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세권·맥세권을 아십니까?

주택시장은 물론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분양시장에 ‘다(多)세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세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서 어떤 인프라를 품고 있는지 여부가 그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세권의 파생과 쓰임새는 이제 분양시장 마케팅서 선택이 아닌 필수 상황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당 상품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소비층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인 함축적 의미로서 향후에도 다양한 ‘○세권’ 장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통적인 선호지역인 ‘역세권’ 외에도 ‘수세권’ ‘법세권’ ‘의세권’ ‘포세권’‘몰세권’ ‘백세권’ ‘공세권’ ‘숲세권’ ‘학세권’ ‘스세권’ ‘맥세권’ 등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수세권, 법세권,
의세권, 포세권…

전철역과 가깝다는 표현인 역세권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경우다. 

반면 신조어인 명문학교 선호하는 등 자녀 교육 의욕 높은 실수요자인 30~40대 교육 열기 만들어낸 학세권, 주거지역 인근에 공원(공세권)이나 산 등 자연녹지를 끼고 있다는 숲세권, 대형 공원이 있는 단지의 공세권, 강이나 호수, 수로, 바다 등을 끼고 있다는 수세권,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과 가깝다는 맥스권(맥도날드+역세권)과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 등의 마케팅 관련 새로운 용어가 등장해 다양한 부동산 상품 홍보에 자주 쓰이고 있다.


대형병원이 있는 경우 의세권인데, 의세권의 경우 병원 근무자 등 오피스텔 임대수요 풍부하다. 법원 등 법조타운이 있는 경우 법세권이라 한다. 

법조타운은 변호사, 법무사 등을 대상으로 임대를 놓는 틈새 수익형 부동산 중 하나로 잦은 임차인 교체가 없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임대가 가능하다. 법세권은 임차수요가 풍부하고 투자 안전성이 비교적 높은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세권은 주변에 백화점, 대형 쇼핑몰 끼고 있는 백세권, 몰세권 단지다. 대형상업시설은 쇼핑 뿐 아니라 문화, 여가, 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주거 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입지나 수요 등도 보다 철저히 분석하기 때문에 미래가치도 일부 기대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접근성은 집값 상승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 대형복합쇼핑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주거단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실제 판교신도시는 지난 2015년 개장한 현대백화점과(판교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백화점과 거리에 따라 가격상승률 차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휴먼시아 5단지’(2009년 10월 입주)는 단지 바로 앞에 현대백화점(판교점)이 위치하고 있어 걸어서 5분이면 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다. 

2017년 4월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의 매매가는 8억6000만원으로 2년 전(2015년 4월 7억7500만원)대비 10.97%의 가격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과 반경 2㎞가량 떨어져 있어 걸어서 백화점을 이용하기 어려운 ‘봇들마을풍성신미주1단지’(2009년 2월 입주)의 전용면적 83㎡의 매매가는 6억9500만원으로, 같은 기간인 2015년 4월 6억5500만원으로 6.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음으로 몰세권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을 꼽으라면 당연 고양시 삼송지구가 있다. 고양 삼송지구는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도 불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분양시장에 부는 ‘다세권’ 바람
마케팅서 선택 아닌 필수로 여겨

지난해 8월 교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자리 잡은 데 이어 글로벌 대형 가구전문점 이케아까지 근처에 들어서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이 지역 아파트값은 3.3㎡당 1630만원으로 고양시서 가장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스타필드 근처의 삼송2차아이파크(84.74㎡)는 지난해 10월 6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2013년 분양 당시 3억9000만원대였던 집값은 2년 후 입주할 때 4억6500만원으로 7500만원 올랐다. 

그러다 최근 2년 새 상승폭이 1억7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인근 동산마을22단지 호반베르디움(84.95㎡)도 2015년까지 4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스타필드 입점 소식이 알려진 2016년 초 5억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에는 5억9800만원에 거래된 매물도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등 고급상업시설은 유동인구와 교통 여건, 인근 개발호재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입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설이 모여 있는 경우 지역 내 쇼핑,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해 대중교통 등 각종 생활인프라가 확충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 분양시장서도 백화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백세권, 몰세권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롯데건설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선보인 ‘해운대 중동 롯데캐슬 스타’는 평균 57.94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청약 마감했다. 

이 단지도 NC백화점(해운대점)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이마트, 영화관 등 상업시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백화점 조성예정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원개발이 동탄2신도시 광역비즈니스 콤플렉스 C6블록서 분양한 ‘동탄2신도시 3차 동원로얄듀크 비스타’는 229가구 모집에 4017명이 몰려 평균 17.5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서 전 주택형이 청약 마감됐다. 

이 단지는 반경 1㎞ 내 거리에 롯데백화점이 조성될 예정에 있으며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 상업시설도 함께 조성될 계획이다.

새로운 용어
홍보에 도움

마지막으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과 역세권이 가깝다는 맥세권, 스세권 등의 마케팅 관련 새로운 용어가 등장해 다양한 분양상품 홍보에 자주 쓰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정부 규제나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서 알짜 부동산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인프라의 상징인 다세권을 갖춘 부동산이 높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세권의 파생과 쓰임새는 이제 부동산 마케팅서 선택이 아닌 필수 상황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상품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소비층의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인 함축적 의미로서 향후 다양한 다세권 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다세권을 품은 주요 수익형 부동산.
 


