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상소’ 올린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 국왕의 판단이 잘못됐으면 충신들은 목숨까지 내던지며 간언을 그치지 않았다. 국왕이 쓰디쓴 직언을 삼키면 기울어져가는 나라는 기사회생했고, 달콤한 아첨에 휘둘리면 나라는 기우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마찬가지. 최근 현정권에 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가운데 직언을 담은 상소를 올린 사람이 있다. 바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MB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집권여당의 초선의원이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에서 ‘쓴소리맨’으로 변신한 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MB에 대국민 사과와 변화 요청한 친이직계들의 ‘일침’
당 대표의 쇄신안은 순서도 틀렸고, 내용 강도 떨어져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인 왕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대왕이 1순위로 꼽힌다. 세종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삼았음은 물론 신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리더십’을 펼쳤다. 특히 세종실록에는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말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세종의 뜻을 이어 직언이 담긴 ‘현대판 상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 이러한 연판장의 내용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특히 정두언‧정태근‧임해규‧조전혁‧주광덕 의원 등 친이계가 주도하고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중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친이계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안국포럼’에 소속돼 있다. 게다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행실장 등을 맡아 현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 변화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임기말 선거정국이면 항상 정권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은 탈당해 집권여당의 부담을 덜고자 했지만 결코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고, 선거도 못 이긴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이 MB정권의 공과를 짊어지는 자세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될 것이며, MB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또 당 지도부 역시 선거 패배를 가져올 만큼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점과 당 대표의 선거 패배에도 “사실상 승리다” “무승부다”라고 말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어 당 대표의 쇄신안을 정면 비판하면서 진정한 쇄신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기조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의 사과와 쇄신을 요구하는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 참모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굉장히 강도가 높은데.

▲ 국민들은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이번 10‧26 재보선까지 여당에게 매를 든 것이다. 특히 4‧27 재보선 당시 분당을 패배로 이전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렸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위기에 등 돌린 지지자와 성난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되고, 이는 MB정부의 실패로 귀결된다.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 절박한 심정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전보다 변화의 요구 강도가 높았다.

- 선거에서 패배하면 항상 쇄신론이 나오지만 대부분 헛구호에 그친다. 이전에 비하면 쇄신 서명에 25명이라서 동력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쇄신을 단행해 일정 변화는 있었지만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못 보여줬다. 이에 우리는 쇄신파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얻었고, 불철저 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에 어떤 때보다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수준이었기에 서명 참여자 25명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 청와대에서는 쇄신 연판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 청와대는 이전부터 타이밍을 못 맞추는 곳이다. 항상 인사도 느리고 국민적 요구도 시기에 맞추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답변이 금방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그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형식과 시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저는 이전 의원총회부터 청와대에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 누차 강조했고, 또 서한을 보낸 것도 대통령이 돌아온 6일이다.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일찍이 공개된 것일 뿐. 때문에 청와대는 오히려 왜 이런 문제제기가 되었는지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 청와대 쇄신이 중도 좌초할 경우 대응 방안은?

▲ 먼저 당 지도부에 드리는 서한을 통해 지도부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변화와 사과의 약속을 받아내는 등 직접 쇄신의 주체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실천되지 못하면 지도부가 설자리 좁아질 것이다. 혁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며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일단 지도부의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없애고, 비례대표의 반은 국민경선인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하겠다’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 당의 쇄신 방향은 순서가 틀렸고,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강도가 떨어진다. 먼저 정책에 대한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당청관계에 대한 혁신이다. 청와대에 무기력한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이 인물과 내부풍토를 바꾸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껏 여당은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방안마련이 미흡했고, 적극적으로 실천도 못했다. 이에 국민들은 여당에게 무책임한 느낌, 웰빙‧부자정당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지 중앙당사 폐쇄 등은 그 후의 일이다. 

-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은?

▲ 저는 MRO사업의 대기업 독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또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부자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득 최고구간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대폭 늘었다. 또 작년 기준으로 상위 1% 소득은 2억4000만원 정도다. 이분들에 대해 좀 더 높은 소득세율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추가적인 재원은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다. 대학생 등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나 특히 3040세대를 위한 보육‧사교육‧주택문제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 규제‧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획기적 대책으로 비용이 없이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획기적 정책으로 부자정당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다.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란 비판이 나온다.

▲ 사저문제는 대통령 퇴임 후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공식적으로 청와대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사이에서 논의 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또 경호처와 대통령 사저 땅 가격에 차이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두 번째고, 세 번째는 왜 아들 명의인가다. 이에 대통령께서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지금껏 외쳤던 공정과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한 것이 정면 배치됐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적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에게 사과 하는 것이 먼저다.

- 청와대의 인사방식에도 비판 여론이 강하다.

