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대담] ‘종전이냐 통일이냐’ 이재정에게 듣는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40:18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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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해법? 판문점 해법으로 가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일요시사>가 창간 22주년을 맞을 즈음 역사적인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2007년에 이어 11년 만에 열린 3차정상회담. TV를 통해 남북 정상이 손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2차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으로서 기획준비단을 이끌었던 이재정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 자문위원을 만나 ‘3차정상회담이 남긴 숙제와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위원은 역사적인 10·4남북공동선언(이하 10·4선언)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2차정상회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2007년 10월2일부터 4일까지 평양서 개최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이뤄진 준비기획단을 꾸렸다.

11년이 흐른 뒤 문 대통령과 이 자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다시 뭉쳤다. 지난달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 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이 위원은 3차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남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걸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전선언일 것”이라며 정상회담 정례화, 양자-3자-4자 정상회담의 지속화 등을 건의했다.

발표된 ‘판문점 합의문’에 이 위원이 건의한 내용이 대부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일요시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0일, 수원 인계사거리에 위치한 사무소를 찾아 고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위원과의 일문일답.

-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본 소감이 어떠신지?
▲2007년 정상회담과는 정말 180도 달랐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서 만나는지, 환영식장이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생중계되고 동선까지 다 발표됐습니다. 보통 다른 게 아니죠.


의제 부분도 이번에 사전 준비가 잘 돼 회의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선언문을 만드는 데도 오후에 짧은 시간 동안 완성됐습니다. 2007년 2차정상회담 때는 10월3일 회의가 끝나고 4일 오전 10∼11시쯤 돼서야 10·4선언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선언문이 발표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10·4선언문은 남북정상이 발표한 게 아니고 그냥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북정상이 직접 발표했습니다. 이번 3차정상회담은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주변국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올가을에 열리는 4차정상회담이라는 긴 과정의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사전 준비가 잘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만큼 청와대가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역사적인 일을 한 겁니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도 주도적인 역할을 중심서 하셨지만 북한 측과 준비과정을 잘 만들어 온 청와대가 큰 역할을 한 겁니다. 3차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간 점도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생중계 “2007년과 180도 달라”
2차 회담 대원칙은 ‘경협을 통한 평화’

- 참여정부 때 ‘준비기획단’의 단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기획단서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약 1년이 흐른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핵실험을 막는 방법이 뭐냐. 

결국 남북 간 경제협력을 좀 더 강화해 그러한 틀 속에서 평화를 정착시키자, 이것이 대원칙이었습니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의 일환으로 기존 100만평이던 곳을 250만평으로 개발하기로 그때 합의했고, 남포와 안변에 각각 조선사업소를 만들고 해주항을 개항해 해주를 중화학공업단지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하나는 당시 북한에 별안간 수재가 나서 2차정상회담이 좀 연기됐었습니다. 좀 더 2차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생겼던 거죠. 그래서 전국 각 부처에 남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의제를 모았습니다. 이를 집약해 회담을 준비했습니다. 전국 각 부처가 모두 참여했다는 점. 그것이 2차정상회담이 갖는 중요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합니다.


- 최근 김 위원장이 전향적인 모습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 위원장이 어려서 스위스에 있는 베른국제학교서 수업을 받아 이미 유럽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버지(김정일 위원장)와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김 위원장이 유학하는 동안 우리가 잘 아는 김여정(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지금도 김 부부장이 그림자처럼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정치적 콤비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판단됩니다.

세 번째는 할아버지를 꼭 닮았습니다. 목소리, 모습 등 할아버지로부터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무적 감각도?
▲그런 DNA가 그대로 김 위원장에게 이어졌다고 봅니다. 아버지한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예를 들면 정의용 대북특사가 북한을 갔다 올 때 김정은 내외가 주차장까지 나와서 환송했지 않았습니까. 이전 북한 통치자로부터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또 기념식수를 할 때도 노무현 대통령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안 나오고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이 나와서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3차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점을 보면 김 위원장은 과거 북한의 통치자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지난달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신 바 있으십니다. 그때 문 대통령께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남북 합의도 중요하지만 북한도 받아들이고 미국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출발입니다. 종전선언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명분이자 꼬여있던 남북문제를 풀어내는 입구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끝나지 않게 2007년 10·4선언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체제를 위한 주변 3국 또는 4국과의 회담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3차정상회담으로 끝내지 말고 다음 정상회담에 대한 약속을 했을면 좋겠다, 그래야만 정상회담이 정례화되지 않겠느냐,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 문 대통령께 했던 조언이 대부분 합의문에 담겼습니다.

북중 다롄회동 “자연스럽고 바람직”
국회 비준 “정치권 의무감 가지길…”

- 보수 진영 측은 판문점 합의문에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이 명기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것은 북미정상회담서 합의될 내용입니다. 비핵화 문제는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다시 말해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관계 수립, 그리고 북한에 대한 불가침이 합의돼야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90낸대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얘기입니다. 3차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인 거죠.

- 김 위원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2차정상회동을 가졌습니다.
▲우리도 남북정상회담하면서 미국과 수시로 전화하듯 북중 정상이 만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미 안보 공조를 하듯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한미만큼의 공고한 방위조약이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외교적 조율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종전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중국의 입장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 안이 있어야 북미정상회담서 종전에 대한 논의를 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롄서 북중 정상이 만난 건 마지막 의제에 대한 조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리비아식 모델인 ‘선 핵 폐기, 후 보상’은 적절하다고 보시는지?
▲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보유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수준은 리비아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가지고 있고 파괴력도 엄청난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그 단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리비아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서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남북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핵 폐기는 남북합의를 기반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지 리비아식으로 주변국가와 합의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리비아에선 이후 내전이 일어나 카다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 입장서 리비아식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일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말로 ‘판문점 해법’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3차정상회담서 나왔던 기반, 그것이 중심이 돼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핵에 대한 해법을 내놨습니다. 이 해법을 북미정상회담서 완성시키고, 향후 남북미, 남북중, 남북미중 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 북미정상회담서 어떤 파격적인 발표가 있을지.
▲저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를 충족시킨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 북미가 PVID에 합의한다면 어떤 과정이 남겠습니까. 

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뉴욕에 두든지, 아니면 대사관에 두든지 하면 됩니다. 이번에 남북도 남북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합의했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 수준의 연락사무소 내지는 외교 관계 채널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게 아마 가장 임팩트있는 발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북미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서의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망이 변화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시는지.
▲이미 한중일 회담이 열리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것처럼, 국제사회가 2차세계대전 후 유일한 분단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특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여러 나라들을 생각한다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 판문점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서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80%가 넘는 국민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3차정상회담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 정부는 정당·사회를 좀 더 폭넓게 아우르는 합의를 구성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 반드시 판문점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판문점 합의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국회도 비준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합의를 절대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민족의 미래라는 관점서 국회도 의무감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이재정은?]

▲제33대 노무현정부 통일부 장관
▲노무현 재단 이사
▲성공회대학교 총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제16대 경기도 교육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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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