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오락가락 행보’에 좌초 위기 민주당

갈 길 멀고 날 어두워지는데 선장은 꾸벅~꾸벅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풍’ ‘안풍’에 이어 ‘박풍’까지 불어 닥치며 제1야당 민주당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 후보 박영선 의원을 누른 것. 여기에 손학규 대표의 ‘사퇴 철회 파동’까지 더해져 민주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민주당은 “변해야 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거센 변화와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풍‧문풍‧박풍’에 제1야당 민주당 존재감 상실
젊은 계층 민주당 거부정서로 체질개선 불가피 

‘박원순 바람’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거셌다. 지난 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선출 투표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 이에 당원들의 탄탄한 조직표를 앞세워 ‘박영선의 대역전극’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맥없이 무너졌다.

책임론에 휩싸인 손학규 대표는 고심 끝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민주당은 요동쳤다. 그는 “경선에서 박 후보가 축복 속에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라며 “당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민주당의 혁신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65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사퇴를 극구 만류하자 손 대표는 사퇴를 전격 철회했다. 이렇게 손 대표의 사퇴 파동은 단 하루 만의 해프닝으로 마감했지만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된 모양새다.

탄탄한 조직력
‘민심’에 와르르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지적은 위기상황에서 대안능력이 없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또 손 대표가 경선 패배 직후 비전제시를 하지 못한 점은 리더십 한계라는 지적이다. 사퇴 파동으로 갈지자(之)자 행보를 보인 손 대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당이 재보선과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정치적 임무가 막중한 상황에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번복한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후보 단일화 경선을 통해 젊은 계층이 보수진영인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젊은 계층이 시민후보에 열광하는 모습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필승을 장담하는 민주당에 크나큰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시민후보들에 의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상실되었을 뿐 아니라,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손 대표에게도 치명상을 안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재인안철수 돌풍’이 휘몰아치며 민주당의 유력 잠룡인 손 대표의 지지율은 한순간에 반토막 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여기에 최근 ‘박원순 쓰나미’까지 더해지며 민주당은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게 된 상황이다.

그간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좌우 이념논쟁과 지역갈등을 부추기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는 정치 혐오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기존 정당정치에 혐오와 불신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최근 부패하고 부조리한 정치판을 국민 스스로가 바꿔보자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며 시대정신에 부합한 ‘제3의 인물’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진보 진영
힘 합쳐야 ‘필승’

비정치권 인사이지만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시민후보들이 정계에서 거론될 때마다 국민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블랙홀’처럼 민심을 빨아들여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비교적 진보 색채를 지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여서 유난히 야권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긴박했던 몇날며칠을 보내고 돌아온 손 대표도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터. 전격적으로 재신임을 받으며 지도력을 확보한 손 대표는 앞으로 2개월 동안 당의 쇄신과 1026 서울시장 보선의 승리,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하며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당 쇄신과 야권통합이었다. 심상치 않은 민심의 변화에 민주-진보 진영이 힘을 합쳐 승부를 펼쳐야 서울시장 보선부터 내년 총대선까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꺼져가던 야권통합 전당대회의 불씨도 되살아나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지난 5일 사퇴철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대 민주당은 당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민주당만 보지 말고, 더 큰 시야로 민주당이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품어야 할 것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민주-진보측 통합정당 창당론 다시 고개 내밀어
‘사퇴 파동’ 손 서울시장 당선시켜야 상처 아물듯


그는 당초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작은 민주당에 갇히고자 하지 않았다. 뼈저린 자기 성찰을 통해 더 큰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6일 손 대표는 박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 형식적으로 입당하느냐 안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하셔서 입당문제에 대해 박 후보를 해방 시켜주자는 생각이다”며 “우리는 박 후보가 더 큰 민주당의 후보라 생각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서 나를 비롯해 온 민주당이 몸을 바쳐서 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손 대표의 발언 역시 ‘야권단일후보’란 개념을 ‘대통합의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공간을 민주당에서 벗어나 야권 진영 전체로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때문에 박 후보가 설령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민주당의 후보라고 생각하고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일단이다.

이처럼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두 팔을 걷어붙인 만큼 급속도로 긍정적 합의가 도출될 시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아닌 ‘민주-진보 진영의 창당대회’가 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손 대표는 사퇴 파동을 겪으며 대권레이스와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과 아울러 야권 진영의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어야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 대표는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원유세를 벌일 것으로 보이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박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자임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손 대표와 만난 뒤 “(손 대표가) 그야말로 백지수표를 줬다”며 “(선대위가) 드림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의 선대위를 야당과 시민단체를 망라한 통합형으로 꾸릴 예정이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야권 단일화 경선 합의문에 서명한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시민사회 정당 대표자를 총망라하는 메머드급 선대위가 구성될 예정이라는 것.

범야권 선대위
잠룡 포진 ‘드림팀’

민주당 역시 당력을 모아 박 후보에게 선대위 인력 지원 등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 후보 당선에 ‘올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의 대통합 가능성과 대선주자들의 선거 경쟁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손 대표는 꽤 오래 전부터 본인이 직접 전국을 돌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가 발탁한 인재들이 대거 당으로 들어오면 이른바 ‘호남 물갈이’를 비롯해 인적 쇄신이 대대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히며 당을 ‘암초’ 인근으로 끌고 간 손 대표. 이에 ‘돌아온 선장’ 손 대표의 양어깨에는 좌초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해내야 할 더욱 막중한 책무가 지워졌다.

결의에 찬 손 대표 역시 민주당의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손 대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자존심을 다시 회복하고 무난히 대권가도를 완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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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