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파생상가를 알려주마!

분양가가 치솟는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과 규제가 적은 틈새 수익형 부동산인 지식사업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저층부 단지 내 상가인 파생상가들이 인기다. 

파생상가란 본원시설에서 파생돼 생기는 부수적인 점포를 말한다. 이를테면 메디컬 빌딩의 약국이나 안경점, 대형 극장 내 패스트푸드점이나 매점, 의류 쇼핑몰 내 수선집,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지원상가 등이 있다. 파생상가는 본원시설의 수요에 따라 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나 독점수요를 원하는 임차인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본원시설 파생
부수적인 점포

하지만 파생상가에 투자할 때도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본원시설에 충분한 수요가 몰릴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한다. 대부분의 파생상가는 본원시설의 수요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배후세대의 입점 경쟁률이나 분양률을 따져봐야한다. 또 고정적으로 상주하는 고객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주변 상가와 비교해 유동인구를 확인해야하고, 잠재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집객요소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가 규제가 적어 인기를 끌면서 저층부 상가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정수요 확보는 물론 외부 유입수요까지 감안해 독점상권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비교적 투자 안정성이 높은 대단지·대규모 내 상가로 쏠리고 있는 추세다. 이들 상가는 최소 1000~ 2000명 이상의 입주민을 고정수요로 품을 수 있어 수익률이 안정적이고, 공실 위험이 적다. 아울러 단지 규모가 커 단지 인근을 지나는 유동인구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대단지 오피스텔 내 상가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스마트(총 924실) 오피스텔의 단지 내 상가인 ‘카림애비뉴 일산’은 계약 닷새 만에 전량 팔려 나갔다.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 소재 구래역 금성백조 예미지(총 779가구) 단지 내 상업시설인 ‘구래역 애비뉴스완’은 계약 일주일 만에 완판 됐다. 같은 달 분양한 ‘안양 센트럴 헤센’(총813가구)의 단지 내 상가도 계약 하루 만에 판매를 끝냈다.


지식산업센터에 업체의 입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내 자체 업무시설의 고정적인 배후수요를 누림과 동시에 독점성·희소성 등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며 최근 분양시장 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가의 최대 리스크는 공실이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고, 고정적 배후수요를 누릴 수 있는 상가가 유리하다.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가 안정적 임대수요와 환금성을 확보하며 수요자들의 선호를 얻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 치솟는 아파트 대안으로 주목
규제가 적은 틈새 지식사업센터 인기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는 일반 상가와 달리 구매력 좋은 기업체 관계자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상권도 쉽게 활성화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가 도심 내 위치하면서 매머드급 규모에 입지, 교통 등이 모두 잘 갖춰진 곳에 조성되는 경우가 많아 유동인구 확보도 수월하다. 게다가 대부분 전체 연면적의 10% 내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

내부 업종도 겹치지 않도록 MD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독점성도 일정 이상 보장된다. 편의점이나 구내식당, 문구점, 프랜차이즈, 금융기관 등 기업들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업종 등이 인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 3월부터 적용되는 RTI 등 신(新)대출 규제에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국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비교적 규제가 덜한 상가 투자에서 독점상권 형성 등이 가능해 안정성이 높은 대단지, 대규모 내 상가를 주목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는 법인 위주로 분양을 받는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개인도 분양 받을 수 있고 안정적 수익률과 낮은 공실률로 최근 수요자들 사이에서 주목도가 상당하다”며 “지식산업센터의 입지여건, 업종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기업체 밀집지나 대단지 아파트 배후 역세권 등 고정수요와 유동인구가 풍부한 곳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거용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현황.

▲파주 뚱발 타운= 최근 파주 지역이 센트럴밸리 산업단지 조성의 영향으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파주 센트럴밸리 산업단지는 경의중앙선 파주역 남쪽 파주읍 봉암리, 백석리 일원 49만 1094㎡ 부지에 새롭게 조성 중인 산업단지다. 파주 센트럴밸리 산업단지는 개발이 제한된 민통선 내 토지에 비해 기본 개발계획이 잘 짜인 파주시 중심부에 조성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배후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뚱발 타운’이 사전 예약 잔여분을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414호실 중 사전 예약으로 약 250개 호실이 신청됐다. 분양 관계자는 “파주 문산에는 산업단지 입주가 계속되면서 전체 인구 또한 급증하고 있고, 특히 문산읍 인구는 2010년 3만9000여명에서 2017년 5만1000여명으로 급증했다”며 “뚱발 타운은 사전예약에서 분양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신규 분양까지 더해 잔여분은 빠르게 소진 중”이라고 말했다. 

GTX 파주 연장, 서울~문산고속도로 등이 완성되면 서북권역의 새 교통망으로 고양시, 서울 상암 등 주요 업무단지로의 이동이 편리해질 수 있다. GTX를 이용하게 되면 파주~서울 10분대, 2호선 삼성역까지 24분 정도 소요시간이 예상된다. 인근에서는 CGV,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사역 마이움 푸르지오 시티= 경기도 하남시 미사 지역에 이미 힐스테이트 에코와 힐스테이트 미사역, 효성해링턴 타워 등 대규모 상업시설이 분양했고, 최근에는 한화 오벨리스크, 헤리움애비뉴어, 더오페라2차가 수요자를 반기고 있다. 상가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투자자들은 상가 옥석가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상가 분양 시 중요한 3요소는 입지와 배후수요, 설계”라며 “정부 정책과 제반 시설 등을 면밀히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3요소를 갖출 경우 보통 지역 내 랜드마크화가 되기 쉬워 상가를 이용하려는 수요는 훨씬 많아져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분한 수요
여부 검토해야

이런 핵심 3요소를 갖춘 상가가 분양 중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미사역 마이움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가 주인공.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업무 6-1, 2, 3블록에 자리한 미사역 마이움 푸르지오 시티 단지내 상가는 연면적 1만3474㎡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 1층~지상 2층, 총 97개 점포로 구성된다. 또 4면 모두 대로변에 위치해 주거 편의성이 높다. 

