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에 남은 과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21:49
  • 호수 1186호
  • 댓글 0개

문-김-트 서울서 모이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적인 9·18남북평양정상회담(이하 평양회담)이 막을 내렸다. 11년 만에 평양서 만난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며 한반도 평화가 머지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발표된 평화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합의였다. 두 정상은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비핵화’와 ‘종전’이라는 다음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8시6분경 청와대 관저를 나선 문 대통령은 오전 8시23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으며 공군1호기에 탑승했다.

숨 가빴던
평양회담

문 대통령은 서울공항서 평양으로 출발할 당시 별도의 성명이나 대국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륙에 앞서 환담장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남북이 자주 만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정례화를 넘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나는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는 이날 오전 9시49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장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직접 마중 나왔다. 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함께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김 위원장이 공군1호기로 다가서자 공항 곳곳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평양 시민들은 꽃술과 한반도기, 인공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환영인파 뒤로는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인사 과정서 문 대통령을 힘껏 포옹한 뒤 뺨과 뺨을 부딪치는 서양식 ‘뺨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부장과 함께 공항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던 화동들은 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인사와 함께 30초가량 대화를 나눴고, 뒤이어 북한군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나란히 미리 준비된 벤츠 차량으로 걸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서 자신을 반기는 평양 시민 일부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일부 시민은 이에 상기된 표정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깜짝 차량 동승회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방북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50여분간 함께 승용차를 타고 동승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동승회담은 보좌진 없이 진행돼 과연 그 차량 안에서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을 모았다.

파격의 3일
세계도 관심

두 정상을 태운 차량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영빈관을 에워싼 평양 시민들은 정상들이 탑승한 차가 다가오자 도로 앞까지 달려 나가 꽃을 흔들며 환호했다. 두 정상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카퍼레이드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별도로 오찬을 가진 후 오후 3시45분부터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서 1일차 회담을 시작했다. 우리 측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고 북측은 김 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 후 두 정상은 만찬자리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의기투합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입을 연 김 위원장은 “민족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며 평화의 새 시대, 민족번영의 새 역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려는 굳은 마음을 안고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분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우리들은 좋게 출발한 평화번영의 새 역사를 지속해 나가며 북남관계서 꽃피는 봄날과 풍요한 결실만이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화답으로 “오가는 거리마다 뜨거운 환영을 보내준 북녘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 도착해보니 평양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대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과 평양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경제를 발전시켜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성취를 알 수 있었다”고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재회한 두 정상 “반갑습니다”
평양선언문서 비핵화 의기투합

평양회담 둘째 날인 지난 9월19일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발표했다. 합의서에는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보건의료 협력 즉시 추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협력 ▲연내 동서철도·도로협력 착공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두 정상이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 협력키로 했다.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키로 했다.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도 진행한다. 두 정상은 합의서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들의 상시 상봉을 위한 상설면회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소하는 데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 같은 조치가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함이라며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파격적인 합의 내용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평양회담 둘째 날 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며 “가까운 시일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협력
미국 반응은?

평양선언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이 발표되자 세계의 눈은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미국이 이를 얼마만큼 신뢰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의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은 남북과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의 당사국이다. 이에 완벽한 의미의 종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후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조치 후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서 중재외교를 펼쳐온 이유다.
 

평양회담 합의서에는 종전선언이 빠졌다. 앞서 두 정상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선언문에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키로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북미 간 논의사항이자 미국이 부담스러워하는 종전선언 문제를 남북 주도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 북측은 미국이 6·12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해 비핵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서 상응조치란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만족한 트럼프 종전까지는 “글쎄”
바빠진 폼페이오 북미회담 가시권

문 대통령으로부터 평양회담 결과를 전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현지시각)뉴욕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무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서 11월 중간선거 이전 김 위원장과 워싱턴서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폼페이오 장관이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남을 가져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높였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연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비핵화와 종전의 당사국이 모두 서울에 모인다는 점에서 두 문제가 동시에 타결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다만 남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에 대한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는 점에서 실제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비핵화·종전
동시 타결되나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3일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어떤 양보를 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 각자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간 것 자체를 양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양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핵리스트 신고를 확약받길 원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옥에 티’ 백화원 욕설 파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18일 평양 백화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지X하네”로 추정되는 욕설이 송출돼 파문을 낳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남북 정상회담 도중 “XX하네”라고 욕설한 카메라기자를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추석 연휴를 뜨겁게 달궜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정황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