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주인공, 패트릭 리드 '겉과 속'

골프만 잘하면 뭐해~ 매너가 Ⅹ인데!

지난 4월9일 PGA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내렸다.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로 통하는 패트릭 리드였다. 2018년 마스터스에서도 87명의 탑랭커들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펼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옥튜플 보기, 타이거 우즈가 컷 통과에 만족해야 했던 것 등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패트릭 리드(미국)가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14언더파 274타의 리키 파울러(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우승 상금은 198만달러(약 21억1000만원)다.

팽팽한 경기
우승의 영예

미PGA 투어 통산 6승째.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과 끝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마지막 날 하루에 8타를 줄이는 맹추격으로 경기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오르며 우승권을 위협했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는 바람에 13언더파 275타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에 머물렀다.


최종 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와 패트릭 리드가 챔피언조로 묶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4개를 모두 우승)에 마스터스만을 남겨둔 매킬로이가 전날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이며 리드를 3타 차로 맹추격 해 남자 골프 역사상 단 5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패트릭 리드와 매킬로이 묘한 라이벌 관계도 관심을 드높였다. 리드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독 빼어난 활약을 펼쳐 골프계의 ‘캡틴 아메리카’라 불린다. 2016년 싱글 매치에서 유럽 최고봉이었던 매킬로이를 꺾고 포효하는 장면이 결정타였다. 이 승리를 앞세워 미국은 원정 우승을 차지했다. 리드는 두 번의 라이더컵 출전에서 6승2무1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은 2016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팀 로리 매킬로이와의 1대1 승부를 자청해 제압했고, 3승1무1패로 미국팀 우승에 기여한 뒤 얻게 됐다. 그는 매킬로이와의 대결 도중 검지를 세워 흔드는 ‘도발적인’ 제스처로 강렬한 승부사의 이미지를 얻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영예
스타플레이어들과 끝까지 팽팽

“사람들이 (나의 우승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될 뿐이다.”고 말할 정도로 주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실력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출중했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 GA) 챔피언십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고, 오거스타대학에 다닐 때는 팀을 두 번이나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놨다. 2013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윈덤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이후 2016년 바클레이스까지 매년 승수를 쌓았고 2014년 메이저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을 제패하는 등 5승을 기록하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기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만큼 높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마스터스가 열린 조지아 주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갤러리들은 유럽파인 매킬로이를 더 큰 소리로 응원했을 정도다. 지나치게 강한 승부욕과 자신감, ‘악동’을 연상케 할 정도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언행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 기간에 리드에 대해 ‘혼자 연습 라운드를 할 때가 잦은 선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과거 리드는 조지아 대에서 퇴학을 당했다. 리드 본인은 “술을 마시다가 적발돼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골프 성적표를 조작했고, 동료의 물건을 훔쳤기 때문이라는 당시 대학 코치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리드에게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부정하는 주변의 시선과 압박을 오히려 ‘에너지’로 삼았던 적이 많다. 2011년 미국 골프 대학리그 결승에서도 자신을 쫓아낸 ‘친정’ 조지아 대를 꺾고 우승했다. 또 이번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갤러리가 매킬로이를 더 응원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됐다. 압박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타이거 우즈를 우상으로 삼고 있는 패트릭 리드는 우즈처럼 최종일에 빨간색 계통의 티셔츠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쓰는 것을 즐긴다.

이번 마스터스에서 그는 우즈 앞에서 당당히 그린재킷을 입어 보였고 우즈 역시 SNS를 통해 “2019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리드는 최소한 단장 추천으로라도 미국 대표로 경기할 수 있게 됐다”고 덕담했다.

올 들어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며 마스터스 우승까지 넘봤던 타이거 우즈는 컷 통과한 것에 만족해야 하는 성적을 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관심은 대단했다. 대회 전 스포츠 도박사들로부터 우승 가능성 5순위로 기대를 모았다. 

강한 승부욕
격한 행동들

우즈는 1, 2라운드에서 각각 73타, 75타를 쳐 간신히 컷을 통과한 뒤 3라운드 이븐파,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4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9승, 메이저 14승으로 각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우즈는 2015년 이후 3년 만에 마스터스에 나섰다. 허리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돼 자신감을 가진 이후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예정에 없던 대회(발스파 챔피언십·2위)에 출전하고, 집 뒷마당에 오거스타 골프장과 같은 그린을 만들어 연습하는 등 쉼 없이 노력했다.

의문스럽지만
놀라운 에너지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등에서 골고루 최상의 실력을 보이지 못한 우즈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마스터스에 다시 나와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매우 기뻤다”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4개월 전 세계랭킹 1199위에서 이날 88위로 1111계단 뛰어올랐다.

