내부 친노 vs 호남 구분지어 자폭 노렸나?

‘문재인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른다. 대권경쟁에서 ‘문풍’은 여전히 파죽지세의 기세로 청와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양자대결구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앞선 바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문 고문은 박 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지지율이 뒤엉키며 대혼전을 거듭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여권 텃밭 낙동강 전선
불어 닥친 문재인 바람

특히 문 고문은 4·11 총선에서 ‘야권의 불모지’인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문풍이 여권의 텃밭인 ‘낙동강 전선’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문풍을 차단시킬 대항마 물색에 고심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동안 비토 일변도였던 보수언론들이 문 고문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의 지지율이 급반등하고 있는 내용의 기사를 크게 다루는가 하면, 인색하던 칭찬까지 아끼지 않을 정도다.


보수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 ‘문재인 대통령 탄생?’ ‘문재인 야 (野) 대권주자 굳히나’ ‘민주 '安(안철수)없이 대선 부상’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문풍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보수색체의 신문들이 야당의 후보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대목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고문이 보수진영의 텃밭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보수언론의 태도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보수언론의 음모론이다. 

음모론의 첫 번째 내용은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띄우기’로 야당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속해서 문 고문을 필두로 친노를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구 호남계를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 측은 손을 안대고도 코를 풀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계속해서 친노를 부각시킬 경우 당 내부의 호남계에서 문 고문에 대한 공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1-2등으로 당선되자 모든 언론들은 앞다퉈 ‘친노의 부활’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조중동은 일제히 ‘노무현이 돌아왔다’ ‘친노의 부활’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친노세력의 부활을 크게 부각시킨 반면 호남인사는 몰락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참여정부 공과 떠안아야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당선 당일 기자회견에서 “친노, 반노는 분열적인 레토릭이다. 나는 친DJ다”고 계파 구분을 경계했다. 전당대회 하루 뒤 문 최고위원 역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친노를 따로 구분하는 데 대해 “저는 늘 (민주세력을) 갈라치 (하려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실제로 그간 구민주당의 당원들은 친노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시민통합당’ 측과의 통합협상이 논의될 무렵부터 격렬하게 반발해왔다. 지난해 12월11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구민주계의 호남골수당원들은 시민통합당과의 통합에 반발해 폭력을 자행하는 등 날 선 신경전이 계속돼왔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금 공천 과정에서 호남 물갈이 등 호남 기득권 양보 등을 두고 구민주계 출신인사들과 당원들의 극렬한 반발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던 전북도민회는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표명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친노 색깔 빼기’를 고심하는 가운데 보수 언론의 친노 부각과 문 고문 띄우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현 야권에 유리할 게 없다는 진단을 보수진영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격인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운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4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지만 안티층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단독지지층으로 보면 박 위원장이 35% 안팎을 확보해 현실 정치인으로는 가장 유력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독지지층이라기보다 ‘일시적 연합군’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산 박근혜 대 죽은 노무현’의 싸움으로 확전시킬 경우 ‘안철수 돌풍’으로 뭉친 중도층이 방황하고, 결과적으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한 여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보다 ‘노무현 그림자’ 문재인이 공략 쉬워?
문재인에 ‘양날의 검’이 된 노무현…정치적 자산이자 아킬레스건

전문가들은 또 보수언론이 야권의 잠룡을 문 고문으로 낙점(?)한 것은 상대적으로 공략이 쉽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문 고문은 경제대통령 후보로는 안 원장보다 취약하다는 점과 중·장년층의 반노무현 정서를 자극해 상대적으로 쉽게 흔들 수 있다는 점 등을 상정해놓고 의도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문재인의 최대 약점은 노무현과 밀접하다는 것으로 노무현을 계속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공략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문재인과는 달리 김두관(경남지사)은 노무현과 일정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독자적 컬러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김두관이 나선다면 고전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으로서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 고문의 경우 아직 선출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지만 약점 역시 알려진 바 없다.


때문에 보수언론이 서둘러 문재인 띄우기를 통해 대선무대에 나서게 한 후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노 전 대통령의 약점들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13억 돈 상자·FTA
문재인 발목 잡나?

최근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 돈 상자’와 한미FTA를 두고 문 고문을 겨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해석된다.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문 고문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연씨와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넘긴 경모씨 간의 미국 아파트 거래 이면 계약서의 사본 1장을 공개하며 문 고문을 정조준한 상태다.

한미FTA에 관해서도 입장을 번복한 문 고문에 비판을 가한 상태다. 한 보수언론은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것은 시작도 국익이요, 끝도 국익이었다’고 말하면서도 MB정부 들어서 체결된 한미FTA에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참여정부의 FTA를 건드리지 않고 MB 정부의 FTA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보수 측의 공격논리다.

현 정부 들어 재협상을 통한 추가 양보가 너무 컸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가 양보한 것은 자동차 분야지만 자동차업계는 한미FTA를 지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멘토’였던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며 야권의 한미FTA 반대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점과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미FTA를 개방, 통상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악의 논쟁이 아니라는 입장을 대비시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4·11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 정치무대에 주연으로 등장한 문재인 고문. 그에게 ‘노무현 향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수 측의 공세를 어떻게 차단할지 향후 ‘문재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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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