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10색’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10명 중 2명은 날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2기 개각과 함께 5개 부처 장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등 10여명의 인사청문회가 연이어 예정돼있다. 이미 야당에선 정면승부를 예고한 만큼 청문회 험로는 불가피해보인다. 여기에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고개를 들면서 쉽게 청문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치열하고도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충돌이 가시적인 데다 청문회를 거칠 후보자들이 1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추후 임명될 1명까지 더하면 총 6명이다.

여야 벌써부터
팽팽한 줄다리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유은혜 의원, 국방부장관엔 정경두 합참의장이 발탁됐다. 여성가족부장관에 민주당 진선미 의원,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내정됐다.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총 5명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민주당 소속 의원인 유은혜 후보자다. 유 후보자는 내정과 동시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맞닥뜨렸고,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유 후보자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정부 2년차에 중책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며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내정과 동시에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지명철회 청원은 지난 6일을 기준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꽤 가시적인 숫자다. 청원자는 유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 지적했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유 후보자는 국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2012년부터 최근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원회)서 줄곧 활동했다. 다만 현장서의 경력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청원자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유 후보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서 전문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소통 능력이나 중재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현안은 뚜렷한 입장차와 첨예한 갈등을 낳는 만큼 이를 수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교육공무직법 제정’에 대해서도 소명했다. 그의 전문성을 지적했던 청와대 청원자가 유 후보자의 법안 발의를 비판하면서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지난 2016년 11월 기간제 교사 등을 정규직화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직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임용 대기 중이거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

유 후보자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에 나섰다. 

검증 대상자만 10여명…여야 대립 예고
후보자들 각종 의혹 고개 “예단 어렵다”


해당 법안의 제3조에는 “교육공무직은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라고 명시돼있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 후보자는 “이번 정부 들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서 다시 발의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법안을 재발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 후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서 지적된 사안 외에 또 다른 의혹들과 마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 후보자가 한국체육산업개발 일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 의원 사무실을 낸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은 ‘국회 교문위원회 소속인 유 후보자가 피감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에 지역구 사무실을 낸 것은 갑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입찰 과정을 거쳐서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라며 “법적인 관계가 성립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후보자는 자녀와 관련된 의혹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유 후보자는 지난 4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들의 병역 문제에 대해선 “고의적 또는 불법적 병역기피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들의 수술 기록과 병역판정신체검사결과 통보서를 공개했다.

유 후보자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만 14세였던 지난 2011년 8월30일 유도 연습을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만 17세였던 2014년 9월2일에는 학교서 축구하다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쳐 또 수술을 받았다. 
 

아들의 부상은 고의적 병역 기피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의 아들은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신체검사 당시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파열)로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불안정선대관절’이 고위공직자의 단골 병역 면제 사유라는 점을 내세우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이어
헌재소장까지

유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이다.

당시 유 후보자의 실거주지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이었지만 주소지를 서울 중구 정동으로 옮겼다. 유 후보자는 “딸의 주소지 이전은 보육상 불가피했고,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군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장기용 신부는 지난 6일, 해명의 글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장 신부는 ”또래 아이들 십여 명이 거의 매일 성당 마당과 저의 집에서 놀았다“며 ”그러던 중 초등학교 입학 때에 유 후보자의 딸만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 저의 아내는 이를 측은하게 여겨 유 후보자의 주소지를 저의 집으로 옮겨 학교를 같이 다니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위장전입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자녀의 위장전입 사실을 ‘보육상 목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여론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교육부장관 후보자인 만큼 이를 쉽게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서 송곳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한국당은 ‘현역의원 불패’를 깨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그간 현역 의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곤 했다.

문재인정부의 ‘여성 장관 30%’ 기조에 맞춰 내정된 민주당 소속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성평등 진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반드시 응답하는 여성가족부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관 후보자
5인방 운명은?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진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한 뒤 여성 안전과 관련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라넷’ 폐쇄다. 진 후보자는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바 있다. 

진 후보자는 소라넷에 이어 ‘야딸TV’ 폐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야딸TV는 회원수가 85만명에 달했던 대표적인 음란 사이트였다. 진 후보자는 피해자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야딸TV 등 음란 사이트 3곳을 폐쇄하고 운영자와 공범 일당을 검거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해 몰카 판매 규제법(위장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진 의원의 여가부장관 내정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진 후보자는 청와대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출간한 저서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 등의 발언이 나오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정현백 여가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탁 행정관의 경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 장관은 탁 행정관의 경질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의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사직 의사를 표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반려했다.


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탁 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간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진 후보자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 받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내정했다. 고용 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마주한 때라 이 후보자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이 전 차관의 내정 배경을 두고 전문성에 기인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후보자는 30년 가까이 고용노동부서 근무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줄곧 고용 분야서 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서 고용 지표 개선 방안 등 정책 계획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야권 집중 타깃은 유은혜
여가부 다시 탁현민 공방?

이 후보자는 ‘고용 쇼크’로 불리는 고용동향 개선을 위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 역시 민생 경제 활력에 힘을 쏟는 형국이다. 특히 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등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의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난 고용동향 발표 이후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의 경질 등을 요구하면서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일, 아파트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법무사에 처리를 맡겼지만 결국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0년 서울 강남구 방배동 소재 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에는 매매가를 1억5000만원으로 낮춰 작성해 다운계약서 의혹이 제기됐다. 다운계약서로 취득세 등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격 신고의무제가 도입되기 전 법무사가 당시 관행에 따라 금액을 낮춰 신고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법적 절차는 다 밟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주식 투자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ABL 바이오’ 비상장 주식 16주를 2080만원(1주당 130만원)에 샀다. 

이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1주당 신주 9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했고, 이 후보자의 주식은 1600주로 불어났다. 지난 7일 기준 장외거래 가격으로 1주당 약 2만3000여원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3600여만원인 것으로 예상된다. 석 달여 만에 1600여만원에 가까운 이득을 본 것이다.

일각에선 장외거래가 가능하기 전부터 비상장 주식을 매수한 것은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지인이 다니고 있어 그 회사(ABL 바이오)를 알게 됐으며 장기투자 목적으로 지인에게 주식 취득 방법을 문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임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다. 사법 농단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 후보자의 청문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성부터
고질 의혹 산적

야권은 유 후보자를 두고 ‘이념 편향성’을 제기할 전망이다. 유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자리하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에 야권은 유 후보자의 청문회서 중립성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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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