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민추협 ‘밀월설’ <전모>

조용한 행보 뒤엔 ‘무서운 노림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의 행보가 수상하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면서도 조용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 김무성 의원 등이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을 주도하면서 DJ-YS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민추협의 움직임에 친박계 인사들이 일부 포함되면서 박 전 대표의 ‘언질’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야권-박근혜 밀월’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간의 관계복원이 힘들다”며 “박 전 대표와 민추협이 밀월을 통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어, 이를 계기로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박근혜-민추협 밀월설’을 추적해봤다.

민추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추협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영원한 맞수’ YS-DJ 관계 회복을 위해 결성된 정치적 협의체다. 하지만 YS-DJ 두 사람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와해됐던 민추협이 그간의 휴면기를 접고 새로운 활동에 나서 주목을 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밀월설이 그것이다. 최근 박 전 대표와 민추협을 잇기 위한 모임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사는 다름아닌 친박계 김무성 의원이다. 여기에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별보좌관 등도 포함되어 있다.

김 의원은 “그간 민추협이 1년에 한두 번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모임을 만들었고, 이제는 상도동도 동교동도 없다는 차원에서 이제까지 맞춰오던 숫자상 균형 원칙도 없앴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11월 민추협 모임을 통해 “계속 만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는 조만간 DJ-YS 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민추협 수상한 행보
“계속 만나면 좋은 일 생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는 데는 박 전 대표의 대권 플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상기류에 봉착한 박 전 대표의 대권 플랜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것.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김문수 경기지사를 띄우고 박 전 대표를 죽이겠다는 ‘음모론’까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민추협 활동 내용에 대한 세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극비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DJ-YS’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민추협이 월례모임을 가지며 나름대로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민추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의 상당수가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추협의 행보가 수상해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며 “친박계 김 의원과 김 특보 등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와 핫라인을 가동해 활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이미 가동됐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박계 김무성 등 민추협 활동 본격화…박근혜 언질 있었나?
정치권 관계자 “전직 대통령 암묵적으로 박(朴) 지지하고 있다”
민추협 물밑활동 시작?…“야권 거물급 인사 A씨와 빅딜 중”
Y인사 등 보이지 않는 손 3인방 움직인다…친박 “추측일 뿐”


이어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최악의 경우 탈당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권 플랜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세 확산이 불가피하다. ‘이명박-박근혜는 융합할 수 없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만큼 비장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악재로 ‘위기론’이 계속 가중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권후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로선 정치적 기반을 더 확고히 구축한 연후에 세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른바 이 대통령이 흔들려야 박 전 대표가 살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DJ-YS 관계 복원 속내
A·B 인사와 ‘빅딜’ 추진?

그렇다면 민추협이 박 전 대표 차기 대권 플랜에 ‘청신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TK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플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민추협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인사들이다. 비록 원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지만 이들이 움직일 경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YS가 이 대통령을 암묵적으로 지지했지만,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버리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YS의 차남 현철씨가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된 것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DJ 역시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 대통령이 참여정부국민의 정부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 움직인다
“갖가지 추측 중 하나”

이를 입증하듯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은 암묵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실제 DJ는 지역통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민주당 내에서 마땅한 대권후보가 없는 만큼 DJ도 박 전 대표를 암묵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며 “민추협에서 DJ-YS 관계 복원에 나서는 것도 박 전 대표를 위한 일임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이는 민추협이 박 전 대표의 언질을 받고 물밑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민추협 밀월설’이 나아가 야권 핵심인사와 빅딜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후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움직일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막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최근 민추협 등 박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물밑활동을 시작했다. 야권 핵심인사인 A씨와의 빅딜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A인사는 원내·원외 세력이 약화됐다. 게다가 당내에서 기반이 없는 만큼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A인사가 이같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서 A인사는 암묵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A인사 이외에도 야권의 핵심인사인 B씨와도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 농후하다. B인사는 ‘2인자’로 전락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박 전 대표 측 세력들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빅딜’을 추진하는 인사들은 과연 누구일까. 정치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Y인사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손 3인방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Y인사는 최근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정치권 관계자들은 “Y인사가 비록 이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박계 인사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도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 보이지 않는 손들에 대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 내에서는 이들이 물밑활동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확대 해석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 중 하나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조용한 행보 뒤에 커다란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 내에서 파다하다. 물론 그 실체는 정확히 포착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소문대로 박 전 대표가 세 불리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는 박 전 대표의 ‘언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같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의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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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