▲ 국민들한테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처음 조각부터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아 실망을 줬다. 대통령의 생각은 일만 잘하면 된다지만, 국민들은 일을 잘하는 것과 동시에 도덕성, 자질을 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재산형성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안이다. 게다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된 측근들을 반복적으로 다시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남은 기간이라도 대통령께서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해 국민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 10‧26 재보선은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 총선이 대선의 길목이 아니라 대선만큼 중요하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형태로 가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고, 현 정부도 국회 지지를 받기 어려워 반쪽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무상급식 투표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수도권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부산‧경남‧울산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핵심적 이유는 40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서다. 과거부터 40대에 이기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없었다. 2030의 어려움과 소통도 주력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40대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대책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2004년 탄핵 직후 역풍으로 인한 선거와 비슷할 양상으로 갈 수 있다.

-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견해는?

▲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비해 안철수 교수가 행보는 참신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 그것을 관철시킬 구체적 정책과 방법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부단히 검증받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많은 검증들이 이뤄졌듯 검증을 피해서는 안 된다.

-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대신 ‘18대 국회 반성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격식을 파괴했고,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는데 당시를 회상하면?

▲ 18대 국회 내내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심지어 불신이 더 커졌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고, 국민들 보기에는 파당적 이해관계에 몰두해 싸움판으로 치닫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이러한 관행을 끊어야 하기에 나와 다수당인 한나라당부터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선진국회로 가는 기틀을 만들자고 여야에 호소한 것이다. 여당 내의 ‘국회 바로 세우기’와 민주당 내의 ‘민주적 의회운영을 위한 모임’을 중심으로 물리력을 막는 규정, 어려워진 직권상정, 무리한 의사진행에 합법적 저지 방안을 마련해놨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만 시키면 된다. 이를 토대로 19대 국회가 선진화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면 18대 국회의 잘못들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감히 한 개인이 요청한 것이고, 당시 15분간 준비해간 반성문을 읽었다. 당시에 야당 측에서도 감명 깊게 들었다고 격려를 받았다.

민심 되돌리지 못하면 한나라 2012 총대선 희망 없다! 
국감 시즌만 되면 ‘물 만난 정태근’ 단골 국감스타 등극


-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야당은 몸싸움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회정치 복원관점에서 봤을 때 탈출구는?

▲ 원내대표단에서는 합의까지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애초 야당이 99% 마련한 상태인데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소한의 합의를 깨버리고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의회에 있으면 안 되고 거리로 나가 혁명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 전부를 얻지 않으면 의사진행에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은 의회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여당 역시 야당에 있는 합리적 의원들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을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물리력 없이 한-EU FTA처럼 통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의 기라성 같은 의원들이 포진해있지만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단골 국감스타가 된다. 소회를 밝히신다면?

▲ 공기업 및 산하기관이 많아 국회의원 혼자 하기 힘들다. 사실상 의정활동을 뒷받침한 보좌진의 역할이 컸다. 대기업의 MRO 문제도 사실은 보좌진들이 찾아낸 것이다. 보좌진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내가 문제제기를 덧붙여 개선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저는 대정부질의나 예결위 상임위 때 원고를 안 본다. 그러다 보니깐 심각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 대기업 독식 구조를 폭로하며 삼성 등의 MRO사업 철수 등을 이끌어내 ‘중소기업 호민관’으로 불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 첫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에 대한 잠식을 제한해 중소기업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모성 자제, 정보화 사업, 음식 캐터링 사업, 물류사업 이런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우선 배려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힘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기업의 독식구조는 과세의 형태로 규제할 수 있고, 중소기업자단체가 나서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주도적 협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이의신청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서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 SNS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보인다.

▲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트위터 공포증에 걸려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이다. 트위터 자체가 아무리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정당한데도 우리를 왜곡시키고 조작시켜 엎을 수 있는 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트위터의 조롱거리를 지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다. 분명 선거에서 졌는데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하고 있다. 앞으로 트위터에 대해 힘 있는 접근 방법성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 창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 2030세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어떻게 한나라당 지지자로 껴안을 수 있을까? 

▲ 요즘 20대의 특성은 자존심, 창의성, 일자리, 사회적 참여 욕구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때문에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 젊은 계층의 삶의 양식을 존중해 자존심을 살려 줘야 한다. 또 젊은 사람과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1인창조기업을 활성화시켜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졌을 때 젊은 층의 지지가 돌아올 것으로 본다.
대담=서형숙 기자

<정태근 의원 프로필>

▲1989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2010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2000 한나라당 성북갑 지구당 위원장
▲2001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정치분과위원
▲2005~2006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조직분과 간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수행단 단장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4강외교 특사단
▲2008 국회 지식경제‧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위원
▲2010 제1호 발로 뛰는 국회의원 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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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