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문 궁합 보니…

국가 의전서열 1-2위 ‘충돌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회가 본회의를 개의했다. 의회주의자로 통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후반기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규제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선 입법이 보장돼야 한다.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의 호흡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지난 13일 국회는 본회의 개의로 정상궤도에 안착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본회의는 지난 5월28일이었다. 꼭 46일 만이다. 국회는 남북평화무드와 6·13지방선거를 관통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였다. 여야는 선거결과에 따른 재정비 국면에 돌입했고, 원 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원 구성과 의장단
후반기 진용 갖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이 의사봉을 잡게 됐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문 의장을 비롯한 여야 신임 국회 의장단이 내정·선출됐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구축된 것이다.

‘여의도 포청천’으로 불리는 6선의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단독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문 의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자신이 대표적 의회주의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 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싸워도 국회서 싸워야 한다”며 운을 뗐다. 문 의장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며 “집권 1년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치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문 의장은 지난 2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도 협치를 내세웠다. 문 의장은 특히 제1야당과의 협치에 대해 강조했다. 또 정책연합과 같은 소연정과 야당 소속 장관의 임명 등을 언급하며 여야 간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23일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다. 청와대는 ‘협치내각’을 제안하며 야당 인사의 장관 임명 등을 내비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하 김 대변인)은 “여당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다”며 “민주당과 야당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짓기 위해 기다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와 협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협치 내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협치의 범위에 대해선 “좀 많이 열려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키워드가 협치라는 점에서 문 의장의 의지와 상통한다.

문 의장, 개헌·선거제도 개편 전면
청, 개혁입법 두고 협치 내각 제안

청와대는 협치 내각을 내세우며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남북평화와 드루킹 그리고 6월 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에 잠식된 상태였다. 지방선거를 마친 이후 국회가 정상 가동 절차를 밟게 되면서 그동안 밀렸던 현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중 경제 문제가 가장 가시적으로 대두됐다.


6월 지방선거가 종료된 지 이틀 뒤인 지난 6월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팀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간 경제 공방레이스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경제 이슈가 정국을 관통했다. 이는 곧 중앙 이슈로 부상했다. 개혁입법연대의 등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나 여야는 최저임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상승에 발맞춰 후속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사과 발언은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나온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았다.

개혁입법 위해
협치내각 카드

여야는 스스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지난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경제성과를 필두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반면 야당은 경제지표의 낮은 점수를 부각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야당은 경제정당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통해 경제 회복을 노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3대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여겨진다. 

혁신성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 등을 내세우며 개혁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역시 규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규제 혁신 법안이 통과될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5법이 아닌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주장한다. 

이들은 규제프리존법이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보다 먼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규제 혁신 의지가 국회의 문턱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을 제안해 법안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경제회복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협치 내각에 대해선 반응이 제각각이다.


야, 개헌·선거제도 카드로 맞불
향후 정국 따라 행보 주목받을 듯

한국당은 협치 내각 국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인 까닭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대해 “범여권 위성정당 포섭에 나서려는 모양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범여권 위성정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가리킨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협치가 아니라 한국당을 패싱시키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청와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치 내각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국당과 달리 바미당과 평화당은 조건부 수용을 내비추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다. 개헌은 권력 구조의 개편을 골자로 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로 여겨지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다. 선거구제 개편이 개헌과 함께 이어지는 까닭은 선거구제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과 연동돼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당 차원서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 개헌과 선거 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는 한편,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는 협약서 제시를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협치를 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정을 하려면 협약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무조건 장관부터 보내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 역시 선거제도와 개헌을 언급했다. 
 

조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야당 앞에서 장관 한 두 자리를 놓고 유혹하는 것은 협치가 아닌 통치”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협치 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합의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서 “청와대 또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정치적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사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치 내각 두고
개헌·선거구 조건

문 대통령의 협치 내각 제안은 그만큼 개혁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에게 개헌과 선거구제는 부담이다. 특히 개헌의 경우 지난 전반기 국회처럼 ‘이슈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전반기 국회에선 개헌 국회라는 명목으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당시 국회는 개헌 정국을 관통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개헌의 부상은 문 대통령에게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제2의 개헌 정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편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 요구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문 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문 의장은 취임 이후 연이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했다. 두 사안이 청와대와 야당 간 협상카드로 작용한 데에는 문 의장의 발언이 다소 결정적이었다.

문 의장은 지난 17일 제헌절 70주년 경축사를 통해 “국민의 80%가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의장은 18일 취임 기자간담회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문 의장은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개헌의 방향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도출하기 위해 교섭단체대표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근접거리에 합의 사항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맞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하는 배경 중 하나다.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자 하는 문 대통령과 개헌의 불씨를 다시 지핀 문 의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대선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취임 이후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6·13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개헌은 추진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정부 주도가 아닌 국회 주도의 개헌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헌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이 무산될 당시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헌법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 국회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18일, 강병원 원내대변인을 통해 “개헌은 경제민생 입법들을 외면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고, 선거 이후 여야 간 정책대결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개헌 이슈는 자칫 힘을 잃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문 의장의 취임과 함께 개헌 불씨가 되살아났다. 문 의장은 개헌을 연이어 강조했다. 

대통령-의장
개헌에 시각차

그가 개헌 불씨를 쉽게 꺼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의장은 후반기 정국에 국회를 전면 내세울 방침이다. 또 국회 전반기를 청와대의 계절이라 평가하면서 국회 후반기를 국회의 계절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국회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개헌을 불편해하는 청와대의 문 대통령과 개헌을 다시 살려낸 국회의 문 의장이 향후 정국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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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