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전직 경찰 ‘6·13 출마 리스트’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06 09:11:07
  • 호수 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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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 벗고 정치적 야망 ‘활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이 지방선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직 경찰들이 대거 출마하기 때문. 경찰청 정보국은 경찰 출신 출마 예상자 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이 리스트에는 총 27명의 전직 경찰 고위 인사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출신 고위 인사들이 이번 6·13 지방선거서 시·도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에 대거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27명의 전직 경찰들이 출마 예상자로 꼽혔다. 이 문건은 경찰청 정보국서 생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14명
자한당 10명

경찰청 측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현직 경찰 관계자들은 해당 문건이 경찰청 정보국서 작성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서 쓰는 양식이 맞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출마 예상자 대부분은 경찰 고위직 간부 출신들이었다. 치안총감 1명, 치안정감 6명, 치안감 3명, 총경 출신 17명이다. 문건에는 이들의 당적까지 나와 있다. 예상자로 꼽힌 27명 중 14명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10명, 무소속 3명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서 경찰 출신의 경우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보수층이 두터웠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수 경찰 출신 인사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 예상자 중에서는 자유한국당 당적을 ‘고심 중’이라는 인사도 있다.

문건에 나온 주요 인사들을 정리했다. 

[최기문]

최초의 임기제 경찰청장으로 인사청문회를 처음 거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이번 지방선거서 무소속으로 경북 영천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 6명, 무소속 2명 등 무려 11명이 출사표를 던진 영천시장 선거에선 최 전 청장이 후보지지도 선두권에 올라서며 1위 후보자와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6∼27일까지 이틀 동안 영천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영천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최 전 청장은 16.3%를 기록하며, 1위인 자유한국당 정재식 전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소장(16.8%)과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고 있다. 
 

최 전 청장은 DJ정권서 초대 경찰청장을 지냈다. 더불어 노무현정권서도 경찰청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년 모 대기업의 폭행사건 당시 후배 경찰 고위 간부들을 동원해 축소 및 은폐 시도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약력] ▲경북 영천 출신(1951년생) ▲해군 대위 전역 ▲경북대사대부고·영남대 경영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제18회 행정고시 ▲종로경찰서장 ▲경북지방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경찰대학장 ▲계명대 초빙교수 ▲한화그룹 고문 ▲동국대 겸임교수

[정용선]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청장은 최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도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받고 있으며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아직 뚜렷한 출마 예상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의원직도 잃고 지방선거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출마 의사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내부 작성 추정 문건 보니…
간부 출신 지방선거 대거 출마 예상

정 전 청장은 충남지방경찰청장과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며 노인과 장애인 안전 대책, 학교 폭력 근절 대책 등을 적극 추진해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정 전 청장이 충남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선거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충남 당진 출신으로 경찰대 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정 전 청장은 1987년 경위로 임용돼 경찰에 입문, 경찰청 정보2과장과 정보심의관으로 근무하는 등 정보분야 경험이 풍부하다.

[약력] ▲충남 당진 출신 (1964년생) ▲경찰대(3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충남 당진서장 ▲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 서대문서장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경찰청 정보심의관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교육원장 ▲경찰청 수사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장

[김용판]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대선 여론조사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달서구청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청장은 이태훈 달서구청장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0~21일, 대구 달서구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달서구청장 후보 지지도에서는 이 구청장이 22.6%의 지지율로 가장 앞섰고, 이어 김 전 청장이 14.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두 번째 높은 지지세를 보였다.

김 전 청장은 지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하며,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서 나온 대선 개입 증거를 은폐하고, 사건 관할서인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았다. 

[약력] ▲대구 달서 출신(1958년)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법학과 졸업 ▲경북 성주경찰서장 ▲베이징 주재관 ▲경찰청 보안국장 ▲서울경찰청 차장 ▲충북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서범수]

서병수 부산시장의 막냇동생인 서범수 전 경찰대학장은 울산시 울주군수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서 전 학장은 부산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부친의 고향이 울산 울주군 범서읍으로 차기 총선서 울산지역 출마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총경 승진 직후 울산경찰청 방범과장으로 1년, 2011년 경무관 승진 후에는 울산청 차장으로 5개월, 또 2014년 울산경찰청장을 지내며 울산과 계속 인연이 맺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불거진 엘시티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형인 서 시장의 측근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현직 부산시장과의 커넥션 의혹이 잇따라 나왔다. 

