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도 구조조정’연예계 극심한 불황 <실태>

몸 바쳐 충성했건만 돌아온 것은 퇴출?


매니지먼트사들 경영상 위기…매니저 구조조정 들어가
소형기획사들 매니저 한 명이 여러 연예인 도맡고 있어
부업하는 매니저 늘어…한 유명 여자가수 소속사 대표 커피 전문점 열어
몇 달 만에 만나면 연예계와 상관없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 많아

지상파 방송 3사가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 폭을 줄이기 위해 현행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수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이는 연예 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비 절감 차원의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편성 축소는 제작 중단 및 축소에 외주사 경영 악화,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연예기획사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노는 배우가 늘면서 연예기획사의 줄도산이 예고되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기획사 매니저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11월18일, 유명 연예기획사 C엔터테인먼트는 오전 회의 시간 여기저기서 나오는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회의 안건의 핵심은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회의는 최근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할 만큼 힘든 상황이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매니저들도 있다는 소식으로 시작됐다.
C엔터테인먼트 J이사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들어가야 할 기본적인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절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산 방송사 갈 일 있으면
매니저가 번갈아 차 운행

이미 진행비가 지난해에 비해 50~70% 수준으로 줄어 출퇴근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아예 자전거를 마련한 로드매니저도 있다. 또 한달에 2~3번이던 회식은 한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아낀다고 아끼고 있지만 여기서 더 무엇을 줄여야 할지 걱정이다.
J이사는 “연기자들 위주의 중소형 매니지먼트사들은 이미 10여 개나 문을 닫았고, 더 이상 경영이 어려운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며 “꽁꽁 얼어붙은 영화시장에 이어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까지 줄어 ‘일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미 밴도 처분했고 신인급 연기자들 대부분을 내보냈다”며 “고액 개런티나 CF 수입에 의존하는 몇몇 톱스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기자는 드라마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인데 영화 제작이 거의 올스톱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드라마 편수마저 줄어든다면 중소 매니지먼트사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모 대형 매니지먼트사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어느덧 점심시간. 예전 같으면 영화사나 방송사 관계자들과 식사 약속을 잡았겠지만 사무실 근처 저렴한 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해결했다. 그 자리에서도 최근의 불황으로 인한 힘든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다른 기획사 K실장이다. 일산에 있는 방송사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요즘 들어 방송사에 갈 일이 있으면 매니저 4~5명이 마치 당번처럼 번갈아 차를 운행한다. 소속사 지시도 있지만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저녁에 오랜만에 전체 회식이 있었다. 매니저들도 연예인들도 모두들 어려움을 잘 극복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다음날 일찍 촬영을 가야 하는 배우가 먼저 자리에 일어선다. 로드 매니저가 따라 나서려고 하자 만류한다. 자신은 그냥 택시를 타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택시를 태워 보낸 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과연 이 불황은 언제 끝날까’라는 근심을 담은 연기가 하늘로 날아간다.

최근 대부분 연예기획사는 상황이 어렵다. 톱스타들 몇 명 있어도 회사를 운영하기에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조건이 좋아 봐야 소속 연예인 수익 대비 회사의 수익은 20%도 안 되기 때문에 직간접 경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 수많은 톱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들도 요즘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정도다.

유명 연예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A엔터테인먼트는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매니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드라마, 영화 제작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것. 매니저 수가 줄면서 항상 연예인 곁에 그림자처럼 하루종일 따라 붙던 매니저들이 이제는 스케줄이 있을 때만 대동한다.

그림자처럼 붙던 매니저들
이젠 스케줄 있을 때만 대동

A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연예인들이 개인사를 볼 때 매니저를 대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명 연예기획사 B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소형 기획사들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이 여러 연예인들을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대형 기획사들도 사정이 비슷해 연예인 한 명에 매니저 한 명을 배치시키기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매니저 K씨는 “매니저 한 사람이 여럿을 맡다보니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됐다”며 “매니저들은 연예인의 스케줄뿐 아니라 그들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최소한의 보호망을 갖추고 몸집을 줄여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급변화에 불편을 겪고 있는 연예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탤런트 C양은 “회사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몸집을 줄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혼자 다니다보니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연예인들의 신변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획사가 작은 불을 끄기 위해 큰 불을 키우는 꼴이다”라고 우려했다.
탤런트 C양은 한때 연예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납치 사건들을 상기시켰다. C양은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납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그러한 위험에 매니저들이 버팀목이 돼 줬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기 두려울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부업을 하는 매니저도 늘고 있다.

지난 여름 한 유명 여자가수의 소속사 대표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가수 활동기에는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지만 그 가수가 활동을 접으면 커피 전문점에 더 신경을 쏟는다.
그는 “처음엔 연예계가 기복이 심해 부업으로 시작한 커피 전문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주업과 부업 비중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7년차 매니저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직업을 가진 뒤 지금까지 7년여 동안 매니저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제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중소 기획사들 월급 밀려
좋아질 기미 없어 더욱 절망적


그는 이어 “비슷한 연배의 매니저들을 만나면 다들 힘들어 한다”며 “몇 달 만에 만나면 연예계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중소형 기획사들은 직원 월급이 수개월 밀려 있다는 얘기도 흔히 들린다. 문제는 불황의 터널을 이제 들어갔기 때문에 금방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절망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실장은 “요즘 적자 아닌 연예기획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다만 버티고 안 버티고는 회사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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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