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0)몰락

보위를 넘기다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백제의 의자왕은 계백의 백제군이 신라군에 전멸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은고를 찾아 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술이 들어가자 허망한 마음이 급격하게 일어났고 막 오석산을 먹으려는 시점에 태자 융이 대좌평 천복과 좌평 각가와 함께 들어섰다.

“전하, 조처를 강구하셔야 하옵니다.”

“조처라니?”

“당나라와 신라 군사들이 조만간 사비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칠 듯 보입니다.”


“그런데?”

계획 물거품

“당나라 군사만 없다면 수성하면서 그런대로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나라 장수에게 글을 보내 철수해 달라 간청해보심이 타당하리라 사료됩니다.”

“효과가 있겠는가?”

“효과 여부를 떠나서 당나라의 경우 그다지 열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니 한번 시도는 해봄이 옳습니다.”

“물론 선물도 함께 보내야지요.”

가만히 의자왕과 천복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순간 의자왕이 은고를 바라보았다. 


은고가 손에 들려 있는 오석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태자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거라.”

짧게 말을 마친 의자왕이 이만 자리를 물리라는 손짓을 주었고 세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태자 융이 각가에게 당나라의 소정방에게 보내는 글월을 작성하여 진귀한 음식들과 함께 아무도 모르게 전하도록 했다.

그 때문인지 다음 날 당나라와 신라군이 사비성을 진격하기로 예정되었는데 소정방이 움직이지 않았다.

유신이 급히 소정방을 찾았다.

“왜 움직이지 않는 게요.”

“오랫동안 배를 타서 그런지 몸이 편치 않구려.”

“그게 언제 일이라고.”

말을 하다 말고 소정방의 얼굴을 가만히 주시했다. 뭔가 트집 잡고자 함을 눈치 채고는 은근하게 다가섰다.

“대장군, 당에서 이곳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 줄 압니다. 그런데 누추한 이곳에서 보내게 하였으니 그 심정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송구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부터는 소장이 선봉에 서서 일처리 할 테니 부디 뒤에서라도 소장의 허물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유신의 간곡한 말에 소정방이 은근하게 반응을 보였다.


“이걸 보시오.”

소정방이 백제에서 온 서신을 건넸다. 그를 살피던 유신이 소정방을 의식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혹시 간사한 저들의 술책에 미혹당하시지는 않겠지요?”

“워낙에 간청이 절절하기에.”

“어차피 잠시 후면 이곳뿐만 아니라 백제의 모든 게 대장군의 마음 여하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지요?”


결국 거드름을 피우던 소정방이 유신의 설득에 따라 후군으로 천천히 소부리(所夫里, 부여) 벌판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백제에서 여러 왕자들이 가축과 많은 음식을 가져왔으나 그를 거절하고 진군을 서둘렀다.

태자전에서 막 오석산의 환영에서 깨어날 무렵 다시 태자 융과 천복 그리고 각가가 찾아들었다.

소정방 포섭하려는 백제…김유신 재치로 물거품
의자왕, 은고와 웅진성으로 도망…신하들 한숨만

“어찌 되었느냐?”

물론 태자에게 일임했던 당나라 군의 회유에 관한 이야기였다. 의자왕의 다그침에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말일세.”“송구하옵니다, 전하.”

천보가 고개 숙였다.

“지금 상황은 어떠냐?”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벌써 말인가?”

심드렁하니 대하는 의자왕의 태도가 원망스러운지 어느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의자왕이 은고를 바라보며 곁으로 끌어당겼다.

“어찌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해보도록 하거라.”

“아바마마, 방법이 없사옵니다.”

태자 융이 기어코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 항복해야 한다는 말이냐?”

모두가 답을 하지 않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사이 은고가 의자왕의 품에서 벗어나 정색했다.

“그리할 수는 없사옵니다, 전하.”

“말해보시오, 부인.”

“전하께서는 이 밤을 이용하여 웅진성(熊津城)으로 잠시 피하셔야 하옵니다.”

“그 후에는 어찌합니까?”

태자 융이 마땅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높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임금의 자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웅진성으로 피신하면 저들은 이 선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자 할 겁니다.”

“보위를 태자에게 물려주라고.”

“그런 경우라면 굳이 저들이 전하를 추격할 이유가 없습니다.”

의자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태자를 바라보았다.

“태자의 의중은 어떠한고.”

“아바마마!”

융이 눈물을 쏟아내며 머리를 조아리자 천복과 각가 역시 급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역시 부인이오. 어찌 그런 생각을 해냈소?”

“가만히 생각해 보건데 이미 웅진성으로 도읍을 옮겼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뿌리는 곰에서 출발하였는데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지요.”

“오래전에 고구려의 침입을 받았을 때도 도읍을 웅진으로 옮기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암 그렇고말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융의 어깨가 들썩였다.

“태자는 지금 군대부인의 말씀을 받들도록 하거라. 짐은 지금 태자에게 임금의 자리를 넘기고 이 밤을 이용하여 잠시 웅진성으로 피신할 터이니 태자의 주도로 저들에게 항복을 청하도록 하라!”

“하면 저희들은 어찌할까요?”

대좌평 천복이 고개를 들었다.

“그대들은 새로 보위에 오른 임금 곁에 있어야지요. 웅진성으로는 그야말로 단출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래야 저들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당연하고말고. 경들이 나와 함께 움직이면 저들이 반드시 의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될 것이야. 그러니 보위에 오른 태자 곁에 머물도록 하라.”

얼토당토않은 명령에 할 말을 잃은 융과 신하들이 그저 어깨만 들썩일 뿐이었다. 

그를 살피던 의자왕이 다시 은고를 끌어당겨 힘을 다해 껴안았다.

“그리고 반드시 명심할 일이 있느니라.”

“무엇이옵니까?”

웅진성으로…

“신라가 아닌 당나라에 항복을 청해야 한다.”

“무슨 뜻이옵니까?”

“신라놈들에게 항복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니라.”

융이 가볍게 탄식을 터트렸다.

“당나라야 우리 백제가 상국으로 여겼었으니 여하한 경우라도 체면이 있어 해하지 못할 게야.”

은고가 살며시 품에서 벗어나 오석산을 가져오는 모습을 살피며 융과 신하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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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