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조 도박판과 S파 보스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2:10:19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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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판돈이 수백억 ‘도박계 잡스’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동생들은 민간인을 집단 폭행해 구속됐다. 큰형님은 수천억원대 불법스포츠 도박장을 운영하다 붙잡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일으킨 S파 보스 A씨가 수천억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렸다.

지난 5월 전남 광주서 한 남성이 8명에 둘러싸여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구타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폭행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 8명은 모두 S파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큰형님의 대박
알고보니 사기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S파 조직원들이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조직원은 돌까지 집어 들어 폭행했다. 피해자는 폭행당하는 과정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양쪽 눈을 심하게 찔려 실명 상태에 이르렀다. 눈 주위의 뼈도 무너졌으며, 수술 중에 4∼5cm 크기의 나무조각도 나왔다.

S파 조직원들의 이런 만행에 조폭업계에선 ‘어린 친구들이 조직에 돈 좀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폭 관계자는 “S파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불법 도박사이트로 수조원의 돈을 굴렸다”며 “S파 보스는 현재 사이트를 운영하다 걸려 징역을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경찰은 4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폭들을 검거한 바 있다. 사이트를 운영한 조폭이 바로 S파였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해외에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회원 5만여명에게 4조1000억원을 입금 받아 2000억원을 챙긴 S파 조직원 박모씨 등 15명을 지난해 8월8일 구속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사건에 연루 의혹
5만명 4조1000억 베팅…2000억 챙겨

범행으로 거둬들인 수익으로 강남 고급 아파트서 거주하며,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 외제차를 타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 특히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금고에 5만원권을 수북 쌓아뒀다. 경찰은 검거 과정서 현금 14억2400만원을 압수했다.

당시 S파 보스로 불렸던 A씨는 불법 도박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그런데 4조 불법 도박과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S파가 운영한 도박사이트에서 근무했던 B씨는 “경찰도 A씨가 S파 보스로 도박사이트의 실질적인 운영자라는 걸 알았다”며 “하지만 S파 내부서 이미 대신 들어갈 사람들이 다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A씨까지 엮지 못했다”고 말했다.

4조 도박사건 수사 발표에 따르면 S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힌 알바생이나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붙잡힌 알바생이나 직원들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협박 등으로 위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생들이 총대
대신 철창으로

이에 대해 일산 동부경찰서에 당시 수사 상황을 질의했지만 ‘수사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수사 팀장이었던 김선겸 일산동부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은 언론과 인터뷰서 “이 조직은 조직폭력배들이 관리했었고, 3년여에 걸쳐 단속이 되어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영업을 이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A씨가 S파의 보스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A씨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S파 조직원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A씨는 1995, 1997년에 걸쳐 S파 조직원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

또 A씨는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서울 강남 일대서 사설 카지노를 차려 놓고 100억원가량의 도박판을 벌여 거액을 챙긴 혐의로 2011년 8월 경찰에 적발됐다.

이때 A씨 등 S파 조직원들이 ‘롤링’(도박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일)을 하며 알게 된 재력가들에게 도박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당시 ‘도박 개장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등으로 2012년 2월16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출소 후 2013년부터 불법 도박사이트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내외적으로 A씨가 S파의 조직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우두머리’라고 업계에선 입을 모았다. A씨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C씨는 “요즘 조폭은 돈 많은 놈이 ‘오야’(대장)다. A씨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며 “토토계의 ‘스티븐 잡스’로 불린다. 자연스럽게 A씨가 S파의 실질적인 보스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조폭은
돈 많으면 대장”

실제로 A씨는 수백 개의 불법 도박사이트 관리를 S파 조직원들에게 맡기며, 피라미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업계에선 이를 ‘내려준다’고 표현했다. A씨는 각각의 도박사이트를 S파 직계 조직원들에게 내려주며, 지분을 정해 수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직접 사이트를 운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구속된 S파 박씨는 A씨의 직계 조직원이다. 박씨와 A씨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함께 조직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수사에서도 박씨가 도박사이트의 실질적인 총책으로 지목됐다. 박씨가 A씨 대신 수사를 받았던 셈이다.


그런 A씨가 현재 도박장 개설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4조 도박 사건서 A씨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수사를 피해 싱가포르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경찰 수사가 끝날 무렵인 지난해 중순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다른 조직원들이 대신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돌아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검찰은 A씨를 도박장 개설 혐의로 돌연 구속했다. 4조 도박 사건과 별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장개장 등) ‘도박공간 개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꼬리 자르기로 수사망 피해
다른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

혐의가 인정돼 법원은 지난 1월16일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도박사이트의 실질 운영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5월부터 중국 청도에 사무실을 두고 스포츠 경기의 승패 및 달팽이, 사다리 게임을 운영했다. 더불어 A씨는 팀장급 직원들을 두며, 중간 운영자로서 사이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특정 다수의 회원들에게 2217억원을 입금 받았다.

A씨의 혐의는 4조 도박사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먼저 이 판결문에는 A씨가 ‘범행을 계획했다’ ‘사이트를 운영했다’ ‘지휘하여’ ‘큰사장으로’ ‘임금 받았다’ 등의 표현을 썼다. 실질적으로 A씨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고 적시한 것이다.

4조 도박사건 역시 S파가 중국 청도에 도박장을 개설했으며, 사다리, 달팽이 게임 등을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베팅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현지서 총괄하며, S파 출신의 국내 운영자들과 긴밀히 연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간 운영자 및 관리책, 팀장, 홍보, 통장모집책 등으로 나눠 관리한 것 역시 A씨의 사건과 수법이 유사했다.

검 수사 피해
싱가포르 도주

이 때문에 4조 도박 사건과 A씨의 혐의가 ‘한 줄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입장을 듣지 못했다. 다만 A씨의 1심 변호인과 연락이 닿았다. A씨의 변호인은 “현재 A씨의 변론을 맡고 있지 않다. 형사 사건이기 때문에 의뢰인 사건과 관련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파 보스 구속한 검사 ‘알고 보니’ 정홍원 전 총리 외아들

S파 보스 A씨를 구속한 담당 검사가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인 정우준 검사인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정 검사는 ‘드루킹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수사를 맡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업계에선 정 검사가 A씨를 제대로 수사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지난해 4조 도박 사건을 수사 때 A씨가 혐의에서 빠져나가자, 담당검사가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 건으로 A씨를 구속해 유죄를 이끌어냈다”고 귀띔했다. 

<일요시사>는 정 검사에게 당시 사건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 검사는 용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며 해외 저널에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공학박사를 취득한 이후 뒤늦게 사법시험에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검사는 2009년 사법연수원을 38기로 졸업하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서 검사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보다 인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첨단 컴퓨터 범죄나 지적 재산권 침해 수사 전문 검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정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e스포츠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등 이른바 ‘첨수통(첨단범죄수사통)’이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인천지검 특수부인 형사 4부에 발령 난 이후 5개월 만에 특검팀에 합류했다.

정 검사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기도 하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에 앞서 대검 감찰부장, 부산·광주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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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