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통계로 본 한가위 진화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55:44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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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나누던 시절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빠르게 변했다. 특히 10년간 추석 풍경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도 많아졌으며, 당일 귀성·귀경이 대세다. 추석 연휴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서 발간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사회상 변화’ 리포트로 오늘날 추석 풍경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변한 만큼 추석도 과거와 비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추석은 경제적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리포트를 통해 “소득의 향상, 새로운 기술의 등장, 인구구조·사회인식의 변화 등으로 추석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사회적 측면서 추석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는지 살펴봤다. 추석과 관련 통계 지표들은 약 10년 전 인 2006년과 2016년의 것이다. 더불어 올해와 지난해 나온 각종 통계로 변화상을 비교했다. 

떠나자! 해외로

추석 기간 중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급증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기간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이 2006년 1.2%서 2016년 3.1%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걸쳐 있는 9, 10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0%로 급증했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축된 2008∼2009년 역성장을 했지만, 2010년 이후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석 기간 해외여행이 증가한 건 연휴가 길기 때문이다. 연휴가 길수록 내국인 출국자수는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추석이 3일이었던 해의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추석이 3일 이상이었던 해를 보면 내국인 출국자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약 10.0%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추석 사회 변화 보니…
여행, 나홀로, 당일치기 등 바뀐 풍경

지난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임시공휴일, 대체공휴일에 한글날까지 겹쳐 총 10일간의 휴가가 이어졌다.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가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늘어났다. 

역대 최장인 10일로 지난해 사람들은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0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내국인 출국자 수(32만명)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역시 추석 연휴 해외 여행객들이 늘지 주목된다. 올해 추석연휴는 연차 이틀을 사용하면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해외 여행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었다”며 “이번 추석 연휴 때는 하루 평균 기준으로 역대 추석 연휴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해외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온종일 방콕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나홀로 추석’이 늘었다. 평균 가구원 수는 10년 전인 2006년 2.94명에서 2016년 2.58명으로 약 0.36% 감소했다. 2006년 당시만 해도 4인 가구가 가장 일반적이었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해 가구 형태가 변하고 있다. 

가구주 평균연령은 2006년 48.4세서 20016년 53.2세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령 가구 비중은 2006년 15.1%서 2016년 19.8%로 4.7%가 급증한 추세다. 

나홀로 추석 즐기기가 늘어가고 있지만, 만혼과 비혼의 일상화, 명절 스트레스, 명절 지출 부담 등의 이유로 고향에 가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만큼 명절 연휴를 혼자서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명절 기간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고립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추석 등 명절 기간 사회적 고립과 소외 등을 느끼는 고령층들도 늘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전년도 보다 7만1000가구 늘어난 129만4000가구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에게 추석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날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지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독거노인이 급증한다. TV서 종일 가족을 만나 반갑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나를 찾는 사람은 왜 없나,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률은 전 세계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통계청 조사결과 국내 독거노인의 15%가 자살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면 충분

추석 당일 귀성·귀경이 과거 대비 늘어났다. 추석 당일 귀성객 비중은 2006년 27.7%서 2016년의 경우 51.8%로 크게 증가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하루 후 귀경객 비중도 2006년 60.7%서 2016년 67.0%로 늘었다.  

귀경·귀성 시 자가용, 일반 열차, 시외버스 이용은 줄었다. 반면 비행기, 고속열차 등 이용은 늘었다. 추석 기간을 이용한 교통수단은 10년 전(2006∼2016년)과 비교해 고속열차가 1.6%서 2.5% 상승했다. 비행기는 1.3%서 5.1%로 크게 늘었다. 

반면 자가용은 85.2%서 83.9%로 감소했다. 일반 열차는 4.2%서 1.8%, 시외버스는 2.3%서 1.0%로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당일 귀성·귀경이 증가한 건 기술 발전과 도로망 확충 등이 이유로 풀이된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등으로 교통 정보를 얻기 쉬우며, 이 때문에 고속도로 주요 구간 소요 시간 등이 줄었다. 

2006년 추석 기간 도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TV(55.7%), 라디오(28.4%) 등의 매체에 의존했다. 2016년에는 교통 상황 안내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63.1%), 내비게이션(8.1%)을 이용했다. 스마트폰 이용률은 기존 매체를 뛰어넘었다. 


도로망 확충, 정부의 특별교통대책 시행 등은 귀성·귀경 소유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귀성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5시간5분이었지만, 2017년 3시간10분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8시간40분서 6시간으로 단축됐다. 귀경길의 경우 서울/대전 소요시간은 2006년 7시간서 2017년 3시간30분으로. 서울/부산 소요시간은 동 기간 9시간50분서 7시간 20분으로 줄었다. 

가벼운 지갑

추석 상여금 지급액은 늘어나고 있으나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추석상여금 지급액은 금융위기 영향서 벗어난 2012년 이후부터 비교적 빠르게 늘었다. 2016년 104만4000원, 2017년 105만1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중은 2013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에 줄어들었다. 올해는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인 기업이 48.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880개사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 48.9%가 ‘추석 상여금을 미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지급한 기업은 54.5%로 올해는 이보다 5.6% 감소한 수치다. 직원 1인당 상여금 평균은 62만원으로 2017년(66만원), 2016년(71만원)보다 줄었다. 상여금 지급액은 기업 형태별로 대기업이 평균 119만원, 중견기업 76만원, 중소기업 59만원의 순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인식도 급변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연휴 보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상여금 지급 계획도 대기업은 60.9%가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대답했지만 중소기업은 48.6%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상여금을 미지급 기업(450개사)은 그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5.1%),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9.8%), ‘지급 여력이 부족해서’(28.7%), ‘불경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20.9%), ‘상반기 성과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8.2%), ‘연말에 별도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어서’(4.7%)의 순이다. 

장바구니 부담

주요 성수품들의 가격이 10년 전 보다 큰 폭으로 올라 가계의 추석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났다. 추석 기간 과일, 육류, 견과류 등 수요가 급증한다. 추석의 경우 주요 과일류의 수확기여서 설날보다 소비 변동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946.1%, 사과 246.7%, 견과류 96.0%, 소고기 140.1%, 돼지고기 32.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06년 추석 기간과 비교해 2016년 성수품들의 가격은 농산물 40.7%, 축산물 46.8%, 수산물 54.6% 올랐다. 동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인 25.8%를 상회했다. 
 

2006년과 비교해서 2016년 추석 기간 농산물인 배추(223.0%), 밤(75.2%), 도라지(44.3%), 고사리(40.5%), 배(40.3%), 사과(6.0%) 가격도 올랐다. 수산물인 조기는 63.7%, 오징어 56.2%, 고등어43.8% 증가했다. 축산물인  쇠고기는 38.0%, 돼지고기 54.3%, 닭고기 52.8%로 가격이 올랐다.

쓸쓸한 노인들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국내 경제의 활성화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 방안으로 ▲변화하는 추석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가구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 ▲여행객들의 수요에 맞는 관광 기반을 갖춰 추석 기간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소비를 국내로 돌리려는 노력 필요 등을 제시했다.

이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고령층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을 육성 및 활성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노인 여가 산업 정책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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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