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루머’에 떠는 사람들 누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12 10:35:20
  • 호수 1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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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든 아니든 떠돌면 ‘가문의 망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는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다. 일각에선 ‘미투는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 세상의 왕(?)들이 떨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유력인사들의 미투를 <일요시사>가 꼼꼼하게 살펴봤다. 
 

지난달 초 문화·예술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면서 고은 시인과 연극인 이윤택, 탤런트 조민기 등등이 줄줄이 이슈화 되며 구설에 올랐다. 정치권은 숨죽이고 지켜봤다. 결국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미투가 터졌다. 

정치인의 내연녀
유력인사의 망신 

이 폭로로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내려놨으며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투로 차기 대권주자가 하루 아침에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사라졌다. 이 때문에 아직 폭로되지 않은 사회 각 분야의 유력인사들이 덜덜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정치인 A씨]

유력 정치인 A씨가 미투 폭로가 걱정돼 이번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의 경우 평소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그는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위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저 자리에 갔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정부서 제대로 인사검증을 한 게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수많은 여자 중 A씨의 내연녀로 불렸던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A씨를 등에 업고 온갖 갑질을 일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A씨의 보좌진들이 내연녀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후문. 

내연녀는 자신의 사적인 일들을 A씨 보좌진들에게 떠맡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보좌진들은 주변 동료에게 “상사가 (A씨) 내연녀까지 있어 힘들다”고 한풀이까지 했다. A씨와 내연녀의 관계는 지난해부터 멀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향후 내연녀의 움직임에 따라 A씨가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억원 주고 입막음한 B씨]

오래전 B씨는 ‘여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수십억원을 들여 입막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정재계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충청권 인사다. 그런데 B씨가 성욕을 참지 못하고 첫 만남에 한 중년 여성을 덮쳤다(?)고 한다. 이 여성은 대학 시절 발레를 전공했으며 고상한 기품으로 많은 남자의 러브콜을 받았다.

‘안희정 후폭풍’ 곳곳 미투 운동 움직임
각계 유명인사들 소문 진위 파악 부심 


평소 여자를 좋아했던 B씨는 첫 만남에 성욕을 참지 못하고 큰 실수를 범한 것. 

중년여성은 이에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우회적으로 B씨를 압박했다. 중년여성을 달래기 위해 B씨는 수천만원의 돈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몇 차례 억대의 돈을 제안했지만 중년여성은 ‘고소장을 쓰고 있다’며 완고하게 버텼다. 
 

B씨는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게 두려워 중년여성에게 10억원을 제안했다. 사건은 극적으로 합의가 됐으며 B씨는 한숨 돌렸다. 이 중년여성은 B씨에게 받은 10억원으로 충청도에 갤러리를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자 손댄 교수 C씨]

대학교수 C씨도 미투로 떨고 있다. 2년 전 C씨는 학교에 있던 여학생을 승용차에 태워 교외서 성추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교수는 산길을 걷자고 제안한 뒤 걸으며 덥석 손깍지를 끼였다고 한다. 그러다 인적이 없는 으슥한 산길로 여학생을 데려가 주위를 둘러본 뒤 키스를 퍼부었다고 한다. 

제자 도둑키스 한 교수
지인 성폭행한 아이돌 

이후 C씨는 여학생에게 입막음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 여학생은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C씨의 성추행 사실을 어떻게 폭로할지 고심 중이라고 한다. 현재 학내서 기자회견을 기획하는 등 시민단체와 연대해 C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학내에는 C씨의 성추행과 관련, 이 같은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 학교 측도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교수를 직위해제했다고 한다. 향후 학내 징계 위원회서 C씨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전해진다. 

[지인 성폭행한 아이돌 D]

아이돌그룹 보컬 D가 성폭행을 했다는 미투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해당 여성은 6년 전 지인과 D의 숙소에 놀러갔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D와 여성은 고교 때부터 아는 누나-동생 사이였다. 

당시 이들은 함께 술자리를 했으며, 예약해둔 숙소서 함께 잠을 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D는 그곳에서 이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아직은 수면 아래…유력인사 ‘#미투’
사실일 경우 최소 사회적 사망 선고 


이 여성에 따르면 당시 자신과 D 모두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양쪽에 친구들이 누워서 자고 있는데도, D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것. 이 여성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D는 사건 발생 후 지인들에게 이 여성과 잤다는 말까지 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D가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고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 성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미지와 향후 활동에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실명이 아닌 이니셜로 아이돌  D가 지목됐기 때문에 각 아이돌 소속사에서 집중점검에 들어갔다. 

[여비서 손댄 E회장]

중견기업 E회장도 미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는 평소 비서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서들 모두 울면서 회장실을 나왔다고. E회장이 성폭행은 하지 않았지만 노골적인 성추행에 비서들 모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 

시작된 폭로전 
살아남을 자 누구 


E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서들의 몸에 손을 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비서들은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그의 권위에 압도돼 아무것도 못했다고. 몇 차례 이런 일이 있었을 때마다 비서들이 울면서 파견업체에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해당 파견업체는 한 달에 몇 번씩 비서를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폭력 피해 상담 급증 ‘왜?’
“미투 운동 보고 용기”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 건수가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내놓은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6일까지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했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가해자가 유명인인 사례나 언론 보도를 통한 고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 100건 가운데 28건서 ‘미투’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미투 운동을 보며 피해를 입은 경험이 떠올라 상담을 결심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것 같아서” “이제야 그 일이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상담을 희망한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상담 사례 2055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성폭력 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가 29.5%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28.1%), 데이트폭력(13.8%), 스토킹(8.8%)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94.9%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등 데이트 상대자가 가해자인 사례가 45.9%를 차지했다.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이며 서로 잘 아는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성폭력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33.9%가 성폭행·성추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모욕·비난·의심은 14.9%를 차지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직장 관계자가 2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현 애인 등 데이트 상대자 23.7%, 친족 및 전·현 배우자 14.8% 순이었다. 성폭력 피해 상담서 2차 피해 경험이 드러난 사례는 19.3%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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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