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대망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19:25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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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업고 청와대 접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선 최초’의 3선 도전이다. 당선될 경우 3번 연임한 최초의 서울시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지난 2016년 12월22일 역대 민선 서울시장 중 최장수 기록을 거머쥔 바 있다. 그렇게 박 시장은 차근차근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3선 도전기를 살펴봤다.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박 시장은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자리서 그는 “강산이 변하는 데도 10년이 걸린다. 내 삶을 바꾸는 데도 10년이 걸린다”며 “박원순은 6년 먼저 준비했다. 10년 혁명은 내 삶을 바꾸는 대전환이며 내 삶을 바꾼 첫번째 도시 서울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출마 초읽기
3선 정조준

박 시장이 서울의 수장이 된지도 6년 차. 3선을 통해 ‘10년 혁명’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동안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왔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의 3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6년간 두루 노력했지만 1000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며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연결이고 확장이어야 한다.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축적이고 진화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3선 필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공식 출마선언을 미룬 상태다. 임기가 아직 6개월이나 남은 데다 이른 출마 선언은 자칫 선거판 과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판 과열은 ‘네거티브’를 수반해 후보들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후보들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지지자들의 이탈이라는 위험이 따라온다. 만약 민주당 후보들 간 공방으로 서울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정계은퇴급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박 시장의 우려처럼 현재 서울시장 선거판은 과열 양상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여당 내 경쟁이 치열하다.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최근 사면·복권된 정봉주 전 의원과 20대 총선 공천서 탈락한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만 7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그림이 그려진다. ‘본선보다 힘든 예선’이 자명해 보인다.

경선 중간 중도 사퇴나 단일화로 후보군이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행보를 보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영선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 시장과 박영선, ㅂㅇㅅ이 똑같다. 고향도 똑같다”라며 “‘여성 ㅂㅇㅅ이냐, 남성 ㅂㅇㅅ이냐’ 정도의 코멘트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내 경선 구도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압도적 1위
시민의 힘?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민병두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당(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지 않냐”며 “(서울시장)출마하는 분들 중 누가 가장 문 대통령의 정치적 보완재가 될 수 있나, 파트너가 될 수 있나하는 고민이 굉장히 큰 지점일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 메시지는 그 부분에 맞춰갈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후보가 난립함에도 박 시장은 각종 지표서 강세를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연말에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시장은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물론 야권의 모든 후보와의 대결구도서 더블스코어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일보>가 신년 특집으로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7∼28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37.6%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11.5%, 민주당 박영선 의원 11.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0.4%, 홍정욱 헤럴드 회장(불출마 선언) 4.8%, 민주당 우상호 의원 2.3%,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1.3%, 민주당 민병두 의원 0.2%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서도 박 시장은 2위와 2배 이상 차이 나는 지지율을 기록, 1위를 달리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출마 공식화 “10년 혁명 이룰 것”
여론조사 압도적 1위, 불안요소는?

박 시장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현역 프리미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된 후 6년 동안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당내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무상급식 파동으로 시끄러웠던 서울시를 이어받아 그간 잡음 없이 시정을 운영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민 834명을 상대로 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직무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63%에 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7%였다.


시정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시민사회단체의 힘이 꼽힌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이끈 ‘시민단체인’ 출신이다. 

그가 보궐선거서 당선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 결재였다. 지난 2010년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의 큰 줄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 시민단체였음을 감안했을 때 박 시장이 친시민단체 행보를 시작했다고 해석할만한 대목이었다.

박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친서민적 성향이다. 그는 취임 이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 2013년 철도노조 파업철회, 공공데이터 개방 등의 정책을 펼쳤다. 서울형 공공어린이집,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 공원화), MICE복합단지조성, 구직자 청년수당 지급 등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서울시서 추진하는 R&D 중심도시, 바이오메디컬 등도 눈여겨볼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문재인정부의 노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34번째 과제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업을 통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당선 낙관론?
방심하긴 일러

정치권은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3선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한다. 현재 문 대통령은 지지율 70% 안팎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의 판세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서 친문 표심이 흩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후보들 중 핵심 친문(친 문재인)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 예비경선 과정서 비문(비 문재인) 노선을 걸으며 친문 진영과 각을 세우다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대선 막판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당내 대표적 비문 인사로 분류됐다. 그 외 민주당 후보들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도운 이력이 있지만, 핵심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친문 내부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선택이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 시장은 문재인정부와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 친문 지지자들에게 적극 어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문정부 출범 직후 서울시 출신 인사 다수가 청와대로 진출했다는 점도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는 건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민들의 ‘피로감’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분명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6년간 봐온 인물에 대한 싫증 내지 익숙함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말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하는 후보가 없음’을 선택한 부동층이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장 장기 집권이 박 시장을 ‘올드’한 이미지로 만든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여론의 생리상 박 시장이 본선무대에 오르더라도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 야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형성할 경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정치권 안팎에서 들려온다.

안철수의 ‘보은론’ 본선 암초 예고
‘소’→‘대’통령 2022년 정조준

이러한 불안 요소는 민주당 내부서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은 안정이 아닌 안주로 읽힌다”거나 “지방선거 붐을 위해선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다. 한때 ‘박원순 경남도지사 재배치론’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병두 의원은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있다”며 박 시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시장 측은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나 당내 여론을 다독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선에서는 ‘안철수’라는 암초가 존재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꾸준히 높게 점쳐진다. 만약 안 대표가 출마한다면 지난 2011년 보궐선거 때 안 대표 양보로 무산된 ‘안철수-박원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 대표가 ‘양보론’을 꺼내들 경우 박 시장이 명분서 불리하다. 지난 2011년 안 대표는 지지율 5%에 불과한 박 시장과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 단일화에 합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안 대표의 지지율이 50%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양보였다. 

만약 안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양보론에 의한 ‘보은론’ 프레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해당 부분에 대해 CBS 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면 박 시장이 이번에는 양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냐”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가장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장의 임기는 4년(2018년 7월~2022년 6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해와 일치한다.

당선만 되면…
대권이 보인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일이 2022년 3월로 당겨져 임기 도중 사퇴를 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대선일과 사퇴일 사이의 기간이 짧아 “대권 욕심에 시정을 버렸다”는 비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박 시장이 힘줘 추진하는 서울시 프로젝트 ‘태양의 도시’도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시계는 일찌감치 2022년으로 맞춰진 모습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강남구 악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햇수로 7년째 강남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부터 자치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수행했다. 시장의 참석은 해당 자치구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번에도 강남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는 박 시장 취임 후 신년인사회는 물론 현장시장실·현장방문 등에 그를 단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다.

이는 박 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의 해묵은 악연 때문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부터 구룡마을 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강남구는 100% 공영개발방식으로 맞섰다. 해당 건이 해결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신 구청장은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후에도 ‘세텍부지 시민청 건립’ ‘댓글부대 논란’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확전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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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