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준 정이면 ‘성폭행’도 용서된다?

‘패륜가족’ 솜방망이 처벌 논란

10대 지적 장애 소녀를 수년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패륜가족에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죄목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키워준 공을 참작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판사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다. 네티즌들은 ‘먹이고 재워주면 성폭행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며 강하게 판결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에 검찰도 고개를 젓고 있다. 이번 판결에 불복한다며 항소를 결정한 것. 피해소녀가 입을지도 모르는 2차 피해는 생각지 않은 이번 판결이 낳은 논란을 짚어봤다.

“지적 장애가 있는 소녀를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 삼아 번갈아가며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것은 인륜에 반하는 범행으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앞으로도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점, 한 피고인이 자살을 기도하는 등 가족도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달 20일, 7년 동안 A양(16)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로 친할아버지(87)와 큰아버지(57), 작은 아버지(42) 등 3명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처럼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형량을 내린 것에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장애 소녀에게 가해진 범죄가 너무나 끔찍한 탓이다.

7년간의 패륜행각

A양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인 10여년 전. 당시 A양은 자신을 부양할 능력이 없었던 부모를 떠나 한 동네에 살던 할아버지의 집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A양은 자신과 핏줄을 나눈 친척들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해야 했다.

A양을 상대로 짐승만도 못한 행각을 벌인 사람은 친할아버지와 한 동네에 사는 백부, 숙부, 사촌오빠 등이다. 이들은 돌아가며 성폭행을 일삼았다.
이들 중 가장 빈번히 A양을 농락한 사람은 이웃에 살던 큰아버지로 “누구에게 말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집안이나 차안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A양에게 성폭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양과 함께 살던 80대의 친할아버지도 성폭행을 가한 이 중 하나였다. 친할아버지는 2005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친손녀에게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질렀다.

숙부 2명과 10대의 사촌오빠도 패륜행각에 동참했다. 이들은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는 A양을 성폭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A양이 임신되지 않도록 콘돔 등의 피임기구까지 사용해 계획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양을 유린한 백부와 숙부 등 3명은 한 동네에서 정상적으로 가정생활을 하면서 틈만 나면 성폭행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장소
도 다양했다. A양의 집, 자신들의 집, 차 안, 밭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패륜범죄를 저지른 것.

이처럼 수년 간 집안에서 조용히 일어났던 패륜행각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충북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A양을 상담하면서부터였다. 불우아동과 청소년들을 상담해 주는 충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을 통해 A양으로부터 친척들에게 당해 온 믿을 수 없는 범행행각을 들었고 경찰에 사건수사를 의뢰한 것.

그리고 이들의 패륜행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고 많은 이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상식선에서 벗어난 재판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장 먼저 폭발한 것은 판결관련 기사를 접한 네티즌이다. 한 네티즌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을 풀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유독 친족성폭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관대한 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혈육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범인들에게 관용을 베푼다면 우리가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이냐.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판결일인 지난달 20일부터 ‘7년 성폭행에 집행유예라니, 탄핵 ○○○ 판사’라는 제목의 청원 서명이 진행 중이다. 3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오는 19일까지 진행될 서명운동에는 2만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참여한 상황이다.

서명 운동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기사를 읽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이곳에 서명하기 위해 일부러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가 맞습니까? 그럼 최소한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며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합니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여성단체도 재판결과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 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36개 여성?장애인 단체는 지난달
27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가해자인 가족들을 지적 장애아동의 보호자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청주지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이해 못해

이들 단체는 “이번 사건은 가부장적이고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비롯한 온갖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여성 장애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패륜행위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으로 무마할 수 있는 것처럼 치부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곽 의원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가해자들이 보호자로 개과천선할 수 있는가. 성폭행이나 가정폭력의 제1원칙이 가해자들로부터의 격리라는 기본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는 재판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또 “지적 장애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은 대부분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일어나고 있어 이들을 구출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피해아동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대책 역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맡은 검찰 역시 판결에 수긍할 수 없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피고들에 대한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소하기로 했다고 밝혀 다음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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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