▲명동 엠퍼스트 플레이스(오피스텔)= 강산건설은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하는 오피스텔 ‘명동 엠퍼스트 플레이스’가 분양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95%가 소형평형과 전용률 평균 54.6%선으로 이뤄져 있다. A1~3, B, C, D의 총 6개 타입으로 구성된다. 트리플역세권으로 서울 2호선 을지로3가역, 3·4호선 충무로역, 4호선 명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광역버스노선이 지나는 입지로 서울은 물론 수도권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주변으로 다양한 생활인프라도 구축돼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밀리오레, CGV, 국립극장 등 다양한 쇼핑·문화시설이 인접해 있다. 중부경찰서, 백병원 등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풍부한 배후수요도 눈여겨볼만하다. 반경 1.5㎞ 내 업무종사자 기준 오피스텔 수가 불과 0.005실인 곳에 자리해 희소가치가 돋보인다. 대신증권, 미래에셋, 유안타 증권, 금융업밀집지구와 4만여 사업체가 모여 있는 중소기업밀집지구의 근무인원 약 30만명을 배후수요로 두고 있다. 

게다가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수요까지 흡수 가능해 공실에 대한 우려가 적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입주한 충무로 인근 ‘엘크루메트로시티’는 지난 5월 전용 26㎡가 2억5000만원, 전용 28㎡은 전세 2억원에 거래됐다. 

효과적인 함축적 의미
해당 상품 장점 극대화

임대수요도 보증금 1000만원, 월임대료 90만~100만원 수준으로 시세와 임대료 모두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60% 무이자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췄다. 게다가 일부세대의 조망이 남산타워 조망이라 로맨틱과 서울 최고의 야경을 집 안에서 힐링 프리미엄을 갖췄다.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오피스텔)= 피데스개발은 오는 3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40번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결합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사업지는 NC백화점이 있던 자리로 지하철 4호선이 바로 인접한 초 역세권 입지다. 인근으로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범계역 로데오거리도 가까워 평촌 신도시 프리미엄 상권을 누릴 수 있다.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는 최고 지상 43층, 총 622실로 전용면적 49~59㎡ 규모로 조성된다.
 

▲다산 지금지구 제일프라자(상가)=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내 지금지구에 ‘제일프라자’가 분양 중이다. 서울서 다산신도시로 진입하는 첫 입구 사거리 코너의 근린상가로 제일프라자는 4거리 3면코너 상가로 들어선다. 상가는 병·의원은 물론 학원, 편의점, 제과점,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종을 선점하는 기회로 불리며 상승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토평IC서 남양주로 진입하는 대로변에 가깝게 자리한다. 입지적 장점이 우수한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상가로 서울 방향서 올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퇴근길 상권의 ‘몫’ 좋은 핵심상가라는 평가다.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상권 구성이 가능하다. 

상가 일대에는 약 8300여세대라는 기존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고, 오는 2019년 1월 입주를 시작해 2019년 12월까지 약 6000여세대가 순차적으로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로변 4거리 3면코너 상가로써 희소가치가 높은 제일프라자는 항아리상권의 알짜입지로서 차별화된 전략이 가능하다. 더불어 흔한 상권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다. 

투자가치가 높은 호실로는 아파트를 바라보는 1층 코너로 편의점 지정 호실과 부동산 임대확정 점포, 병·의원 입점에 적합한 4거리코너 대로변 접한 호실 등이 있다. 주변에는 아파트 밀집지역이 조성돼있어 상당수의 학원수요를 확보한 입지로 상가 5층의 경우 음악, 수학, 미술, 영어 학원과 태권도 등이 입점하기 좋다.
 

▲송도 랜드마크 푸르지오시티(레지던스)= 대우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약 2000실의 대규모로 짓는 ‘송도 랜드마크 푸르지오시티’를 분양 중이다. 광영산업개발과 엠앤씨가 시행위탁사를 맡은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6층, 2개동, 전용면적 22~48㎡, 총 1990실 규모를 갖춘다.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에 맞춘 소형 평면 구성이 눈에 띈다. 단지에는 전 실 발코니가 제공된다. 발코니는 실사용 면적을 넓히는 것은 물론 스터디룸, 바, 휴식공간 등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여기에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2.4m 천정고(우물천정 부분 2.5m) 설계가 적용된다.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론트호수 옆에 인천지하철 1호선 랜드마크시티역(가칭, 예정)이 계획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송도 랜드마크 푸르지오 시티는 워터프론트호수와 송도달빛축제공원을 끼고 있는 데다 아암도해안공원, 아암호수 등도 인접해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집값 상승률에
긍정적인 영향

특히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선 랜드마크시티역(가칭)이 걸어서 3분 거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6층, 2개동, 전용면적 22~48㎡, 총 1990실 규모의 생활숙박시설이다.

전실 발코니가 제공돼 공간활용도를 높이고 최고 2.5m 높이의 대형 우물천장으로 개방감을 확보했다. 

일부 가구에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빌트인 가전, 가구도 다양하다. 드럼세탁기(일부가구), 냉장고, 전자비데, 전기쿡탑 등이다. 대기전력차단, 온도조절, 조명제어, 실시간 전력사용량 모니터링이 가능한 IoT 스마트스위치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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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