상가는 역세권에 위치해 입지가 좋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 미사역(가칭)과 약 170m 거리에 자리해 초 역세권 상가로, 유동인구가 많다. 미사역은 2019년 개통예정으로 개통 시 강남권에 30분대, 종로, 광화문 등 도심권까지 50분대로 갈 수 있다. 9호선 연장계획도 추진 중이어서 강남은 물론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서남권까지 이동도 편리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가 수익에 중요한 배후수요 역시 이 상가의 장점으로 꼽힌다. 인근에 있는 업무지구와 지식산업센터에는 상주 인원 등 약 10만여명이 머물고 있다. 한 건물에 1000실이 넘는 대규모 오피스텔 고정배후수요를 품고 있어 상가 이용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이 밖에 부동산시장에서 브랜드 파워 상위권에 속한 대우건설이 만든 만큼 정밀한 MD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약국, 안경점, 매점, 수선집…
상층부 뜨니 덩달아 저층 후끈

상가 지하 1층에는 대규모 키테넌트가 입점을 확정해 고정수요를 확보한 상태다. 금융과 웰빙, 의료 등 편의시설들도 들어설 전망이다. 쌍둥이 형태의 두 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브릿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두 동 사이에는 문화광장을 조성해 계절마다 특화된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모든 상가의 호실을 개방형으로 설계해 집객력을 높였다. 주차장도 넓어 방문객들에게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포 경동 미르웰시티= 경동건설산업은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동 내 최대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상가 복합건물인 ‘경동 미르웰시티 지원상가’를 분양한다. 시공은 신세계건설에서 맡았으며 연면적 7만2526.83㎡, 지하 3층~지상 7층이다. 1개동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와 1층에 공급되는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원상가는 총 67개 점포, 총 전용면적 3431㎡(1038평)으로 아파트 1000세대 규모인 약 3000명의 근무자가 상주, 소비하므로 투자의 안정성과 임차인 확보가 용이한 독점상권 형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가 추천업종으로는 금융기관, 베이커리, 전문음식점, 커피전문점, 분식점, 문구점, 중개업소 등이 있다. 3.3㎡당 분양가는 2400만~2700만원(부가세별도)선으로 계약금 10%에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법정대수인 268대의 188.06%에 달하는 총 504대의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외부 고객 유입에 유리하다. 출입구가 총 7곳이라 점포 간 유기적인 연결이 용이하다.

지식산업센터 내 입주기업 종사자들을 배후수요 독점할 수 있는 데다 인근의 국민연금관리공단, KT&G, 한국농어촌공사, 김포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도 간접수요로 흡수할 수 있다. 단지 맞은편에는 종합의료시설 건립이 예정돼 있다. 장기지구 내에 다양한 개발로 인해 미래가치 역시 상승하고 있다. 오는 11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 예정으로 경동 미르웰시티는 신설될 장기역과 도보 10분 거리에 역세권에 위치한다. 따라서 김포도시철도와 김포공항 지하철 환승을 통해 김포시청 7분, 킨텍스 12분, 김포공항 19분, 여의도역 30분 이동이 가능하다.

김포김포고속화도로(김포한강로)와 자유로를 비롯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이용이 용이해 서울 및 도심 접근성이 양호하며 광역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48번국도과 김포도시철도를 이용할 경우 김포시 주요지역 및 서울 마곡택지개발지구 접근이 수월하다. 마곡지구 대비 저렴한 분양가가 예상돼 마곡지구 업무단지 배후수요 및 김포시 인근 주요 산업단지 수요 흡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산 테라타워= ‘가산 테라타워’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219-5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지하 3층~지상 17층까지 1개동, 연면적 약 8만6000㎡ 규모의 763개 호실의 지식산업센터다. 여기에 조성되는 상업시설은 지하 1층~지상 2층, 전용면적 64~ 192㎡, 총 54개호실 규모다.

1층은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편의점, 부동산, 약국, 문구점 등의 독점업종 부여로 입점업체의 안정성을 높였다. 2층은 메디컬존, 금융시설(은행 및 세무), 미용실 등을 조성하기 좋게 설계했다. 업무의 편의성 및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기타 노후한 지식산업센터 내에서 볼 수 없는 젊은 감성의 다양한 MD구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업종으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상업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풍부한 배후수요에 있다. 가산디지털단지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밀집지로 수많은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산 테라타워는 LG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대기업체가 모여있는 핵심입지에 들어서 관련 계열사 및 협력업체 종사자는 물론 1495세대의 두산위브 아파트와 1454세대의 센트럴 푸르지오시티(2020년 예정) 등 인근 주거지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어 365일 두터운 수요층 확보가 가능하다. 

비교적 투자 
안정성 높아

교통환경도 좋다. 가산 테라타워는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진입이 용이해 사통팔달 광역교통망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더불어 인근으로 1·7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과 1호선 독산역이 있는 더블 역세권으로 광범위한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설계도 우수하다. 단지 전면부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2층 근린생활시설까지 편리한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외부수요 접근성을 높였다. 최대 6m 층고 설계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점포 비율이 10%에 불과하고 전용률이 일반 근린상가에 비해 높은 52%에 달한다. 한 면 이상 대로변과 접해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로 접근성과 가시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상가 전면부 남향쪽으로 친환경 공개공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휴식을 즐기려는 수요자들의 높은 집객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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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