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기막힌 마케팅’ X파일<황금 공기청정기 논란>

약발? 그때그때 달라요”

웅진코웨이가 판매하는 케어스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약재인 ‘황금’소재 필터를 장착한 ‘한방필터 공기청정기’가 논란거리다. 회사 측은 올 초 출시된 이 제품이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약계에서 황금은 골칫거리다. 중국산이 판을 치는 등 공공연히 불법으로 유통되는가 하면 황금에서 인체 유해성분으로 분류되는 이산화황이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쯤 되자 일각에선 웅진코웨이의‘과대 포장’시비까지 나온다. 맹점은 숨기고 장점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공기청정기에 한약재 ‘황금’ 장착 “호흡기질환 탁월”
한약시장 불법 중국산 기승…‘인체유해’ 이산화황 검출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12월 케어스 ‘한방필터 공기청정기(AP-1207BH)’를 선보였다. 한방필터 공기청정기는 천연 한약재인 ‘황금(黃芩)’소재 필터를 장착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웅진코웨이는 황금 공기청정기를 내수는 물론 수출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는 등 올해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고 웰빙 열풍이 확산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약재 선정과 염증 및 알레르기 실험, 안전성 조사 등 1년여가 넘는 연구 결과 천연 소재인 황금이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기청정기의 주 기능이 공기정화와 세균억제인 만큼 이런 성분을 공기청정기 필터에 장착해 호흡기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알레르기에 직방?

실제 꿀풀과의 다년생 천연식물인 황금은 한의학에서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등의 치료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동의보감, 중화본초 등 고의서에도 황금이 항균작용과 호흡기·피부질환에 유익한 약재로 소개돼 있다.
웅진코웨이는 황금의 특별한 효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신빙성 있는 유명기관들과의 연구와 인증 결과를 제시했다. 웅진코웨이는 우선 여러 약재 중 황금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2006년부터 경희대학교 한의대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산학협동 방식으로 한방필터를 공동 개발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결과 황금이 항균,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등에 유익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어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말 한방필터 공기청정기 출시를 앞두고 대한한의사협회와 인증 계약을 맺었다. 인증 기간은 당초 2007년 12월13일부터 2008년 12월12일까지 1년간이었지만 최근 1년 더 연장한 상태다. 한의협이 한방상품을 인증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방필터 공기청정기 광고에 ‘한의협 인증 제1호’란 문구가 붙는 이유다.

웅진코웨이는 “경희대와 1년여가 넘는 연구 끝에 99.9%의 세균 감소율과 염증유발 물질 제거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며 “게다가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한의협 인증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과거 여려 차례 불거진 황금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황금은 불법유통, 유해물질 검출 등의 문제로 말썽을 빚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황금의 안정성 등 부실 관리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한약재의 원활한 공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14종의 ‘수급조절 한약재’를 지정,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생산농가와 경작기반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황금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황금은 100% 국산이어야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한약재 시장에 중국산 등 수입산이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황금의 경우 오는 2010년까지 정부의 수급조절품목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약계 관계자는 “정부와 관련단체 등이 특정 한약재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나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국산 등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며 “수급조절 한약재들이 일반 식품용으로 수입돼 국산으로 둔갑, 한약조제에 사용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한의사도 “황금은 한해 소비량이 약 300톤 정도인데 국내 생산량은 이에 절반도 못 미친다”며 “나머지는 한약재가 아닌 식품용으로 보따리상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렇게 수입된 황금 등 한약재가 안전성 검사 등 당국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부산지방청은 2004년 5월 한약재 불법유통 단속을 벌여 황금 등에 대해 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제조판매한 D사를 적발했다. D사는 3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 이후 다시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황금에서 인체 유해성분으로 분류되는 이산화황이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식약청이 2006년 10월 당시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황금에서 기준치(kg당 0.03g)의 100배가 넘는 3.3g의 이산화황이 검출됐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7월 부적합 한약재 4개 품목을 적발했는데 P사의 황금에서 잔류 이산화황이 초과 검출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황과 산소의 화합물인 이산화황은 표백제, 보존제, 산화방지제 등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천식환자가 섭취하면 호흡곤란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체질에 따라선 홍조, 복부 불쾌감, 천식 발작, 인후염, 위염 등 각종 소화·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황금의 잔류 이산화황 기준은 500ppm 이하다. 당시 박재완(한나라당) 의원은 모든 한약재 이산화황 잔류 기준을 10ppm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이산화황 1일 허용 섭취량은 몸무게 1kg당 0.7mg까지인 한편 미국, 유럽 등에선 10ppm 이상 함유시 유해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천식환자에 유해하다는 판단으로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제품 외부에 첨가 사실을 표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에서 생산된 황금만 한방필터 공기청정기 필터에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신뢰 차원에서 중국산 등 수입산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체 국내산만 사용”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지난 2월 국내 황금의 90% 이상을 재배하는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고 전량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황금을 구매해 한방필터 공기청정기에 사용하고 있다”며 “제품에 들어가는 황금은 전라남도 지사가 품질을 인증한 것으로 중국산처럼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연탄이나 유황에 쐬지 않고 천연 상태에서 자연 건조한 황금만 공급받고 있어 이산화황 등의 유해물질 검출 우려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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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