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명장> 자양중 추성건 감독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10.01 10:32:01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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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h?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140km/h를 던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더 우려하고 걱정해야할 일이죠.”
 

김서현 선수를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를 보자마자 추성건 감독이 한 이야기다. 그만큼 그는 선수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작년 청룡기의 영웅이자 두산 베어스의 1차지명자인 곽빈이 재학시절 동안 다칠까봐, 투수로 등판시키지 않고 포수 및 1루수만 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굳이 전지훈련금지를 하지 않아도 자양중은 12∼1월 투수들이 공을 전혀 만지게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사인을 일절 내지 않는다. 선수들이 알아서 사인을 내면 ‘OK, NO’ 표시만 해줄 뿐이다. 추 감독은 선수시절에 야생마 이상훈과 함께 서울 지역 1차지명을 양분할 정도의 타자였으나 부상으로 안타깝게 은퇴를 결정해야 했다. 본인의 전철을 내 아이들에게는 결코 밟게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일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 자양중에 부임했나?

▲6년 정도 된 것 같다.


-현역 시절이 궁금하다.

▲OB 베어스서 시작했다. 첫해에는 적응기를 거쳐서 그럭저럭 잘 했었다. 그런데 3년차 때 서울 개막전서 손목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8월 달에 발목이 분쇄골절을 당해서 수술을 무려 4번이나 했다. 똑바로 걷는 데만 1년이 걸렸으니 2년 동안은 운동장을 전혀 나가지를 못했다. 회복 후 야구장을 나갔는데 공이 안 맞더라(웃음).

-그래도 SK에 가서 잘했던 기억이 난다.

▲(손사래를 치며)잘하기는 무슨…그냥 밥값은 한 정도다. 그때는 한 경기 하고 나면 발목이 아파서 그 다음날에 못 걷겠더라. 인조잔디라고 해도 그냥 아스팔트 비슷해서 충격 흡수가 안 됐다. 그만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듬해 서울고 수석코치로 이동했다.

-중학 야구 지도자를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서 수석코치만 10여년을 하다 보니 중학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나름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고서 대략 10여년 정도를 있었고, 청원고서 2년 정도 있었다.

-중학 야구는 성적 부담이 전혀 없나?


▲그건 아니다.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교에 비해서는 좀 덜하다는 것뿐이다. 또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량향상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잡는 것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 선수를 희생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가 야구를 하는 한 그럴 것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내년 시즌 주축이 될 김서현 선수를 소개해 달라.

▲장래성은 엄청나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부상이 없어야 한다. 빠른공을 던진다고 해서 남들은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김서현은 이제 겨우 15살일 뿐이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이고 뼈, 인대, 관절이 성인 수준의 근력을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빠른 볼을 던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상에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런 것을 염려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140km/h를 던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거의 안낸다고 들었다.

▲안낸다.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 흐름을 잘 읽는다. ‘내가 지금 치고 싶다’ ‘도루를 하고 싶다’ 등의 사인을 도리어 나에게 낸다. 그럼 내가 역으로 사인을 주는 형식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게임에 몰입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훈수 두듯이 장기를 두면 더 잘 보이듯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선수를 관리하는 노하우에 대해 듣고 싶다.

▲일단은 아침에 체크를 한다. 아침에 안 좋은 친구들을 체크하면 웜업부터 선수들이 알아서 뛴다. 줄 맞춰서 반 강제적으로 러닝을 시키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은 애들은 빨리 뛸 것이고 컨디션이 안 좋은 친구들은 늦게 뛸 것이다. 그럼 그 모습을 코치들이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선수들 개개인을 가르친다. 나도 아마 때까지는 부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프로 가서 2번 정도를 크게 다치고 은퇴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자양중은 투수들의 러닝이 없는 학교라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몸 관리다. 어느 쪽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답이 없다. 10월부터 대략 세 달간은 몸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가장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캐치볼, 몸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세부적인 기술적인 부분들은 선수 개개인이 시합에 들어가면 알아서 하게 돼있다. 우리 팀은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캐치볼, 몸의 밸런스, 기본기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년 두산 베어스에 1차지명된 곽빈이 자양중 출신이다.

▲(곽)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투수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좋은 선수다. 그런데 너무 빨리 많이 컸다. 그래서 나는 포수를 시켰다. 그리고 1루수도 시켰다. 아마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자 시즌이 끝날 때쯤 투수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투수를 하면 넌 분명히 다친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진짜로 다치더라. 고등학교 갈 때 큰 부상은 아니지만 다쳐서 거의 1년을 재활을 했다. 투수들은 공을 빠르게 던진다고 좋은 게 아니라 빠르게 던진 만큼 인대라던가 잡아주는 근육의 근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중학생들이 근력이 어디 있는가.

-중학교 선수들의 무엇을 보고 타격에 재질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나?

▲신체조건은 두 번째고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밸런스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애들이 있다. 타격을 하기 전의 준비동작이 그것이다. 준비동작이 좋으면 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좋다. 하지만 준비동작이 나쁘면 치는 것이 나쁠 수밖에 없다. 첨언하자면 폼하고는 관계가 없다. 

나는 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방망이는 제대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그냥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밸런스로 풀스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헛스윙을 하던, 공을 맞추던 말이다. 투수의 공을 잘 보는 것, 풀스윙을 돌리는 것, 그 풀스윙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밸런스 이것이 내가 보는 좋은 타자의 요건이다.


-선수들은 잘 따라오나?

▲비유를 잘 해줘야 한다. 스프린터와 마라톤 선수의 예를 든다. 마라톤 선수는 빨리는 못 뛰지만 멀리는 갈 수 있다. 하지만 근육이 그렇게 형성이 되어버리면 빠르게는 못 뛴다. 하지만 스프린터들은 정말 폭발력 있게 뛴다. 훈련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0%로 타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윙을 100개를 하라고 하면 10개는 풀스윙을 하겠지만 90개는 70∼80%로 스윙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마라톤 선수다. 근육이 어떻게 되겠는가. 빠른 스윙을 못하게 된다. 70∼80%로 50개를 치지 말고 10개를 치더라도 풀 스윙으로 치라고 나는 이야기한다.

-과거 인터뷰를 검색하던 중 ‘실패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내가 한 말이 맞다. 실패해봐야 자기들이 알아서 열심히 한다. 이 아이들이 지금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지금 높이 올라가서 나중에 떨어지면 많이 아프다.

-중학교는 성적보다 다른 명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일단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일반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공부 수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서 더 열심히 한다. 중학교서 야구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자기들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변하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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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