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 양성 시스템 엿보기

퍼펙트 프로그램으로 탄생하는 ‘하늘의 별’

대한항공이 조종 부분에서 항공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민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기장’을 배출한데 이어 역시 국내 처음으로 ‘부부 기장’을 탄생시켰다. 두 소식 모두 1948년 국영 대한국민 항공사로 우리나라 민간항공역사가 시작한 이래 60년 만의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전언. 그만큼 이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각각 1호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대한항공의 엄격한 조종사 양성 시스템을 엿봤다.

국내 첫 부부·여성기장 배출…엄격한 테스트 통과
‘절대 안전운항’추구 “조종사 훈련에 과감한 투자”


대한항공이 국내 민항 역사상 최초로 ‘부부 기장’을 배출했다. 대한항공은 부부 조종사인 김현석, 황연정 부기장이 각각 지난달 13일과 17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에서 실시한 기장 자격심사를 통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김 기장은 MD-11 항공기로 시작해 B737 항공기 기장이 됐으며, 황 기장은 F100 항공기로 시작해 A330 항공기 기장으로 승격됐다.
‘하늘의 원앙’으로 불리는 이들은 1996년 10월 대한항공 조종훈련생 25기 동기로 처음 만났다. 교육과정을 먼저 수료한 김 기장이 황 기장의 교육 파트너가 되면서 사랑의 싹을 띄웠고, 1999년 3월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

‘멀고 험난한 길’

부부기장은 “운항하는 기종이 다르기 때문에 비행이나 항공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며 “승객들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기장이 될 수 있도록 부부가 힘을 합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은 앞서 역시 국내 처음으로 여성 기장 2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신수진, 홍수인 기장. 이들도 지난달 3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의 기장자격 심사에 최종 합격해 B737 항공기 기장자격을 획득했다.

두 여성 기장은 1996년 대한항공 조종훈련생으로 입사해 MD-82 및 B747-400, B777 항공기 부기장으로 근무했다. 입사 동기로 나란히 부기장이 된데 이어 이번에도 같은날 국내 첫 여성 기장으로 승격되는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민간 항공사엔 기장 1731명, 부기장 182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여성 조종사는 대한항공 4명, 아시아나항공 4명이다. 두 사람과 부부 기장인 황 기장을 포함해 대한항공에만 3명의 여성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부기장이다.
두 여성 기장은 “60년간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금녀의 벽’을 넘어 기쁘다”며 “남성 중심으로 여겨진 항공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 여성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부부 기장과 여성 기장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운항 및 최상의 운영체제를 위해 우수한 기량의 조종사를 양성·선발하는 인재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항공기 기장은 운항 준비부터 착륙까지 모든 단계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사 안전시스템 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권고 기준 및 우리나라 정부 운항기술 기준에 의거해 엄격하게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민간인 출신이 대한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해선 우선 입사 전 32개월 동안 조종훈련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1000시간의 비행과정을 이수하는 등 조종사로서 기본을 갖추게 된다. 이후 수습조종사로 대한항공에 정식 입사하게 되면 8주간 ▲조종사 기본교육 ▲지상학과·조종실 절차 교육 ▲모의비행훈련장치 교육 등을 받은 후 정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부기장이 된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기장은 ▲비행경력시간 4000시간 이상 ▲350회 이상 착륙 경험 ▲중·소형기 부기장 경력 5년 이상 등의 경력이 필수다. 아울러 경력 이외에도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명, 항공무선통신 자격증,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 등 항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또 엄격한 대한항공 자체 기장 선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기장 훈련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화제를 모은 대한항공 기장 4인방도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김 기장은 총 6003시간, 황 기장은 총 5732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다. 신 시장과 홍 기장은 각각 총 4483시간, 총 5533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격시험을 치르는 6개월 동안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등 수면시간이 평균 4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강도 높은 기장 승격 훈련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정부 운항자격심사관의 기장자격 심사에 합격하면 기장석에 앉을 수 있다. 기장이 되면 항공법에 따라 항공기 비행안전에 대한 총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승무원의 지휘, 감독 권한과 기내 난동자를 감금하거나 관계 당국에 인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 기장은 약 1억1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건강과 기량 문제만 없으면 만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훈련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훈련을 위해 B747-400, B777, A330 등 항공기 모의비행 훈련장치인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실습훈련 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제주도 서귀포시에 활주로와 관제시설을 갖춘 민간 비행장 정석공항과 대규모 조종사 훈련센터인 정석비행훈련원도 운영하고 있다.

승격 훈련 강행군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계 최고 항공사로 비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절대 안전운항 체제 구축을 위한 능력 위주의 조종사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까다롭고 엄격한 기장 승격훈련 과정을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명실상부한 대한항공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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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