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모드’ 중국의 한반도 플랜

시진핑은 김정은 놔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중국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국로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흐름에 로우 키(low key)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일각서 제기되는 ‘중국 배후론’과 ‘차이나 패싱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주목할 만한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수록 자국의 입지가 저절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로 북미회담은 한때 좌초위기에 빠졌지만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는 치열한 물밑협상을 ‘쓰리 트랙’으로 이어갔다. 회담 간 의제와 의전을 다룰 ‘판문각 팀’과 ‘싱가포르 팀’이 전면에 나섰고, 양국 정보당국 간 접촉도 이어졌다.

좌초위기 후
다시 본궤도

북한과 미국은 6·12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의전 등에 관한 협상을 가졌다. 북측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부국장으로 꾸려졌다. 미국 측 대표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중심으로 엘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갖춰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첫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같은 달 30일에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또 북미는 의전·경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서 만났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에선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회담장에 나섰다.


북미는 이외에도 미국 CIA와 북한 정보당국 간 협상채널을 연 것으로 보인다. CIA와 접촉하는 북한의 정보당국은 통일전선부로 전해진다. 특히 CIA 산하 ‘KMC’라는 조직이 협상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MC는 코리아미션 센터를 뜻하는 말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국장으로 있던 시절 대북 핵심조직으로 창설했다. KMC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앤드류 김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북했을 당시 동석했던 인물이다.

판문점과 싱가포르 외에 정보당국 간의 접촉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투 트랙을 넘어 ‘쓰리 트랙’으로 진행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판문점서 다뤘던 의제에 대해 보충하며 조율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만찬 이후 “아주 멋졌다”며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의 기대감을 높였다.

뉴욕회담 이후 김 비핵화 의지 재확인
“북미대화 그치지 않고 협상 지속될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다음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북한의 체제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골자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72시간은 판문각과 싱가포프서의 협의, 뉴욕서의 고위급회담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전망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범위에 대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들을 강조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가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에 필요한 체제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대화를 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수 있다는 ‘빅딜’을 암시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보상 격으로 주목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완전 비핵화
김 결단 촉구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법을 두고 완전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개최되는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서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을 넘어 혈맹국가로 통한다. 또한 중국은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중심에 자리할 정도로 한반도 내 주도권을 쥐고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고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문제가 UN 안전보장이사회서 논의될 때 중국은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준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양국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북한에 힘을 보탠 까닭은 미국과의 패권다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미국과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장으로 여겨진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무대가 형성되려면 한반도의 분단과 북핵문제가 지속돼야 한다. 

분단과 북핵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중국과 미국은 패권을 다툴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 역시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서 중국이 직접적인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다. 


남은 건 중 선택…원론만 되풀이
“패권도 주도권도 놓지 않을 것”

중국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거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차이나 패싱론’과 ‘중국 소외론’ 등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차이나 패싱론’ ‘중국 소외론’ 등에 선을 그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경시해도, 의존해서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한이 최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 태도를 바꾸게 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개최된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후에도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말한 바 있다.

발등에 불
꽤나 차분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회담 이후 발표에도 덤덤해 보였다. 

중국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로우 키(low key)로 기조를 이어가는 까닭은 북핵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그 과정서 본인들의 입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핵 해결방식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결은 상반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 이후에도 양국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한미의 비핵화 해결이 지난하게 흘러갈 경우 한미는 중국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한미 주도의 비핵화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에 중국을 이용할 여지가 높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접점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대표적이다. 종전선언 등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상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판문점 선언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중국을 포함해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달 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미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종전선언이 있어야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설령 빠진다고 해도 평화협정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배제한다면 향후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은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이면서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다. 그런 연유로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서서 중국의 개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아도 그 입지가 올라가는 까닭이다.

현재 정세는 한미가 중심이 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실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을 중국과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여느 국가들보다 강력하다. 중국은 북한을 통해 동북아 정세에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했다. 미국과의 패권다툼 역시 북한을 사이에 둔 측면이 크다.

북한과 연대
입지 자동상승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핵이었다. 북핵을 통해 입지를 드러낼 명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경제적 도움을 지속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중국은 그 명분이 한미 주도의 비핵화로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중국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향후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러시아 움직임은?

북한과 러시아는 수교 70년인 올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백화원 영빈관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해 받으며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서 러시아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남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리의 우호 관계를 더 강화·발전시키고, 긴밀한 우리의 협력을 더 심화시키기 위한 향후 협력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의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비핵화 과정서 중국의 입지가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움직임 또한 주목된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우방국으로 통한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