더불어 서 전 학장 역시 오랫동안 부산서 공직생활을 하며 이 회장과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의심 받기도 했다. 

[약력] ▲울산 출신(19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경제학과 ▲울산청 방범과장 ▲부산청 강서경찰서장 ▲부산청 수사과장 ▲부산청 동래경찰서장 ▲부산청 경무과장 ▲울산청 차장(경무관) ▲부산청 1부장 ▲경찰청 교통국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치안감) ▲울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 제2차장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이상식]

대구경찰청장 직과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냈던 이상식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다. 

TK출신으로 행시를 합격한 엘리트 경찰로 평가받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실에 파견 나가기도 했으며,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도 손꼽혔던 그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임기가 끝나고 이철성 경찰청장이 임명되자 제복을 벗었다.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총감 1명, 정감 6명…27명 꼽아
사건·사고 구설 당사자도 포함

이 전 청장은 부산경찰청장이던 시절 부산경찰청이 ‘학교전담 경찰관 여고생 성관계’를 은폐하고 묵살한 사건 당시 책임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6년 6월 학교전담 경찰관 두 명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부산경찰청서에서 은폐 축소하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약력] ▲경북 경주 출신(1966년생) ▲대구 경신고, 경찰대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동국대 경찰행정학 박사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영국 주재관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 과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대통령실 민정1비서관실 ▲경기지방경찰청 제3부장 ▲행전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정보심의관 ▲부산지방경찰청장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 

[김충규] 

소말리아 해적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김충규 전 동해·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의령군수에 출마한다. 

2013년 말 치안감으로 명예퇴직했던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조직특보와 경남도당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경찰 재직 당시 경남 고성경찰서를 비롯해 산청경찰서장, 부산 금정·사상·해운대경찰서장을 역임했다. 
 

경찰 간부 출신김 전 청장은 30여년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낙후된 의령을 군민의 지혜와 공직자 역량을 결집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겠다는 각오다. 

농촌소득 확충과 전통시장 활성화, 농촌 관광문화벨트 조성, 친환경기업 유치, 신도시 건설(1·2차), 다양한 인구증가 시책 등으로 인구 5만명 유지와 군립병원 신설 등 의료복지시설 확충 등을 공약했다.

[약력] ▲경남 의령 출신(1955년생) ▲부산공업고등학교,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제주지방경찰청 해안경비단 단장 ▲부산지방경찰청 해운대경찰서 서장 ▲부산지방경찰청 해운대경찰서 서장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 국장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서장급 눈길
연임도 노려

이들 후보군 외에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경찰 고위 인사들과 출마 예정지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 광양서장 권세도(60)-여수시장 출마 ▲전 부산중부서장 이갑형(66)-부산남구청장 ▲전 부산해운대서장 변항종(63)-부산영도구청장 ▲전 사천서장 차상돈(62)-사천시장 ▲전 창녕서장 조성환(60)-밀양시장 ▲전 익산서장 나유인(60)-김제시장 ▲전 진주서장 장충남(57)-남해군수 ▲전 강릉서장 장신중(65)-강릉시장 ▲전 곡성서장 허남석(64)-곡성군수 ▲전 영천서장 정우동(54)-영천시장 ▲전 태백서장 윤선옥(63)-태백시장 ▲전 거창서장 양동인(66)-거창군수 등이다.

자유한국당은 ▲전 경기청장 김종양(58)-창원시장 ▲전 경기청장 이강덕(57·포항시장)-포항시장 ▲전 울산청장 김성근(61)-밀양시장 ▲전 경찰대학장 서범수(55)-울주군수 ▲전 중앙경찰학교장 조길형(56·충주시장)-충주시장 ▲전 여주서장 전진선(60)-양평군수 ▲전 청양서장 이석화(72·청양군수)-청양군수 ▲전 인천중부서장 이환섭(68)-인천동구청장 등이다.

무소속 후보군으로는 전 양구서장 최지붕(60)-양구군수, 전 경찰청 수사연구관 나용찬(65·괴산군수)-괴산군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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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