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친’ 박지원-심상정 궁합 보니…

중도-진보 불안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 20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이 원내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 양 당은 이번 달 말까지 공동교섭단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를 마치기로 했다. 외형적으로 두 당이 하나로 통합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동교섭단체 형성은 합당과 다르다. 20석이 되지 않아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은 모두 비교섭단체다. 비교섭단체는 주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교섭권 행사’를 위해 공동교섭단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두 당의 정책노선에 차이가 있어서다. 평화당은 중도개혁을 지향한다. 정의당은 진보노선을 밟고 있다. 양당은 정강정책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합의가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 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정강정책에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지난 20일 양 당 지도부는 ▲한반도 평화 ▲선거제 개혁 ▲개헌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교집합 과제

두 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정강정책에 따르면 양 당은 ‘교류를 통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 또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존중한다.


선거제 개혁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당은 3∼4인 선거구제 확대를 주장한다. 2인 선거구제의 경우 소수정당의 진입이 어렵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양 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에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정강정책서 각각 ‘연동형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명시하고 있다.

개헌의 주요 쟁점인 '분권형 대통령제'에 있어서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쟁점 중 하나인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의 총리 추천제는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개헌 정국서 공동교섭단체 형성은 양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유리하다. 또한 소수정당으로서 개헌과 같은 중요한 현안에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공동교섭단체는 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렛대다. 공통된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이견을 보일 때는 교섭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소수정당의 본래 입지로 회기할 수밖에 없다. 또 정치적 이합집산이었다는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의 개헌 정국이 지나서도 양당이 공동교섭단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붙는 까닭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복지 문제에 이견이 있다. 복지와 관련된 양 당의 정강정책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평화당은 ‘생애의 시작이 평등한 출발점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의당은 더 나아가 ‘생애 전 과정’의 복지를 추구한다. 

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구성 합의
특정 사안에 따라 불협화음 예상되기도

최저임금의 경우 평화당은 ‘적정한’ 수준을 말하지만 정의당은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당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 ‘실질적 의무교육’을 주장한다. 반면 정의당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서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표명한다. 평화당은 ‘직업중심 고등학교·대학 지원 강화’를 말하지만 정의당은 대학 자체를 특성화 시켜 ‘대학 서열’을 없애고자 한다.
 

양 당의 주요 정치인들 역시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박지원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대표하며 실제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의원은 ‘대북 전문가’다. 2000년 문화부장관 재직 시절 대북특사로 활약했다.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으로 꼽힌다. 

심 의원은 ‘노동 전문가’다. 심 의원은 대학생 시절 구로동 공장서 직접 근무한 경험이 있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노동운동의 단초가 됐다. 이로 인해 박 의원과 심 의원은 태생적으로 주요 테마가 다르다.

향후 양당이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건 노동문제다. 정의당은 정강정책에 ‘노동자를 위한 정당’을 명시했다.

또 지난 대선서 정의당 대선후보였던 심 의원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놨다. 정의당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공동교섭단체 형성에 노동계의 반발이 있었다. 

정의당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의당은 지난 20일 대통령 개헌안에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과 ‘노동3권 확대’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이 두 사안은 정의당의 정강정책에 포함돼있다.

성소수자 문제서도 양당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작년 9월3일 광주 금남로서 열린 ‘동성애·동성 결혼 개헌반대 국민대회’에 참여해 “동성결혼은 섭리에 반하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박 의원실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동성애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반대로 심 의원은 성소수자를 존중한다. 심 의원은 작년 정의당 대선후보 시절 유세 중에 성소수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줬던 일로 화제가 됐다. 

개헌 정국은?

정의당 역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의당 정강정책에는 ‘성별·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헌은 ’젠더 평등시대‘를 여는 길잡이 헌법이 돼야 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주장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절차는?

헌법 개정의 제안권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다.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20일 이상의 기간동안 이를 공고해야 한다. 

헌법 개정안은 그것이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하여야 하는데, 그 의결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 의결을 거친 헌법 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회부되고, 여기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확정된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 즉시 이를 공포해야 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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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