마스터스를 목표로 달려왔다는 우즈는 “당분간 골프 클럽을 잡지 않고 푹 쉬겠다”고 했다. 허리 부상을 털고 필드에 복귀한 이후 오로지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왔기에 잠시 재충전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 

지난해 그린재킷의 주인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 보기 1개를 묶어 9오버파 81타를 적어냈다. 옥튜플 보기는 기준타수보다 8타가 많은 보기를 일컫는다. 15번홀(파5)에서 그린을 둘러싼 연못에 공을 무려 5차례나 빠트렸다. 15번 홀은 그린 앞뒤로 연못이 있는 홀이다. 가르시아의 드라이버 티샷은 322야드를 날아 페어웨이 좌중간에 떨어졌다. 핀에서 206야드 떨어진 지점이었다. 그러나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앞에 있는 연못에 빠졌다.


1벌 타를 받고 공을 드롭한 가르시아는 웨지로 네 번째 샷을 했는데, 공이 또 연못에 빠졌다. 여섯 번째, 여덟 번째도, 열 번째 샷도 무심하게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공은 일단 그린에 올라가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데굴데굴 굴러가 연못으로 빨려 들어갔다. 멈출 듯하면서도 계속 굴러갔다. 13타는 마스터스 어느 홀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역대 최악의 스코어다. 이전까지 15번 홀 최악의 스코어는 점보 오자키(1987), 벤 크렌쇼(1998), 이그나시오 가리보(1999)가 기록한 11타였다.

‘도발적인’제스처로 강렬한 인상
주변 의식하지 않는 악동 이미지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한 홀 최다 타수도 경신했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가 13번홀(파5)에서 적어낸 13타 등이 기존 한 홀 최다 타수였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좋은 샷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공이 멈추지 않았다. 왜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불운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018 마스터스에서는 몇 가지의 골프규칙에 대한 해프닝이 있었다.

‘드롭하기 전 낙하지점의 솔잎 치워도 될까?’1, 2라운드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김시우(CJ대한통운)와 재미교포 아마추어 덕 김(미 텍사스대4) 두 선수는 첫날 2번홀(파5)에서 티샷이 왼편 숲으로 날아가더니 경사를 타고 굴러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규정된 개울에 빠졌다. 두 선수는 각각 두 클럽 길이 내, 후방선상에 드롭 하는 옵션을 택했다. 그들은 드롭하기 전 볼 낙하예상 지점에 쌓여있는 솔잎을 치웠다. 솔잎은 코스 안에 방치된 자연 장해물인 루스 임페디먼트다. 루스 임페디먼트는 볼과 함께 해저드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치울 수 있다. 드롭하기 직전 지면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 역시 치울 수 있다.


‘선수가 친 볼이 갤러리 소지품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대회 첫날 제이슨 데이(호주)가 1번홀(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나무를 맞고 갤러리가 들고 있는 맥주컵 안으로 들어갔다. 컵에는 맥주가 들어있었다. 이는 움직이고 있는 볼이 국외자 안에 멈춘 경우에 해당된다. 볼을 집어 들어 그 아래에 드롭하고 치면 된다. 물론 무벌타다. 데이는 갤러리가 맥주를 마신 후 볼을 꺼내들어 드롭한 후 보기로 홀아웃 했다.

한편 베테랑 두 골퍼의 상반된 매너도 화젯거리였다.

1,2라운드에서 김시우, 덕 김과 동반라운드를 펼쳤던 1988년 마스터스 우승자 ‘노장’ 샌디 라일(60·영국)이 볼을 그린에 올린 후 마크할 때 그린 보수기를 사용해 베테랑답지 않은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그린보수기는 동전 형태의 일반적인 볼 마커보다 멀리에서도 눈에 잘 띄는 장점이 있으나 동반자가 퍼트할 때 방해가 되거나, 시야에 들어올 수도 있다. 만약 동반플레이어가 퍼트한 볼이 볼마커로 꽂은 라일의 그린보수기에 맞더라도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볼이 멈춘 곳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한다.

신사의 품격
벙커정리 매너

반면 3라운드에서 덕 김과 플레이한 1985, 1993년 마스터스 2회 제패한 베른하르트 랑거(61·독일)는 신사다운 매너를 보여주었다. 3번홀(파4)에서 덕 김이 페어웨이 벙커샷을 하고 나가자 벙커 쪽으로 와 덕 김 캐디에게 “내가 할 터이니 가서 선수를 도와줘라”고 말하며 직접 고무래를 들고 벙커를 정리하는 매너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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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