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마을여행 ③제천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

기암괴석 사이로 노를 저어라!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까운 비봉산 정상에서 호수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하거나,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누비거나, 청풍랜드 번지점프대에 올라 호수를 향해 뛰어내린다. 몇 해 전부터 청풍호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생겼다. 카누나 카약을 타고 기암괴석 사이로 노를 저으며 하늘과 바람, 산과 물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자리 잡은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이하 청풍호 체험장)에서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선착장에서 10분쯤 노를 저어 나가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 옥순봉을 만난다. 가까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옥순대교가 있고, 멀리 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산이 보인다. 가이드이자 안전 요원이 모터보트를 타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니, 셀카 부담 없이 느릿느릿 풍경과 여유를 만끽하면 된다.

 

여유 만끽

제천시가 조성한 청풍호 체험장은 수산면 주민이 설립한 수산나드리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한다. 주민이 합심해서 자발적으로 만든 사업체가 지역 관광을 주도하는 ‘관광 두레 사업’의 일환이다. 2013년에 시작한 관광 두레 사업은 현재 49개 지역에서 160여개 주민 사업체가 참여 중이다. 주민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관광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사업체 발굴부터 경영 컨설팅까지 정부가 밀착 지원한다. 지역 관광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에도 힘쓴다.


수산나드리영농조합법인은 청풍호 체험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관광사업을 벌인다. 체험장 안에 수산농특산물직판장을 운영하고, 체험장 가까이 전통 스포츠 국궁을 즐길 수 있는 옥순정국궁장을 열었다. 국궁장과 함께 운영 중인 체험장에는 목각, 비누, 방향제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국궁장은 수령 60년이 넘은 측백나무 수천 그루가 숲을 이루는 측백나무숲길과도 연결된다. 천천히 걸으며 아름다운 측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시면 숨 가쁜 도시의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쉬고 싶다면 슬로시티수산체험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자. 물과 산을 벗 삼아 시간도 쉬었다 가는 제천시 수산면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마을이기도 하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제비 가족이 모여 산다. 몇 년 전부터 제비 집을 보호하면서 제비가 늘어나고, 제비를 모티프 삼아 마을 벽화 작업도 진행해 그야말로 ‘흥부네 제비 마을’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손바닥만한 마을을 느릿느릿 걸으며 곳곳에 그려진 제비 벽화 사이로 진짜 제비가 둥지를 틀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 옥순봉
레포츠·자연·역사 등 다양한 체험

마을의 폐교를 활용해 만든 숙소에는 커플부터 단체, 가족까지 머물 수 있다. 지난해 말에 리모델링을 마친 숙소는 고급 콘도 부럽지 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숙소 앞의 커다란 달팽이 모형은 슬로시티수산의 상징이다. 마을 여기저기 있는 달팽이 표지판은 이곳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인증한 슬로시티임을 알려준다. 느릿느릿 마을 산책하기, 쉬엄쉬엄 숲길 걷기, 놀멘놀멘 카약 노 젓기 모두 슬로시티수산에서 가능한 느린 체험이다.


지금까지 청풍호를 느리게 즐겼다면, 이제부터 색다르게 즐겨보자. 청풍호 체험장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청풍랜드는 62m 높이에서 청풍호를 향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이젝션시트, 반원을 그리며 창공을 나는 빅스윙 등 짜릿한 레포츠 시설을 갖췄다. 호수 위를 날아가는 케이블코스부터, 거대한 인공 암벽장까지 그야말로 익스트림 레포츠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이 어떨까.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비봉산 정상까지 왕복 약 5km를 40분가량 운행하는 체험형 모노레일이다. 올해 말까지 비봉산케이블카 공사로 정상에는 올라가지 않으나, 정상 인근에 이르면 속도를 늦춰 그림 같은 청풍호를 감상할 수 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도 급경사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느리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모노레일의 짜릿함이 부담스럽다면 충주호관광선을 추천한다. 청풍나루에서 출발해 장회나루를 돌아오는 1시간30분 코스는 청풍호의 하이라이트인 옥순봉과 구담봉 등을 모두 볼 수 있어 좋다. 오랫동안 뱃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충주나루에서 출발하는 4시간20분 코스, 시간이 별로 없다면 월악나루 인근을 도는 1시간 코스 등 다양하다.

청풍문화재단지

레포츠보다 역사나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청풍문화재단지가 좋다. 충주댐 건설로 청풍호가 생기면서 물속에 잠기는 마을에 있던 문화재를 원형대로 이전·복원한 곳이다. 고려시대 관아 건물인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528호),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546호), 제천 청풍향교(충북유형문화재 64호) 등 문화유산과 옛집, 석물이 새로운 마을을 구성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옥순정국궁장→측백나무숲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옥순정국궁장→측백나무숲길
둘째 날: 청풍랜드→청풍문화재단지→충주호관광선→청풍호관광모노레일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제천문화관광 https://tour.jecheon.go.kr
- 청풍랜드 www.joy2002.com
- 충주호관광선 www.chungjuho.com    

문의 전화
- 제천시관광안내 043)641-6731~3
-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 043)646-8311
- 청풍랜드 043)648-4151
- 충주호관광선 043)851-7400
- 청풍문화재단지 043) 647-7003
- 청풍호관광모노레일 043)653-5120~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32회(06:3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953번 버스, 괴곡 정류장 하차, 약 2시간 소요.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its.jecheon.go.kr, 
기차: 청량리역-제천역, 무궁화호 하루 15회(06:40~23: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남당초등학교(제천역) 정류장에서 953번 버스, 괴곡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제천시버스정보센터 http://its.jecheon. g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신평 JC→남제천 IC→수산사거리→원대삼거리→청풍호카약·카누체험장

숙박 정보
- 슬로시티수산체험마을: 수산면 월악로 26길, 043)647-8311
- 청풍개울가펜션: 수산면 옥순봉로 12길, 043)651-5517, www.cpgw.kr
- 솔레이크펜션: 수산면 옥순봉로, 010-3121-9496, https://cafe.naver.com/solelake
- 용비어천가: 수산면 옥순봉로 10길, 043)651-8297 

식당 정보
- 수산기사식당(한식): 수산면 월악로 26길, 043)645-8308
- 자드락마을(한식): 수산면 월악로, 043)645-4211
- 자드락한우마을(한우): 수산면 월악로, 043) 645-3366
- 수산관광농원식당(한식): 수산면 청풍호로, 043)648-2277

주변 볼거리
능강솟대문화공간, 옥순봉생태공원, 씨앤씨홀스팜, 상천산수유마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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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