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집필진 현주소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1:12:31
  • 호수 1148호
  • 댓글 0개

문정부와 어색한 동거…그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밝혔다. 검찰이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 45만장 중 90%가 정당으로부터 제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권에 의한 무리한 정책이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앞서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를 넘겼다. 

지금 뭐하나?

이를 분류한 결과 전체의 약 90%인 39만9000장이 정당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자유한국당 11만9000장, 더불어민주당·정의당 28만장).

2015년 박근혜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역사학계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 사이서 큰 저항이 일어났다. 국가가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정화의 목적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불통’과 ‘독선’도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국민의 반발이 컸지만 박근혜정권은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당시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이나 교과서 내용의 뼈대가 되는 ‘집필기준’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통 보안’을 펼쳤다. 

“집필진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분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학계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군부정권서나 봤을법한 보안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계와 국정화 반대하는 측이 ‘집필진 공개 수배’에 나섰지만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

2016년 11월 베일이 벗겨졌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함께 집필진 명단도 공개했다. 집필진은 모두 31명. 

대학교수뿐 아니라 현장 교사 7명이 포함된 수였다. 시대별로 ▲선사·고대 5명 ▲고려 5명 ▲조선 4명 ▲근대 4명 ▲근·현대 1명 ▲현대 6명 ▲세계사 6명으로 구성했다.

국정교과서에서 가장 우려를 낳은 부분은 바로 현대사였다. 이념적 관점에 따라 평가가 현저히 달라지며 현재까지도 대립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국정화 명분도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고치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사 집필진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록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개된 현대사 집필진 명단은 이념적 평향성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진보성향 교수로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일했다. 나머지 5명의 집필진이 보수 성향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현대사 집필진 중에 현대사 전공자는 없었고, 4명이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나 ‘교과서포럼’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외 인물들 역시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집필진으로 가득찼다”고 비판했다.

현대사 6명 중 5명 ‘보수’
국사편찬위서 왕성한 활동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과연 현대사 집필진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보수 성향 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16일 서울대서 열린 제14회 ‘SNU트루스포럼’서 강사로 나와 개헌 논의 중 인권위원회 헌법기관 격상 부분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진보성향의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되면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땅치 않고 삼권분립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를 제외한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5명은 현직으로 복귀해 교편을 잡고 있다.

이 중 유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2016년 10월경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교수뿐 아니라 편찬위원 중 과반수(14명 중 7명)가 국정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다. 최성락 목포대 교수(고대),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고려),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조선), 한상도 건국대 교수(근대), 정경희 영산대 교수(세계사) 등 5명은 유 교수처럼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었다.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는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편찬심의위원은 편찬기준과 편수용어를 심의하고 집필진이 쓴 교과서 원고를 심의해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역할이다. 편찬위 상임위원인 진재관 편사부장은 국정교과서 집필·편찬 실무책임자였다.

편찬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편찬위원장이 추천해 교육부장관이 위촉하는 구조다. 위 편찬위원 대부분은 2019년 3월 임기가 끝나며, 그중 이재범·한상도·유호열·정경희 교수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학계도 적폐

역사학계 관계자는 “국정화에 참석한 교수들에 대해 ‘양심을 저버린 학자’라는 평가가 학계에 있다”며 “이들이 아직도 현직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지적할 만한 사안이다. 역사학계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산더미”라고 평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이트리스트’ 조사는?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교육부 내 ‘화이트리스트’ 존재 여부와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 논란을 조사한다. 최승복 진상조사위 팀장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는 발표를 준비 중이고 집필료 문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거나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해 학술연구비 등을 배타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31명에게 총 7억6918만원을 연구비로 지급하는 등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의혹도 있다. 이는 기존 검정교과서 집필진과 비교해 최소 8배 이상이다. 

모습을 드러낸 국정교과서에 수많은 오류가 발견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