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피해가는 청와대의 기술

곤란하면 삼권분립? ‘답변이 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시간이 갈수록 ‘핫플레이스’가 돼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사건 발생과 동시에 청원이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국민청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민의를 살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온라인 민원창구로 전락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하다. 답변 의무를 가진 청와대는 그 사이서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철학을 내세웠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및 제안’ 범주를 만든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국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하겠다고 정했다.

갈팡질팡

국민청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지난해 8월17일 시작됐다. SNS나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갖고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청원할 수 있다. 지난 24일 오후 1시 기준으로 31만9874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737건 꼴이다. 청와대는 답변 요건을 채운 청원에 대해 현재(24일 기준) ‘청원 답변 53호’까지 진행했다.

최근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청원 내용이 언론이나 SNS를 통해 알려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 확산 속도는 가파르게 오른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에 대한 청원은 올라온 지 6일 만에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추천했다. 


역대 최단 기간, 가장 많은 국민이 동의를 표한 청원이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 출소 반대,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사태 관련 청원도 국민적 공분이 폭발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게시판 내용 폭발적 관심
강서구 사건 100만 넘어

국민청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예전이라면 조용히 묻혔을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고, 개인 민원이나 황당한 요구가 올라온다는 점에서 일종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자주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답변하기 어려운 청원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6일 올라온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청원을 올린 A씨는 성추행 혐의를 받은 남편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그 자리서 법정구속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 곰탕집서 A씨의 남편과 한 여성 간 신체 접촉이 있었고, 해당 여성은 A씨의 남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A씨의 남편이 법정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추행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과정서 A씨의 남편, 해당 여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난무했다. A씨의 남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도 이어졌다.

덩달아 A씨가 올린 청원에 대한 관심도 폭발했다. A씨가 올린 청원에 동의를 표한 최종 참여 인원은 33만587명이었다. 한 달 이내, 국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서 청와대 답변 대상이 됐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청와대 소셜미디어 방송 <11시 3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해당 청원에 대해 답했다.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해당 사건은 법원의 1심 선고 이후 피고인이 9월6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온라인 공론장인 청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삼권분립 원칙상 사법부나 입법부 관련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청원에 참여할 때, 이 부분은 감안해주길 바라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청 “사법권 침해 우려”
누리꾼 “다른 사건은?”

이후 청와대가 원론적인 답변으로 난처한 문제를 피해갔다는 지적이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일각에선 여성들을 의식해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의 답변 직후 같은 날 ‘청와대 청원답변 51호 답변을 거부합니다. 다시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재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B씨는 “청와대가 올린 총 26분 동영상 중 답변시간은 불과 6분가량 밖에 안 된다”며 “청와대가 정확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국민이 30만명이나 동의한 청원에 ‘삼권분립’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6분 내로 끝낸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권분립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청와대가 사법부 재판에 개입해 판결에 영향을 미쳐달라는 요구가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며 “지금 왜 이런 청원이 올라오는지 ‘인지’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서 비전문가의 답변이 아닌 법률 관련 전문가 참여하에 제대로 된 답변을 원하며 말뿐인 노력하겠다가 아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로드맵 또는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청원에는 24일 기준 5만3900여명이 동의했다.

문제는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이 곰탕집 사건과 큰 방향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희망 요망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성범죄피해자의 집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 ▲더 이스트라이트 폭행 등의 네 건의 청원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23만4000명의 동의를 받은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처벌 관련 청원은 ‘소년법’에 관한 내용이다. 14세 미만 미성년자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 현행법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최근 들어 미성년자의 흉악범죄 건수가 증가하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담긴 청원이 이미 여러 차례 올라온 바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의 경우 심신미약을 내세우는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느슨해지는 현 상황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이다.

성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달라는 청원도 현행 법체계와 관련 있다. 형사소송 판결문이 가해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심지어 휴대전화 번호까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담으로

일각에선 최근 연예인 구하라씨 사건과 관련,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의 답변과 곰탕집 사건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비판도 불거졌다. 해당 청원에 대해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직접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청와대가 답변해야 할 청원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취지는 살리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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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