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정보경찰 딜레마

“국가 위해 뛰었는데 필요 없으니 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정보경찰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민간인 불법사찰 우려를 해소하고 진정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경찰 개혁이 정보력 부재로 인한 치안공백 우려도 있어 개혁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나와 향후 정보경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정보경찰 업무 축소 방안이 전해지자 일선 정보경찰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그간 정보경찰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 시민사회단체, 대학, 언론사, 병원 등을 출입하며 정보수집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는 국가정보원과 검찰도 정보를 수집하지만, 지역 곳곳서 밑바닥 민심까지 들을 수 있는 정보경찰의 활동은 그동안 경찰 조직 힘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대대적 손질
비판 반영

경찰이 정보기능에 대한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은 불분명한 직무 범위 탓에 자의적 정보수집이나 사찰 우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치안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안전 및 사회갈등과 관련된 상황정보, 지자체나 부처의 치안정책을 포함한 각종 정책정보, 공직임용, 비밀취급, 보안시설출입 등 대상자에 대한 신뢰성 등을 확인하는 신원조사 등 크게 세 가지가 정보경찰 업무다. 

업무특성상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업무내용도 비공개여서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보기능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다. 과거 잘못한 일을 반성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개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개편,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일각서 제기되는 정보기능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경찰이 동향정보, 정책정보라는 이름으로 사찰을 하고 있는데 그게 사찰인지도 모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찰개혁안을 의결했다. 

개혁안에는 정당, 언론사, 학교, 종교기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민간조직에 대한 경찰 정보관(IO)의 상시출입 중단, 국가 정책 관련 민심 등을 파악하는 정책정보 수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업무 조정, 집회·시위 관리 관련 기능을 정보국서 경비국으로 이관, 정보경찰 인력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담당업무 축소…시민단체·대학·언론 출입중단
수사권 조정 염두에 둔 포석? 내부선 불만 고조

경찰 정보활동의 구체적인 직무 범위와 권한, 권한남용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경찰 정보보고를 ‘열람 후 폐기’ 방식이 아닌 ‘전부 보관’ 원칙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한 경찰관의 실명을 기록하는 ‘정보실명제’ 시행 등도 언급됐다. 


개혁안의 초점은 과거 정보 수집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불법 사찰의 근절이다. 경찰도 정보 수집 업무의 개혁을 통해 과거 잘못된 관행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책정보 수집이라는 미명하에 불법 사찰성 정보를 모아온 일부 관행을 없애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때문에?
내부 불만 폭주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은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정보경찰이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만큼 개혁안을 통해 정보수집이라는 칼은 내려놓는 대신 수사권을 받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폐지 요구가 거셌던 경찰청 정보국은 명칭을 바꿔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대테러 등 치안정보 수집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경찰이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도 전면 폐지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정보력 부재에 따른 치안공백 우려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국내정보 수집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서 경찰까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으면 치안 유지에 필요한 정보 역량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범죄정보뿐만이 아니라 사회갈등 중재 역할, 치안정책에 대한 비판 역할 등 기능을 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국민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미연에 범죄를 방지하는 예방적 활동 미비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경찰 관계자는 “정보는 국민들 치안과 관련된 문제로, 각 부처서 스스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겠느냐. 경찰의 정책정보 기능이 없으면 각 부처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며 “정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할 게 아니지만 보충성 측면서 채널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폐지 난색 
치안공백 우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 내부 논란은 물론 정보관들도 “국가를 위해 일한 죄밖에 없는데 정권이 바뀌니 적폐로 몰렸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보국 조직 및 업무를 축소하는 방안이 본격 거론된 뒤로는 정보국 경찰들이 현장 활동에 손을 놓았다는 말까지 나와 실제로 경찰청에 올라오는 정보 보고도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정보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넘긴다 해도 정보국 경찰 3200여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대입제도 개편이나 재활용 쓰레기 대란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려면 밑바닥 분위기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이 전담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정보 수집 기능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도 결국 경찰이 총리실 협조 요청을 받는 식으로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경찰청의 한 정보관은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어 관망세지만, 정보 업무만 축소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본다”며 “정책 보고나 민간기관서 나오는 민심 동향 파악은 정보관이 하는 주요 업무인데 무조건 줄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퇴직 경찰도 “정부정책이 잘 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밑바닥 민심을 알 수 있는 것은 경찰 조직서만 가능한 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회는 자치경찰제도를 하루 속히 도입해 현실정에 맞는 경찰업무가 시행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아직 결정된 것 없다”  

경찰개혁위원회 정보경찰개혁소위원회가 만든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이 초안은 이날 오후 경찰개혁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보고서다. 

지난 13일 경찰청은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이 온라인상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며 “전체회의서 확정된 안이 아니라 소위원회 민간 위원들이 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마련된 초안”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방안을 놓고 위원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해당 초안은 경찰청서 수용하기 어렵거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것이 경찰 측 답변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개혁위의 요구를 경찰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개혁위가 내놓은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경찰청 입장은 (정보국)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넘게 경찰 ‘정보라인’에 있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찰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 일로 요샌 그런 정보 수집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경찰개혁 과정서 일부 정보 업무가 제한될 순 있겠지만 기존에 하고 있던 치안정보 수집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일선서 정보과 경찰도 “정보관들이 특권을 누리고, 특권의식이 강하다는 건 다 옛말”이라며 “요새는 민간기관에 마음대로 출입해 정보 캐내는 일 자체가 이미 많이 제한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결정 아니다”
확대해석 경계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서 일각서 경찰개혁 일환으로 주장하는 정보국 폐지 등 정보경찰 개혁과 관련 “사찰로 자꾸 오해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정보경찰 업무 영역인지 개념정리가 안 돼있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다음 (논의)해야할 문제”라며 “내외부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폐지나 명칭을 바꾸는 안도 있는데 경찰개혁위원회와 협의해 구체적 안이 나오면 설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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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