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얄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총론>

재벌 문어 빨판에 서민 밥그릇 쭉 빨렸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세 확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등에 업고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돈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숟가락을 얹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선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걸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물론 정치권이 이를 두고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상생 해법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재벌가들은 골목 깊숙이 똬리를 틀었다. 단 한 푼이라도 놓치지 않으리란 의지가 대단하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팽배해졌음은 물론, 정부가 추진해온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돈냄새 나는 곳이라면 빠짐없이 숟가락 얹어
골목 상권 깊숙이 똬리…소상공인들 ‘피눈물’

재벌가 2~3세들이 자본력과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확장세가 점점 가속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집계된 바에 따르면 30대 재벌 대기업의 계열사 수는 1150개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지난 2006년 731개에서 매년 평균 83.8개씩 증가해 지난해 말에는 1150개까지 늘어났다. 문어발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계열사 매년 83.8개 증가

진출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까지 돈냄새가 나는 판이라면 빠짐없이 숟가락을 얹었다. 매장과 자금지원 같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모기업으로부터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그 끝에 재벌가 자재들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배를 두드리고 있다.

소상공인들로선 재벌가의 질주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을 빼앗기는 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최근 10년 사이 영세 서비스 사업자들이 폐업하는 전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제빵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3년 1만 8000개 수준이던 제과점이 지난해 말 4000여개로 8년 만에 77.8%가 감소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업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자영업자의 몰락과 가계수입 감소, 내수위축, 기업불황으로 이어져 결국 대기업에도 불이익이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벌가는 눈앞의 이익에만 군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재벌가의 이런 행태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재벌 2~3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블루오션 개척, 해외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가치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골목상권의 사업아이템을 프렌차이즈나 유통업이란 허울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 가치창출과는 무관한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밥그릇 뺏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에서 소상공인 골목시장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보다 강경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가칭 ‘중소기업과 자영업종 특별법’을 제안해 산업영역을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대기업이 침범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재벌의 내부거래나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과세와 단속을 통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도 재벌가의 대마독식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재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업종침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는 상태다. 지난 연말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 바로 그것이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규정한 해당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유통서비스업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즉, 특정업종으로의 대기업 진출을 막을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82개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유통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변수는 대기업의 반발이다. 업종을 지정하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대기업(9명) 중소기업(9명), 공익위원(6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법적인 강제의 방식이 아니라 상호협의를 통한 조정이기 때문에 한쪽이 반대하면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견제할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까지 논의되고 있다. 출총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나 공정거래법을 보완?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출총제 폐지가 대기업의 사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는 정치권의 판단에서다. 출총제란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상생 발전 근간 흔들


그러나 정치권에서 해결방안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사이 재벌가 자재들은 이미 골목상권 깊숙이 침투했다. 이러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팽배해졌고 정부가 추진해온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에 군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재벌들을 어그러진 행태를 연속 기획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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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