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노리는’ 웅진그룹의 무리수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혼자 김칫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섰다. 이를 위해 1700억 규모의 증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웨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관심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웅진씽크빅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코웨이를 되찾으려는 ‘무리수’로 인해 웅진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금 회장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한편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충격적 유증
주가는 폭락

지난 3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31일 타법인 취득자금 1690억5000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보통주 4200만주,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4025원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올해 11월29일이며,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웅진씽크빅의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코웨이 인수 자금 확보다.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은 이번 유상증자에 400억원을 출자하고 초과 청약도 진행키로 했다. 웅진은 웅진씽크빅의 최대주주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주사인 웅진은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코웨이 인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자금 우려는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코웨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웅진이 약 5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약 1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웨이의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갖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는 것이 컨소시엄 구성의 핵심 목표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자금조달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에 금전대여 등은 각자 이사회를 거치는 등 복잡다단한 구조를 취할 경우 가능할 수 있겠지만 외부서 보기에 향후 개별회사 입장서 배임 등의 우려도 있어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700억 규모 증자…인수 움직임에 냉랭
남은 1조원은 어디서? “또 휘청거릴라”우려

이날 시장에선 매수 주체로 나서게 된 웅진씽크빅 주가가 25.3%(1660원)나 하락하면서 4900원으로 마감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5000원대 주가가 65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시가총액 2300억원 안팎의 회사가 총액의 75% 수준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부담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컨소시엄까지 구성했지만 코웨이를 인수하기까지는 추가 자금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웨이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웅진그룹의 자금 능력를 감안할 때 코웨이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점도 윤 회장이 인수 행보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정수기·공기 청정기 렌털기업인 코웨이는 원래 웅진그룹 소속이었다. 아직 웅진코웨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웅진그룹은 한때 웅진코웨이를 내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웅진은 지난 2012년 9월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영역 확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에는 법정관리서 벗어나기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렌털사업부 코웨이 지분 30.9%(주당 5만원·1조2000억원)를 매각했다. 

“다시 돌리겠다”
업계는 부정적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정수기 사업 겸업 금지와 우선매수권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은 MBK파트너스가 시장서 코웨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포괄적 권리다.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가 맺었던 겸업금지 시한은 올해 초 끝이 났다. 그 시한이 끝나자 웅진은 바로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잃은 웅진은 수년간 절치부심했다. 

어느 정도 다시 기력을 회복하자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고, 그 시작이 코웨이 재인수였다. 다시 대들보를 찾아와 예전의 웅진그룹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은 그동안 잊혀질 만하면 코웨이를 놓고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코웨이를 두고 인수합병시장에서 ‘윤석금이 찜해놓은 곳’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웅진은 7월에도 공시를 통해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코웨이를 놓고 “아직은 짝사랑이지만 꼭 들고 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웨이는 2분기에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기업들이 렌털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상황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이다. 국내서만 SK그룹의 SK매직,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렌탈케어 등이 렌털사업을 벌이면서 경쟁 심화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소송으로 감정
“김칫국 아닌가”

코웨이는 해외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6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해 해외에 기반을 마련해 둔 만큼 다른 렌털회사보다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웅진은 지난 2월 ‘웅진렌탈’이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정수기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렌털 시장은 코웨이를 비롯해 LG와 SK매직 등의 입지가 공고했다. 웅진렌탈의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코웨이의 국내 계정 수는 584만 개에 이른다. 특히 코웨이가 성과를 내는 해외시장 기반이 대부분 웅진코웨이 시절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아쉬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시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무척 부정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코웨이 재인수를 선언했을 때와 비교해 사정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 물론 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는 했지만 인수합병(M&A)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스틱인베스트먼트 유치만으로는 전체 판도를 뒤집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무엇보다도 코웨이의 주인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가 중요하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굳이 코웨이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코웨이의 실적이 무척 좋기 때문이다. 코웨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606억원에 달했다. 국내 렌털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도 여전하다. 

게다가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소송전을 벌인 적도 있어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웅진은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한 것을 두고 “우선매수자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서 법원은 “이 사건 매각은 특정인을 상대로 하지 않은 장내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모두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수년간 절치부심 “과거의 영광 되찾겠다”
렌털시장 독보적…MBK “매각 이유 없어”

웅진을 바라보는 MBK파트너스의 시선도 불안하다. MBK파트너스는 웅진이 코웨이 인수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웅진의 인수 선언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해도 굳이 불안한 매수자에게 넘길 이유는 없다. 

사실 MBK파트너스의 입장에는 코웨이를 이렇게 팔 이유가 없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5년간 코웨이에 투자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가장 좋은 시기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고 팔면 된다.

더 많은 이득을 위해선 경쟁입찰이 최선이다. 웅진 혼자 나서는 구도는 MBK파트너스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경험이 풍부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세한 만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웅진의 상황을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인수 자금의 상당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만큼 MBK파트너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팔 마음이 없는데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며 “자칫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회장 거취 논란
공식 직함 없이…

이런 와중에 코웨이 재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 회장의 거취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 웅진그룹 내에서 회장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공식직함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유죄 판결로 인해 2020년 말까지 회사 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지분도 없고, 공식적인 직함도 없는 윤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논란이 생길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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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