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그 어렵다던 IMF 시절보다도 더 춥다는 게 ‘사장님’들의 전언이다.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나름대로 남은 힘을 다해 ‘파랑새’를 찾지만 갈팡질팡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수도권 유통지도를 확 뜯어고친 부천터미널 ‘소풍’이 주목받는 이유다. 소풍은 서남권 최대 쇼핑몰. 이랜드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조만간‘큰 일’을 벌일 태세다. 파랑새를 찾아 나선 이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에게 소풍으로 향하는 ‘대박 지름길’을 물었다.
“그동안 걱정 많으셨죠. 이제 곧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힘찬 뱃고동이 울립니다.”
길 잃은 거함에 베테랑 선장이 승선했다. 부천의 초대형 쇼핑몰 부천터미널 ‘소풍’얘기다. 1년째 표류하던 소풍이 드디어 오는 12월 서남권 최대 쇼핑몰로 새롭게 변신한다. 소풍의 출현으로 수도권 유통업계의 지각변동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이다.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방 부회장은 지난 6월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소풍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상가 분양과 활성화를 위한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그것이다. 방 부회장은 3개월간 유통업계 전체를 물색한 끝에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이랜드그룹이다.
소풍은 지난 9월 이랜드그룹과 상가 전체를 임대 운영하는 총괄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이랜드그룹이 소풍 전체매장을 10년 장기임대하는 형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줄다리기 끝에 이랜드그룹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보다 좋은 사업 파트너가 없었죠. 그러나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피말리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이미 계약한 상가주 1천5백여명의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았어요. 결국 상가주 96%가 회사의 공정 시스템과 투명 경영을 인정한 결과 이랜드그룹과 손을 잡고 다음달인 12월 소풍의 화려한 부활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위치한 소풍은 지상 9층, 지하 3층에 연면적 6만여평(20만㎡)의 복합테마쇼핑센터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7배, 여의도 63빌딩의 1.3배에 해당한다.
쇼핑몰엔 ▲생명나무, 인공암벽, 하늘폭포 등 자연 친화적인 테마공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옥상 광장과 야외무대가 설치된 옥상정원 ▲11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 ▲1천7백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2천여평의 워터파크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게 된 상가는 소풍 1층에서 5층까지 2만5백76평(6만7천9백1㎡)이다. 1∼2층은 대형할인매장인 킴스클럽, 3∼5층은 백화점식 아울렛인 뉴코아아울렛이 동시 입점한다. 이랜드그룹은 보증금 1백20억원, 무빙워크 설치 1백억원, 인테리어 공사 2백억원, 광고·홍보비 50억원 등 총 5백억원 가량을 소풍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풍과 이랜드의 만남은 문화타운과 쇼핑타운의 결합과 같습니다. 기존의 친환경적인 휴식 공간과 워터파크,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 고속버스터미널 등 생활 편의시설 등 복합 문화공간에 원스톱 쇼핑이 합세해 기존 집합상가와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물건의 품질은 백화점을, 가격은 시장을 표방합니다. 국내외 유명브랜드를 50∼80% 할인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죠.”
소풍은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이 기간 동안 회사 보유분에 대한 특별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분양인 만큼 입주나자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크다. 방 부회장은 우선 연 수익률 10∼12%에 달하는 투자가치를 내세웠다. 극심한 불황에다 은행권 이율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이랜드그룹 상가 총괄입점 계약 12월 그랜드오픈
회사 보유분 특별분양…분양금 18% 지원 등 혜택
소풍에 따르면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은 농협을 통해 분양금의 18%를 3년에 걸쳐 매달 지원받는다. 일반 분양현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지원 시스템이다. 일례로 투자자가 2억원에 해당하는 상가를 분양받을 시 3년에 걸쳐 3천6백만원을 월별로 지원받게 된다. 첫해는 매월 80만원, 이듬해는 60만원, 3년차는 40만원씩 지급받는다. 또 투자자는 3년간 실투자금액 대비 연 10.6%의 수익을 보장하는 수익증권을 발행 받을 뿐 아니라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매출액의 4%를 임대수수료로 받게 된다.
“‘반짝 아이템’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몽땅 날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죠.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고, 창업 전업 희망자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발을 들여놓아도 무방할 만큼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투자자의 지정 브랜드 입점과 자녀 채용 등 파격적인 혜택도 검토 중입니다.”
뛰어난 입지 조건도 빼놓을 수 없는 소풍의 매력이다. 소풍이 위치한 부천 상동은 서울·경기 수도권 서부 지역의 거점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인천공항, 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주요 수도권 도로와 연결돼 접근성이 편리하다.
2011년 완공 예정인 지하철 7호선 상동역까지 개통되면 자동 역세권에 편입된다. 매달 평균 10만명이 이용하는 부천터미널과 5만3천세대의 아파트 단지도 끼고 있다. 각 층마다 구비된 최첨단 시설과 2천여대 수용 가능한 지하 1∼3층 주차장 시설은 잠재고객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연 매출 3천억원 이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풍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부천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입니다. 매장 직원들만 7천여명에 육박해 고용창출은 물론 부천시 세수 증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방비석 부회장은?
1954년 충남 서천 출생인 방비석 이노그룹 부회장은 군산고를 졸업한 후 1975년 한양대 법대 재학 중 1975년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 조달청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방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영사, 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경제관리실장, 부천시 부시장 등을 역임한 뒤 2004년 부천시장 권한대행을 끝으로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현재 CEO로서의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1991년 설립된 이노그룹은 이노건설 등 계열사 11개를 가지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강원도에서 시공과 시행 위주로 전원주택을 공급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다. IMF 위기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3년 부천터미널을 시작으로 조경, 무역, 제지, 자동차 부품, 로봇 개발 등의 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확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