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독주 딜레마

하는 거 없이 잘 나가도 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민주당의 기세는 가시적이다.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면에서 연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여론의 공감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이 반대만을 앞세우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미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를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서 5월 임시국회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불투명하다. 여당에게 호의적인 여론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선거 전후로 4·5월 임시국회 책임론의 창끝은 야당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잠정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결정적인 배경에는 드루킹 사건이 있다. 실제로 여야는 드루킹 특검을 두고 연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드루킹 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걸음을 맞춰 강경 노선에 동참했다.

암초 드루킹?

민주평화당 역시 야권공조로 특검법을 발의하며 드루킹 특검에 동참했다. 다만 협상을 강조하고, 한국당 김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정의당은 특검보다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특검의 시기와 범위에 대해서 야당과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서 드루킹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오히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밀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원이 불법 매크로프로그램을 통해 댓글을 조작한 사건인 만큼 이번 사안은 민주당에게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드루킹과 마주하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예비후보도 상대 후보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전까지 현상유지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야당으로서는 드루킹을 제외하면 이번 선거서 반전을 꾀할 만한 이슈가 없어 보인다. 야당이 드루킹 특검에 집중하는 까닭이다. 드루킹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야당은 이를 반전카드로 사용하고자 한다.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만한 지렛대로 여긴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가 단식농성을 통해 드루킹을 이슈의 중심으로 끌고 온 것 역시 같은 연장선상이다.

오는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드루킹서 시작해 드루킹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그 연유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개별소식은 이에 파묻히곤 한다. 출마자들이 강점과 정책 등을 이야기하기 다소 어려운 선거판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당보다는 야당서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과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여러 지역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상유지만 해도 이번 선거서의 승리가 가시적이란 평가다. 여당 후보들은 여느 때보다 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온 까닭이다.

민주당 드루킹 관통하면서도 건재
이렇다 할 반전 카드 없는 한국당

이와 달리 야당은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이 대체적으로 낮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내 2당인 한국당서 조차 ‘올드보이’ 지적이 나온 것을 보면 그렇다. 


남북정상회담과 다음 달 예정돼있는 북미정상회담도 한국당에게 반전의 도화선으로 평가됐지만 국민여론이 평화무드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초기에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정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후 나온 한국당의 슬로건은 ‘경제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바뀌었다.

여야가 드루킹을 사이에 두고 정치공방을 벌이는 이유에는 지방선거라는 요소가 상당부분 작용한다.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분명히 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미지수지만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통할 수 있다. 다만 지지도가 교착상태에 머문 야당 입장서 언제까지 반대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4월 임시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했고, 5월 임시국회 역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다.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작용하면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야당에게 더 무겁게 지어지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여론이 상당한 만큼 여당에 반대하는 입장만을 고수하다간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당 대세론’이 선거 결과로 드러난다면 야당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반전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드루킹 외에 없다는 것 역시 문제다. 야당으로서는 반대의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 정치인들의 단투사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급기야 지난 10일 오전,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키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단호한 의지와 상반되게 이번 단식투쟁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수정당과 단식투쟁은 인연이 없는 걸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때도 그랬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정현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7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때도 단식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연장을 발표하자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일정 수준 민주화를 이룬 나라들 가운데 단식투쟁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치학서도 제도권 정치인이 대화 대신 단식투쟁 같은 종류의 비회의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지양한다. 

정치학계에선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이 공감대와 호응을 얻기 위해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합당한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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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