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문재인 복안 대해부

묵직한 바캉스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간의 휴식기였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서 비롯된 이슈들이 정국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의 구상에 여러 예측이 오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정례브리핑서 “통상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 콘셉트는 무엇이고 등을 브리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복귀 이후
현안 수두룩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휴가 기간을 군 보안시설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휴가 이후 본궤도에 들어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예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문재인정부 2기와 함께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 2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조직개편이 시작됐다.

우선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3실장·12수석·48비서관 체제서 자영업 비서관 1곳만 늘렸다. 신임 비서관에 대한 인선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이날 “인선이 진행 중”이라며 “어떤 비서관은 내정이 돼서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어떤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편된 조직체계는 실질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출 태세다.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는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현안들과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한 협치내각이나 민생 경제, 기무사 개혁, 종전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른다. 각 사안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할 때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정치적 현안에는 협치내각이 화두다. 협치내각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 야당 인사의 참여를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후반기 국회 정상화에 힘입어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국회를 잠식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건에 달했다. 6·13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서 압승해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고,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존재감을 키워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통해 국회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

휴가 복귀 후 2기 정국운영 본격화
협치내각-개혁법안 연결고리 작동?


국회의 정상화와 함께 여야의 정책대결 레이스가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여론을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정 이슈를 붙잡고 정략적 대결을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전반기 국회처럼 공전국회를 후반기에도 거듭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을 통해 경제 동력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서 협치내각을 내세웠다. 개혁 법안이 적용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범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14석, 정의당은 5석, 민중당은 1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의원 등을 합하면 범진보진영은 156석 안팎이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을 채우지 못한다면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나

청와대는 평화당과 정의당부터 한국당과 바미당까지 아우르는 협치내각을 제안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치내각을 제안한 청와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협치내각이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마주한 또 다른 사안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반영된 만큼 관심이 쏠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고 있는 여야 역시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8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지출 확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선명한 충돌을 보이고 있는 영역은 ‘부자증세·서민감세’ 논란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 3786억원씩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기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약 2배 확대된다. 자녀장려금 역시 기존 106만가구서 111만가구로 증가한다.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활성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위주로 확대해 공제기간도 늘렸다. 고용증대세제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은 500만원을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 공제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서 2년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서 3년으로 확대됐다.


이어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 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귀하게 되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각각 10%와 5%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남성 근로자도 이에 해당되며 아이 1명당 1회에 한해 적용된다. 또한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다.
 

또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사업주의 경우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 공제받고, 근무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다. 성과공유제란 중소기업의 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223억원, 5659억원씩 증가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역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증세가 작용될 예정이다.

세법, 기무사, 북핵 등 곳곳 지뢰
현안 극복 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

여야는 법안 심사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소득주도 성장이 재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효과가 의문스러운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경제를 위해 그동안의 예산 퍼붓기와 조세지출까지 동원돼 염려가 크다”며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정과세 방향 하에 소득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1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 선출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
본격 시행 예정

군 기무사 개혁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세부 문건은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경우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특전사를 비롯한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직접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기무사 실체 파악이 진전되지 않자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하극상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기무사 문건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연결고리를 촛불시위로 보는 만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기무사에 메스를 대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가 복귀 이후 문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비핵화 관련 의제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비핵화 이슈는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의 후속조치 등을 관통하면서 종전선언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회담과 이후 후속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해냈다. 다만 북미 양국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이를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검증이 가능해야만 보상이 오고갈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 문 대통령은 연내 4자 종전선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로 방한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선언 등
외교 현안까지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6주 연속 하락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3∼27일까지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1%로, 전주 대비 1.8%p 하락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에 응답한 응답자는 각각 35.0%와 26.1%였다. ‘잘한다’라는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1.1%였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33.3%를 기록했다. 이는 ‘잘못하는 편’ 15.8%와 ‘매우 잘 못함’에 응답한 17.5%를 더한 값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이후 현안 극복 여부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가상화폐와 남북단일하키팀 논란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5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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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