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궁지 몰린 ‘조폭 대부’ 김태촌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7:34:19
  • 댓글 0개

11번째 철창신세 위기…“억울합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조폭 대부’ 김태촌씨가 궁지에 몰렸다. 또 다시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처했다. 기업인 협박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누명을 써 억울하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진심일까, 아니면 변명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김씨의 사연과 파란만장 인생 스토리를 되돌아 봤다.

“돈 받아 달라” 기업인 청부 협박 혐의 수사
소환 임박하자 입원 병원서 기자회견 자청

‘김태촌’이란 이름이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기업인 협박 혐의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다. 김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 혐의는 물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꾀병’이 아니냐는 의혹과 ‘회칼 피습설’을 부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는 지난 10일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협박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욕설은 했지만 
협박이 아니다”

김씨는 “협박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기업인에게) 욕설을 한 기억은 있지만 협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협박인지 아닌지 녹취록을 듣고 (사정기관에서) 그 여부를 판단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배우) 권상우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입원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축했다. 지난달 8일 경찰의 조사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4일 뒤인 12일 병원에 들어가 ‘위장 입원’의혹을 받았던 김씨는 “(갑자기 입원한 것은) 경찰 수사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 1989년 받은 폐암 수술 후유증이 악화돼 입원한 것”이라며 “사건 관련 언론 보도가 나기 전에도 혜화경찰서에서 강력팀 형사들이 찾아 왔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입원 후 두 차례 수술까지 받았다”며 기자들에게 왼쪽 복부에 있는 수술 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최○○’이란 가명으로 입원한 것에 대해선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 간호사가 먼저 기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유와 주위 환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가명을 쓰겠냐고 물어봐 그러겠다고 한 것뿐이다. 절대 도피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회칼 피습설’도 언급했다. 앞서 다른 조직폭력배에게 흉기로 찔려 입원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이에 대해 그는 “평생 한 번도 칼을 맞은 적이 없다”고 웃어넘겼다.

김씨는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진단서엔 김씨의 병명과 ‘2월22일까지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한 달 정도 병원에 더 있을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를 피하진 않겠다. 경찰이 소환 요청을 하면 아프지 않는 한 곧바로 출두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폭력조직 두목 출신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씨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씨는 기업인을 협박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서민생활을 침해하는 조직폭력배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힌 직후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방파’우두머리였던 김씨가 국내 주먹계 거물급이라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김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일까.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김씨가 지역 기업인을 협박해 수십억원의 돈을 뜯어 내려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 등 피해자와 피의자,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실제 협박 행위가 있었는지와 이 과정에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기업인의 사주를 받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다른 기업인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K이사는 대구의 모 기업 H대표에게 사업비 명목으로 25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H대표의 업체는 경영난에 빠졌고, K이사는 이자 등 배당금은 물론 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 H대표는 ‘배째라’식으로 버텼다는 후문. 졸지에 거액을 떼이게 된 K이사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조폭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K이사가 찾은 ‘형님’이 바로 김씨다. K이사는 지난해 4월 “H대표의 사업에 투자했는데 업체가 어려워져 돈을 떼이게 생겼다. 투자금 25억원을 되찾아 달라”고 김씨에게 부탁했다. 이후 김씨가 ‘행동’에 나섰다.

K이사의 청부를 받은 김씨는 4월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H대표를 찾아가 “K이사가 사업에 투자한 25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성모씨, 위모씨 등 김씨의 ‘동생’들도 H대표에게 “돈을 달라”며 수차례 독촉했다. 이들은 김씨 수하의 옛 조직원으로 알려졌으나, 추종세력 계보도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촉” 억울함 호소
무리한 조준 수사?

김씨는 조직폭력배들과 함께 H대표의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대구시내 모 호텔 객실 등으로 불러내 K이사의 투자금을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몸을 맡겨서라도 돈을 해결하라’, ‘돈 안주면 재미없다’, ‘각오해라’등 H대표가 여러 차례 신체 위협을 느낄 정도로 협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앞서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김씨의 행위를 협박이 아닌 채무 독촉으로 간주하고, H대표에게 가해를 가한 사실이 없으며, H대표가 K이사의 투자금을 떼먹은 횡령 혐의로 기소가 된 점 등을 이유로 김씨 체포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H대표를 상대로 한 조사는 이미 마쳤고 녹취록 등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물증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며 “김씨가 이번 사건 외에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채무를 해결해준 사례가 더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H대표를 만난 것은 맞지만 독촉일 뿐 협박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거물급 조준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방파’는 1970∼80년대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광주 지역 폭력조직에서 조폭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자신의 출신지인 전남 광산군 서방면을 딴 ‘서방파’를 결성했다. 김씨는 서울로 진출하기 전까지 지방의 군소 주먹에 불과했다.

그러다 ‘번개파’의 행동대장으로 있던 1976년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주차장에서 ‘범호남파’의 실질적인 보스였던 오종철씨를 칼로 난자해 불구로 만들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그해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사건’을 지휘해 전국구 주먹으로 급부상했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 1986년 출소했지만 곧바로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을 습격한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협박 혐의 강하게 부인
‘위장 입원’ 의혹 일축
‘회칼 피습설’ 웃어넘겨

징역 5년, 보호감호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복역 중인 1989년 폐암 진단을 받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김씨는 당시 왼쪽 폐를 잘라냈고 관상동맥이 거의 막혀 심장도 좋지 않았다. 심장협심증 수술의 통증 때문에 석방 직후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폭력을 사주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김씨는 ‘뉴송도호텔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나는 권력의 희생양이었다”며 “인천 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피습사건도 모 부장검사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후 기도원에 들어가 범죄단체 ‘신우회’를 결성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형집행정지도 취소당했다. 1997년엔 공문서 위조교사 혐의로 1년6월의 형이 추가돼 형량은 모두 16년6월 및 보호감호 7년으로 늘어났다.


2001년 건강상의 이유로 청송교도소에서 비교적 의료시설이 괜찮은 진주교도소로 이감됐으나 호화생활 등 ‘특혜 수감’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송으로 재이감됐다. 당시 김씨는 인터넷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는 모두 10번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감옥에서 33년을 보냈다. 김씨가 올해 63세인 점을 감안하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쇠창살에 갇혔던 셈이다.

‘서방파’ 보스로 악명
“신앙생활 전념” 약속

그가 마지막으로 교도소를 나온 것은 2009년. 김씨는 2001∼2002년 진주교도소 수감 당시 전화사용과 흡연 등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교도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06년 구속돼 징역 1년형을 확정 받았고, 지병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수차례 신청한 끝에 3년 만에 만기 출소했다. 같은해 배우 권상우씨에게 일본 팬사인회를 강요하고 협박한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출소 당시 “신앙생활에 전념하면서 청소년 선도 등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조폭 선후배들의 경조사에 ‘국제청소년범죄예방교육원 원장’ 직함으로 화환과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깨끗이 손을 씻고 새 사람이 될 것을 공언했던 김씨. 그 이름이 또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궁지에 몰렸다. 11번째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처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