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산 추징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00:01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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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전 한 푼 없이∼’ 길거리 나앉게 생겼다

[일요지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탄핵정국 때부터 국민들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재산 국고 환수가 시동을 걸었다. 검찰은 지난 8일, 법원에 박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청구했다. 검찰이 추정하는 박 전 대통령 재산은 최소 60억원. 추징 이외에도 검찰이 벌금형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재산에 관한 추징보전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국정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뒤 이어진 후속 조치였다.

국고 환수

이는 재산 추징으로 가는 수순이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 양도 및 매매 등 일체의 재산 처분을 할 수 없도록 보전하는 조치를 뜻한다. 법원이 추징보전 명령을 내리면 박 전 대통령은 재산을 팔거나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 

부동산은 물론 예금 등 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매월 5000만∼2억원씩 총 36억여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국정원 상납 자금 중 상당액을 사무실 금고에 보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 운영과 거리가 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활비 사용처는 ‘기 치료’와 ‘주사 비용’ ‘의상비’ 등으로 알려졌다.

추징보전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이 28억원에 매입한 내곡동 자택과 1억원 수표 30장이다. 검찰은 수표 30장을 유영하 변호사가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최소 6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37억원. 1년도 되지 않아 23억원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기준 대통령의 연봉은 2억1200만원대로 박 전 대통령이 연봉을 한 푼도 쓰고 않고 모두 모았다고 해도 불가능한 증액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조치에 관해 유죄판결을 확신한 결과로 해석한다. 유죄 판결 전 재산을 은닉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서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조치를 당한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국고로 환수된다.

미상의 예금까지 합하면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검찰이 추산하는 재산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수표 30장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현금 10억원을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주택을 매각하는 과정서 발생한 차익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동 자택 매매 후) 잔금 거액이 있었는데 유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윤전추 전 행정관이 수표, 현금으로 출금해 유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과 통화서 수표를 자신이 관리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대신 수표 등 박 전 대통령 재산관리가 향후 있을 변호 등에 대한 대비라는 해명을 내놨다. 

검찰은 “정당한 거래로 나온 자금 이전이라든지 세금 신고가 된 것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수표 등은 박 전 대통령 소유의 재산을 유 변호사가 잠시 맡아준 상황 아닌가 생각된다”고 풀이했다.

검찰, 보유 재산 60억원 동결
벌금 가능성 대두 ‘최대 5배’

그러나 금액의 규모로 봤을 때 변호사 수임료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에 선임된 변호사는 유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지난해 10월 법원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하자 이에 반발해 전원 사임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7명 중 최고액(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변호인은 2000만∼3000만원을 수임료를 받았다. 유 변호사가 맡고 있는 40억원을 온전히 수임료로 보기 힘든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40억원의 성격이 변호사 수임료라기보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 재산관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또한 해당 금액이 변호사 수임료로 지불되지 않았고 변호사들도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점에 비춰 아직 박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 변호사가 지난 9일 다시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점도 ‘재산관리설’에 무게를 싣는다.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의 관계가 단순 의뢰인과 변호인을 넘어섰다고 전제하더라도 가족도 아닌 변호사에게 이런 거액을 맡기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선임계를 제출한 시점 또한 검찰의 발표가 있고 하루 뒤라는 점에서 재산관리설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추가 기소된 직후 서울구치소를 찾아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변호사는 법원의 재산 동결 결정 전 30억원을 다시 박 전 대통령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 변호사에게 재산관리를 맡긴 목적이 추징에 대비한 은닉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재산 도피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사협회의 징계를 촉구했다.

이외에도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추징보전 대상서 제외된 나머지 현금 약 10억원의 용처 등에 대해 검찰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뇌물 총액 36억원 가운데 이재만 전 비서관이 관리한 금액을 제외하고 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20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검찰은 해당 금약의 용처를 계속 수사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벌금도 가능

유죄가 확정될 경우 뇌물혐의 액수인 36억원은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추징과 더불어 따로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특가법상 뇌물의 경우 법원은 징역형과 별도로 뇌물 액수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벌금 규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자택마저 잃을 위기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자승자박? 

검찰이 법원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산 추징보전 청구를 제출한 가운데, 2013년 6월 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이하 전두환 추징법)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전두환 추징법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개정법에 따라 공무원이 뇌물 등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이 범인 외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포함되도록 확대됐다. 

즉 일반법에 의하면 유영하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30억을 추징할 수 없지만, 전두환 추징법에 의해서 추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본인에게 자승자박이 되어 버린 셈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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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