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화류계 신상털이’ 천태만상

남편은 오피스 단골 부인은 접대부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서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정보량이 폭증하는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게재하는 ‘신상털이’다. 화류계 관계자들은 1순위 표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최근 들어 흔한 일이 됐다. 대형 사이트 가입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SNS 비밀번호도 속수무책으로 털린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점차 무감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에 내 개인정보가 게재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민감한 정보라면 타격은 더욱 커진다.

SNS로
신상공개

일반인의 감추고 싶은 정보를 SNS에 무단으로 게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SNS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당사자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하나의 정보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종류의 SNS로 빠르게 퍼져 나간다. 

잘못된 정보일 경우에도 사후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SNS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하는 경우도 빈번해, 확산 경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피해자는 화류계 관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화류계서 일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 모두 표적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화류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에 대한 신상털이가 타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화류계 정보가 SNS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그 사이 일반인의 신상 정보는 빠른 속도로 돌고 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만큼 전파 속도에는 가속이 붙는다. 나중에 가서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유포자가 검거돼도 신상 정보가 거론된 당사자의 피해는 보상이 불가능하다. 

SNS를 떠다니는 자신의 정보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거론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유흥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개설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흥탐정은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전화번호를 제공하면 그 번호로 유흥업소에 다녔는지 여부를 확인해줬다고 한다. 사이트는 8월에 개설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9월부터다.

성매매업소 기록 알려준다
돈 받고 민감 정보 건네줘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흥탐정을 운영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거래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36)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남자친구나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정확히 알려준다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유흥탐정은 개설 초기 3만원, 이후에는 5만원가량을 입금하면서 남자친구나 남편 등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성매매 기록을 조회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된 정보는 성매매업소 출입 여부만이 아니었다. 방문 날짜, 통화내역,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남성의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기록이 전달됐다.
 


A씨는 ‘골든벨’서 이 같은 정보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골든벨은 전국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이용하는 성매매 단골손님 데이터베이스다. 서울경찰청에서는 앞서 성매매 단골과 경찰 등 무려 1800만개의 전화번호를 축적한 DB업체를 검거했다. 

또 유흥탐정이 이 업체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유흥탐정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골든벨은 경찰 단속이나 악성 손님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처음 적발 당시 DB에는 500여만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당사자는 전국 성매매 업주에게 월 사용료 5만원을 받고 팔았다. 

업소 DB
골든벨 이용

2015년 11월부터 2017년 5월에 이르기까지 챙긴 돈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이른바 고객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의혹을 받은 서울 강남 성매매 알선 조직 총책이 잡혔다. 당시 그가 관리했던 명단에는 22만명의 개인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성매수자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옆에 차종, 만난 장소, 직업 설명 등이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업소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암암리에 퍼진 정보라고 한다. 문제는 명단 속 정보가 인터넷 등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수백 명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명단을 공유하고 있고, 유흥탐정이 이 명단을 돈벌이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슷한 사례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유흥탐정이 검거됐지만 모방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최근 텔레그램 등에서는 유흥탐정과 유사한 계정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원래 성매매업소서 일하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유흥탐정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신종 범죄 수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흥탐정보다 그를 모방한 아류들이 더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월23일부터 9월3일까지 12일 만에 800여 건의 의뢰를 받았다. 이 과정서 수익은 3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찰은 현재 활동 중인 유흥탐정 아류업체들은 수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꼬리만 잡고 몸통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의뢰한 사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흥탐정 A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또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똑같이 처벌하고 있다.


타인의 민감정보가 무분별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패치가 온라인을 달궜다. ○○패치는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서 이름을 따왔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보도가 많은 <디스패치>처럼 폭로성 게시글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게 바로 강남패치다.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6∼7월경 만들어진 SNS 계정이다.

강남, 한남…
패치들 등장

강남패치 운영자 B(24)씨는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이 실제로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스폰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폭로, 관련된 일부 연예인들을 거론했다. 특정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사진까지 버젓이 게시된 글은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SNS에 올라오는 글은 B씨가 직접 쓰거나 제보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예인도 강남패치 계정에 거론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한류스타, 아이돌그룹 멤버, 유명 배우 등이 유흥업소 종사자와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언급됐다. 유명 스포츠스타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 양 적혀 있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의 글은 SNS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강남패치에 언급된 이들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몇몇 블로거들은 강남패치 계정 글을 그대로 따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두기도 했다. 

강남패치에 이름이 오르내린 연예인이 명예훼손 소송, 경찰이 수사 가능성을 말해도 B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계정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하기도 했다.
 

강남패치를 본떠 만든 한남패치(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한남충+디스패치)도 등장했다. 강남패치와 한남패치는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오메가패치, 실제 성병에 걸렸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이름과 나이, 성병의 종류를 공개하는 성병패치, 유흥업소에 가는 것을 즐긴다며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한 논현패치 등 유사 계정이 쏟아졌다.

이 과정서 일반인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인 피해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게재된 글로 사회적 이미지 등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계정에 올라온 글을 접한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이 해당 내용을 사실로 받아 들여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자 경찰은 결국 수사에 나섰다.

2016년 8월 경찰은 강남패치와 한남패치 운영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패치 계정에 100여명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폭로하는 사진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B씨를 체포했다.

마구잡이로 신상공개
사이트 운영자 쇠고랑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제보를 통해 입수한 여성 피해자의 과거 유흥업소 종사 경력, 스폰서를 만나 잘 살고 있다는 내용과 피해자의 사신을 올려 유포하는 등 약 한 달 동안 100여명의 과거 경력과 사진 등 신상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자신의 계정에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나를 고소하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올리며 “홍보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등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B씨의 범행은 질투심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 조사서 평소 자주 가던 강남클럽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과 질투를 느껴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한남패치 운영자 C(28)씨도 검거됐다. C씨의 범행 동기는 성형수술을 망친 의사에 대한 앙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2013년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다섯 차례나 재수술을 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나고 우울증과 불면, 불안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기 C씨는 강남패치에 올라온 글을 보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고, 그 과정서 자신을 수술한 성형외과 의사를 떠올렸다. 결국 C씨는 비양심적인 남성들을 폭로하겠다며 한남패치를 개설, 일반인 남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개인 신상을 공개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법원은 1심서 강남패치 운영자 B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는 지난해 8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판사는 “B씨는 소문만으로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해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적 영역의 피해자들의 실명, 사진과 함께 개인 신상 관련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면서 익명성에 기대 개인의 인격을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호돼야 하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신상이 공개되며 피해자들은 가정 및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와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반성 대신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피해 결과도 심각해 유사 및 모방범죄까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위정보
심각한 피해

항소심에선 B씨의 형량이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장일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다수의 이용자가 보는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게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해자들의 다수에 이르고 피해 결과 또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해당 게시물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을 비춰보면 허위란 점을 충분히 인식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NS 사생활 폭로 ‘연예인도 당한다’

SNS가 사생활 폭로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몇 연예인의 사생활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공개되면서 나온 말이다. 

누리꾼들은 적나라한 내용에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배우 류화영은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방송인 엘제이(LJ)의 SNS 글로 홍역을 치렀다. 실시간 검색어에 두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주장과 해명이 반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쇼미더머니777>에 출연 중인 래퍼 디아크의 전 여자친구가 디아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에 글을 올려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해당 여성은 이후 ‘합의된 관계’라고 입장을 번복했고 디아크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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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