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한국자산신탁 ‘잡도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16 09:22:58
  • 호수 1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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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의혹 제기 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3년 만에 부활했다. 7개 금융사가 첫 타깃으로 지목됐다. 이중에는 불공정약관 의혹이 제기된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도 포함돼있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지난달 금감원은 한자신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신임 금감원장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 행위를 한 금융사에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첫째 주. 금감원이 한자신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한자신에 머물며 2주가량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한자신의 기본 업무는 물론 인사, 예산 집행 등 관련 사안을 전반적으로 살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자신 관련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업무 부분을 검사했다. 건전성, 리스크, 내부 통제 등 전반적인 사안을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업무
꼼꼼히 들여다봐

이번 금감원 종합검사서 한자신의 ‘갑질’ 의혹도 집중 검사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사정에 정통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의 기조는 금융사들의 갑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감원장도 대외적으로 부당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7월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서 금융회사의 갑질, 불완전판매, 일감 몰아주기, 금리조작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첫 단추가 감독·검사 기능을 강화한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이다. 금감원 검사 인력 20명 이상이 최소 2∼3주 정도 은행 등 금융회사에 머무르며 회사의 전반적인 문제를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검사로 금융사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2015년 2월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금융사의 자율성 강화와 부담 완화를 이유로 약 2년마다 실시하던 종합검사를 폐지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 내부에선 ‘물검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체성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았다.

윤 원장은 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우선 금융사가 정보와 협상력이 열악한 소비자에게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3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 착수 
검사원 2주 회사 상주하며 조사

그는 “고령층에 고위험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전체 검사의 60% 이상을 영업행위 검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원 건수·불완전판매 비율 등 소비자피해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자체 공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불완전판매는) 사전적인 소비자보호장치 틀을 만들고 사후적으로도 소비자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희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종합검사를 받은 한자신은 금감원의 첫 번째 타깃이었다. 지난달 4일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 시범 실시 방안’에서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을 발표했다. ▲NH농협은행 ▲NH농협금융지주 ▲현대라이프생명 ▲미래에셋대우증권(006800) ▲한국자산신탁(123890)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캐피탈, 7개 금융사를 선정했다고 알렸다.


앞서 <일요시사>는 두 차례 기사를 통해 한자신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한자신의 이상한 영업’(<일요시사> 지령 1160호) 보도를 통해 한자신이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 생활 시설 신축 및 분양 사업’서 위탁자의 재산을 쌈짓돈처럼 시공사에게 쓴 의혹을 제기했다. 

하도대금 미지급
방조한 의혹도

부도난 시공사가 하지 않은 공사를, 한자신은 했다며 허위 공사 대금을 위탁자 동의 없이 지급한 의혹이 있다. 시공사에 하도대금 미지급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추가공사가 없었음에도 공사비를 증액하는 등 신탁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위탁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자신 불공정약관 의혹 추적’(<일요시사> 지령 1183호) 기사에서는 한자신이 위탁자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도했다.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약관) 견본 2부와 위탁자들과 체결한 신탁계약서 11건을 입수. 비교·분석 결과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거래위원회서 정한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7개에 달하는 특약 조항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들이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특약에 넣음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복수의 위탁자가 특약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갑질’ 금융사와의 전쟁 선포
신탁부터 인사, 예산 등 점검

금감원도 이런 한자신의 행태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 생활 시설 신축 및 분양 사업’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위탁자 정모씨는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했다’며 진정서를 넣었다. 

금감원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한자신이 신탁법상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답했다. 

신탁사는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충실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한자신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특약 때문에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한자신의 신탁계약서는 현재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가 청구된 상태다. 한자신은 이런 의혹에 당시 <일요시사>와 통화서 ‘정당한 계약’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자신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약관)이다. 특약도 큰 틀에서 같지만, 위탁자와 협의해 이뤄진 계약”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이번 한자신 종합검사를 계기로 그동안 신탁업계 전반에 걸친 불공정약정도 손볼 지 주목된다. 

국내 대기업 건설사의 한 고위인사는 “신탁사들이 대부분 특약으로 위탁자에게 갑질을 일삼는다. 한자신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부동산 신탁사 규제를 풀기 전에 신탁사들의 약관부터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한 특약
계약서 손보나

한자신은 이번 종합검사에 대해 ‘예정된 검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자신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검사를 받는 것일 뿐이다. 언론서 이번 종합검사 대상을 발표했던 9월에 한자신은 이미 종합검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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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