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입법전쟁’ 여야 충돌 법안 리스트

‘밀리면 끝장’ 외나무 리턴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정책대결이란 큰 틀에서 여야 간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공전국회가 거듭된 끝에 국회 내 계류 법안만 1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여야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국회 원 구성을 매듭지었다. 지각 출범한 국회이지만 이래저래 정상궤도에 안착한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본격적인 정책 레이스에 있어서 충돌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분석했다.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원 구성을 완료했다. 다만 18개 상임위원회 중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26일 본회의를 통해 선출된다. 두 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분리됐다. 기존 상임위원회를 두 곳으로 나누려면 국회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찬열 의원이, 문체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내정됐다. 이어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장단이 꾸려졌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원 구성 완료
정상궤도 진입

여야의 거듭된 정쟁으로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론의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지만 거대 중앙 이슈들이 정치권을 뒤덮었다.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 드루킹 그리고 6·13지방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의 시계는 선거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다만 그 요인이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자체적 성과에 비해 야당의 지리멸렬 등 외부적 요인이 승리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후 여당은 악화된 고용 동향과 마주했다.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정부와 여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민생개혁입법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야당은 이번 선거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적으로 존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야당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집중하고자 한다. 

경제지표 악화와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문제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사용자와 근로자 어느 한쪽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야당은 정책대결을 통해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경제 난관에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면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를 딛고 2020 총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경제정책에 뛰어든 형국이다.

여야는 민생법안, 개혁법안 등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정책대결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향후 여야가 갈등을 보일만한 분야는 ‘규제혁신’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규제혁신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세부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은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바미당의 ‘규제프리존법’이다.

지각 국회 계류 법안만 1만건
정책대결로 정상궤도 진입하나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을 추진 중이다. 규제혁신 5법은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혁신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규제혁신 5법은 혁신성장을 위한 선행과제로 통한다. 정부는 올해 초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신산업 진흥을 꼽았다. 


또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규제샌드박스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 연장선서 규제혁신 5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규제혁신 5법은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을 뜻한다.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우선허용·사후규제’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의 규제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은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에 대한 사후규제를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 테스트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결국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임시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로 이루어진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위한 규제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규제혁신 공감대
법안은 내가 먼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포지티브적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를 네거티브적 규제(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이어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필요성 역시 명시돼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과 지역산업 침체 해소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법에 열거된 규제특례를 한정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지역특화사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지역특화발전특구 대신 지역혁신성장특구제도를 도입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규제혁신 5법은 규제혁파를 골자로 한다. 4차 산업혁명서 비롯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과 규제혁신을 내세우며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규제프리존법’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혁신 5법 처리에 소극적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자체엔 민주당과 이견이 없다. 다만 혁신 5법에 앞서 규제프리존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이 규제프리존법보다 후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27개 지역별 맞춤 전략산업을 지정한 뒤 규제 특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원칙적 허용의 예외적 금지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14개 시·도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다.


규제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규제혁신이라는 측면서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두 법안은 몇 가지 조항서 차이를 보인다.

규제혁신 5법의 경우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규제특례 구역과 기간, 규모 등을 심의한다. 심의 내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환경, 지역균형발전 저해 여부 및 개인정보 등이다. 

반면 규제프리존법은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을 우선적으로 지정한다. 규제혁신 5법은 수도권을 포함시켰지만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점이 다르다.

규제프리존법은 최근 발의된 법안이 아니다. 지난 2016년 5월30일 당시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대표발의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당시 법안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관통했다. 

일각에선 최순실과 규제프리존법을 연결 지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역시 규제프리존법을 ‘최순실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충돌 법안
이번에도 계속?

민주당과 한국당·바미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도 충돌할 예정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발전기본법 역시 규제프리존법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당시 추진됐던 법안이다. 여야는 당시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계류기간만 7년에 다다른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산업·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은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선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보건과 의료부문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의료부문 진출로 인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의료 영리화 방지를 위해 보건과 의료 분야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서 혁신5법과 규제프리존법 그리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극명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혁신이란 큰 틀 안에서 맥을 같이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역시 당시 여야가 보건·의료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접점을 찾았다. 7월 임시국회서 두 사안이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여야가 충돌할 만한 법안으로 방송법이 꼽힌다.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내달 종료되기 때문이다.

규제, 방송…7월 관전포인트
접점 찾기 ‘글쎄’ 공전 전망도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방송통신위원회서 추천·임명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여당과 야당이 각각의 비율대로 이사를 선임한다. KBS의 경우 여야 7:4,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경우 6:3 비율로 이사 추천과 선임이 이뤄진다. 

이같이 선임된 KBS와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들은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한다. 결국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김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서 2년째 발이 묶여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13인으로 구성하고 여야가 각각 7명, 6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또 특별다수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별다수제란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제청할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야당의 동의 없이 공영방송 사장 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당시 야당이었다.
 

방송법을 두고 여야는 이미 한 번 맞붙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여야는 방송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4월 국회가 공전국회가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당시 발의한 내용인 만큼 법안 내용은 야당에게 유리한 편이다. 

오늘날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입장이 바뀐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원안의 통과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방송법까지
난제 수두룩

방송법을 두고 갈등을 겪을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제출한 차악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방송장악을 위한 꼼수”라며 대치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방송법 처리 문제로 국회는 정상가동되지 못했다. 이는 7월 국회 역시 주목받는 대목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오른 7월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누구?

여야는 18개 상임위원장 중 16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합의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된 교육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다. 

운영위원장은 3선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맡는다. 운영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집권당이 자리한다. 민주당은 운영위원장과 안민석 의원으로 내정된 문체위원장을 포함해 총 8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무위원장 3선 민병두 의원 ▲기획재정위원장 3선 정성호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3선 노웅래 의원 ▲국방위원장 3선 안규백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재선 인재근 의원 ▲여성가족부위원장 재선 전혜숙 의원.

대부분 여야 합의
26일 본회의 선출

한국당은 총 7개의 상임위를 맡았다. ▲법제사법위원장 4선 여상규 의원 ▲환경노동위원장 3선 김학용 의원 ▲외교통일위원장 3선 강석호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3선 안상수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3선 박순자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3선 이명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3선 홍일표 의원.

바른미래당은 2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보위원장은 3선 이학재 의원이 선출됐고, ▲교육위원장에는 3선 이찬열 의원이 내정됐다.

민주평화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재선 황주홍 의원이 선출됐다.


<기사 속 시사> 인사청문회, 또 다른 관전포인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 후반기 첫 회의를 열었다. 행안위는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서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당일 청문회를 실시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곧바로 합의·의결할 계획이다.

국회가 청문회 일자를 23일로 결정한 까닭은 인사청문회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임명 심사 또는 인사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부득이할 경우 대통령 등의 요청에 따라 1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달 20일에 도착했다. 이미 심사 기한을 20일 넘긴 상황이지만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오는 23일이 유예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등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3∼25일에 예정돼있다.

정치권에선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의 신상보단 수사 구조 개혁 등 현안에 치중할 전망이다. 다만 대법관 후보자들의 경우 ‘좌편향 인사’와 ‘균형 인사’ 사이에서 험난한 청문회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치 역시 첨예할 것으로 예측된다.

7월 임시국회의 개원과 동시에 시작될 인사청문회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