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발 법조 게이트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09 16:04:59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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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한명이 절대권력 휘젓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좌불안석이다. 검사가 수십억원대 탈세로 조사 중인 일개 변호사에게 수사 자료를 건넨 정황이 드러났다. 평검사 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사건은 검찰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서울고등법원 감찰부(이성희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최인호 변호사를 지난달 23일 구속 기소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 대규모집단 소송을 대리하며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 차명계좌에 나눠 보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십억원대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초임 검사가?
윗선 지시 가능성

최 변호사는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집단 소송을 전문으로 하며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대구 북구 지역 주민 1만여명이 대구공군비행장(K-2) 전투기 소음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을 대리해 2010년 최종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최 변호사는 주민들에게 줘야 할 지연이자 등 개인 빚을 갚거나 주식투자 등 사적으로 쓴 혐의로 수차례 수사 끝에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게이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최 변호사가 공군 비행장 소음 소송서 승소한 142억원 중 일부를 빼돌려 ‘홈캐스트’에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는 회사 전·현직 경영진과 시세조종꾼 등이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홈캐스트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이 내부 수사정보를 유출한 의혹 등으로 구속되면서 새 국면으로 돌입했다. 

이 과정 현직 검사들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홈캐스트 수사 당시 사건 관련자를 비호한 인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했다. 
 

감찰부는 수사 정보를 피의자인 변호사에게 건넨 혐의로 춘천지검 소속 최모 검사와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추모 검사에 대해 지난달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최 검사는 평검사였으며 추 검사는 초임 검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 변호사 측과 가까운 검찰 윗선의 지시로 수사 기록을 유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차례 수사에도 무혐의 결론
수사 정보 빼내준 검사들 긴급체포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추 검사 측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자료를 일부 확보했다. 검찰은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 100개 안팎과 인터넷 서신기록, 전과조회서 등이다. 

유출된 수사 정보는 최 변호사가 사기 혐의로 고소한 옛 동업자 조모씨의 진술 조서 등이었다. 이를 통해 최 변호사는 형사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었고 조씨는 결국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다. 


현재 검찰은 유출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정보유출이 추 검사 초임 시절 이루어짐에 따라 윗선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배후를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조력자 도움 없이는 최 변호사 측에서 이런 민감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시 서부지검에 있던 추 검사의 상관은 물론 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검찰 관계자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최 검사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때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 관련 수사정보를 최 변호사 측에 흘리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된 수사관 중 1명과 홈캐스트 수사를 함께한 지휘검사였다. 감찰부는 해당 수사관이 뒷돈을 받고 홈캐스트 관련 수사기록을 관련자에게 넘겨주는 과정서 최 변호사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부는 추 검사와 최 검사가 최 변호사 측에게서 금품을 대가로 받고 편의를 봐준 것인지 조사했으나 아직 금품 수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감찰부는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해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관 2명을 구속 기소한 뒤 관련 사건을 감찰하는 과정서 확인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4일 추 검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수사 경과와 체포 경위에 비춰 긴급체포에 필요한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도망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공판 연루
모두 수사선상에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검찰 고위 간부 등의 사건 연루 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계획은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윗선에선 좌불안석인 건 마찬가지일 터. 

먼저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A지청장이다. 

그는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3∼2014년에는 서울서부지검서 최 변호사 사건을 수사했던 부서의 부장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A지청장은 추 검사를 1년간 데리고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사 과정서 추 검사는 “2014년 하반기 서울서부지검서 근무할 당시 최 변호사를 잘 봐달라”는 A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최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녹음파일 등 수사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지청장이 추 검사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서울서부지검서 추 검사의 상관으로 근무하다 다른 지방검찰청으로 옮긴 뒤였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A지청장과 최 변호사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A지청장을 상대로 최 변호사에게서 사건 관련 청탁을 받았는지, 두 사람 사이에 금전 관계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최 변호사는 지청장보다 직급이 높은 검찰 고위 관계자와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로비를 한 의혹도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자금 세탁을 거쳐 법조계 금품로비 등으로 사용된 돈이 10억원에 달했다. 이 돈 가운데 일부가 검사 인사로비 명목으로 법조계 고위인사에게 전달된 단서가 포착돼 수사결과에 따라 제2의 정운호 법조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봐주기 의혹에 전방위 로비 의혹
최소 20명? 초대형 사건 비화 조짐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세탁이 된 돈의 종착지가 어딘지 수사 중이다. 앞서 최 변호사 고소로 구속된 조씨가 기소돼 수사와 재판을 받을 당시 조씨 회사로 유입된 최 변호사 측의 돈 가운데 10억여원의 사용처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과 최 변호사는 법정서 이 돈을 조씨가 빼돌려 은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씨는 최 변호사 지시로 세탁한 현금을 최 변호사에게 대부분 전달했는데 자신만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맞섰다. 결국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채 수사는 종결됐고, 검찰은 이 돈까지 조씨가 최 변호사를 속이고 빼돌린 것으로 보고 범죄금액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고소인인 최 변호사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수사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가 “최 변호사가 투자한 돈은 그의 지시를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검찰은 ‘양심적인 법조인과 재력가가 그럴 리가 없다’는 취지로 무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자신이 구속되기 열흘 전인 2014년 5월21일 최 변호사가 돈을 빼돌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씨는 “회장님(최 변호사)에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회장님이 임의로 사용한 게 6억이다. 테니스장서도 3억을 봉투에 담아 차에 실어줬고”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받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 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현직 검사의 인사로비 용도로 법조계 고위인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검사 인사발표가 나기 1주일 전인 2014년 1월4일, 박근혜정부 유력인사와 서울의 테니스장서 직접 만난 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전화 상대방에게 “잘 마무리됐으니 조만간 결정될 거다. 아마 공안 쪽이나 법무부 쪽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날은 조씨가 최 변호사 지시로 현금 3억원을 테니스장으로 갖고 가서 최 변호사 차량에 실어준 날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 핵심인사도?
리스트 존재하나 

대검찰청은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진정이 제기되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검찰청은 지난해 11월 서울고검에 재수사를 지시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도록 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장인 손영배 부장검사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특수통 중에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손영배 부장검사가 수사에 투입된 뒤 수사관 2명, 현직 검사 2명의 신병이 확보되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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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