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제자들> ‘용산중 농구부’ 김동현-여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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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2.26 10:55:16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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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믿고 맡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작년 용산중학교는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농구 명문이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주춤하던 용산중학교에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동현과 올해 4월 용산중학교로 전학을 온 여준석. 둘은 만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잘 맞는 팀 메이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토록 잘 맞았던 것은 농구인 출신의 아버지 그리고 형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김동현과 여준석은 각각 농구인 집안의 아들로 유명하다. 김동현은 현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김승기의 차남, 여준석은 동아고-고려대 출신 선수였던 여경익의 차남이다. 

공통점이 많은 두 차남이지만 농구코트에 입성하게 된 계기만큼은 달랐다.(여-여준석, 김-김동현)

 : 아버지(여경익)도 농구선수 출신이시기도 하고, 저희 형(여준형)도 농구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버지의 선수 시절 영상 같은 것들을 찾아보면서 농구에 흥미를 느꼈는데 형이 농구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시작하게 됐어요.

 : 저도 준석이네처럼 아버지(김승기)랑 형(김진모)이 농구인이세요.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께서 농구를 권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아버지랑 형이랑 노는 거로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됐어요.”

농구의 매력에 빠져 지낸 지 언 5년 차 그동안 김동현은 농구의 본고장인 미국에 다녀왔고, 여준석은 NBA서 아시아 유망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시아 퍼시픽 캠프에 참가했다.


 : 아무래도 피지컬이나 힘 그런 부분에서는 그 친구들과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에 기본기가 탄탄하게 돼 있어 미국에 있을 때 제가 주 득점왕을 차지하고 그랬어요.

 : 한국서 중학교 3학년은 저 포함해 3명만 아시아 퍼시픽 캠프에 참가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를 제외하고는 전부 고등학생이니까 피지컬적인 면에서 남다른 포스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호주 선수들이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농구 명문 명성 되찾아준 ‘쌍포’
농구인 가족 보며 선수의 꿈 키워

두 사람은 각국의 새로운 이들과 만나며 평소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폭넓은 경험으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났다.

 : NBA 코치님들의 티칭 스타일은 어떨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막상 배워보니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패턴은 달랐어요. 캠프를 통해 이전에 배우던 전술과는 조금 다른 유형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신선하기도 했고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저는 미국서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5:5 게임을 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가 드리블을 잘하면 그 친구를 통해 드리블 스킬을 전수받는다든지 혹은 제가 그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따라 해본다든지 하면서 저만의 것을 만들어 나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남들과는 다른 경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던 두 사람은 최근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고자 노력 중임을 밝혔다.
 


 : 슈팅가드다 보니까 슈팅에 대한 자신감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단점은 감정 기복이 심한 거요. 경기에 따라 플레이가 확 올라왔다가 떨어졌다가 해서 컨트롤 하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왼손이 약해요. 그래서 양손 다 사용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 중이에요.

 : 키가 크니까 속공을 띄워줄 수 있는 거랑 팀 동료들이 슈팅 찬스에 편하게 슈팅할 수 있게 리바운드를 잘 잡아주는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으로는 동현이와 마찬가지로 왼손과 체력이라고 생각하고 최근에는 이 둘에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어요.

본인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달라는 말에 놀란 토끼 눈처럼 쳐다보던 두 사람. 상대방에 대한 칭찬에는 거침없었다.

 : 동현이는 한 방이 있는 친군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슛이나 이런 거 할 때 넣어주면 저희는 조금 편하게 시합에 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친구의 그 한 방이 너무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 자랑할 게 많은데…우선(키가) 2m가 넘는 데 반해 슛이라든가, 드리블 등이 좋아요. 다른 팀 가드보다 더 잘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일 부러운 건 본인이 속공을 띄워서 해결하는 거예요.

서로의 닮고 싶은 점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들의 모습이 보였다.힘든 훈련을 해내는 운동선수가 아닌 중학교 3학년 김동현과 여준석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저희 집은 어머니께서 꼭 와주세요. 서울서 열리는 경기 같은 경우에는 거의 다 와주시고, 지방서 경기가 있을 때는 가끔 오시긴 하는데 모두 참 감사하죠. 아버지는 팀이 있으시니까 자주는 못 오시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 꼭 오셔서 보고 가세요. 그러곤 딱 한 마디 하시고 가시죠. ‘자세 낮춰라’ 아직 잘 안 고쳐지긴 하는데 노력 중이에요.

 : 아버지가 회사 일을 하시면서도 경기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와주시려고 노력하세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 감사하죠.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늘 피드백도 해주세요. 제가 혹시 기분이 안 좋게 경기를 마무리하면 기분 풀어주시려고 노력도 하시고, 평소에는 경기에서 제가 놓친 부분들 혹은 문제점 등을 체크해서 말씀해주세요.

경쟁 대신 팀워크로 똘똘
올해부터 용산고 새 둥지

가족들의 애정 덕분일까, 두 사람은 지난 7월 상주서 펼쳐진 제72회 전국 종별 농구 선수권 대회 결승전서 여준석 44점 31리바운드, 김동현 17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중등부 평정에 이바지했다. 사실 고된 훈련으로 각자 집에서 쉬기 바빴던 용산중 농구부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고 했다.

 : (종별 결승)경기 전날 저희끼리 유니폼을 동그랗게 모아두고 ‘내일 경기 이기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박)건태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목사님처럼 막 설교를 하더라고요. 너무 웃겨서 기도는 흐지부지되고 건태 재롱만 봤는데 다음날 저희가 우승을 한 거예요.

16살 사춘기 소년들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였다. 비록 기도를 다 끝마치지는 못했지만 결승전의 압박 대신 팀워크로 똘똘 뭉치며 농구 명문의 건재함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선수들은 내년 시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익숙하던 박민재 감독의 품을 떠나 용산고등학교서 새 둥지를 튼다.


 : 아직 실감은 그렇게 많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친했던 동생들이 용산중에 많이 남아있으니까 가끔 서로 얼굴도 보고 그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비록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모든 게 다 새로운 시즌이긴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덕에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는 점이 그들은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팀이 전관왕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내년 시즌 용산고의 밝은 내일이 되고자 했다.

유망주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서 발전될 가망이 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김동현과 여준석은 유망주로 불리기보다는 팀의 대체 불가 선수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여-김 : 형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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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