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귀환’ 전 LIG 감독 이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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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02 11:15:42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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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쉼표 없는 배구인생

“아직도 내 머리에는 수 백 가지의 배구 전술이 존재한다.” 거포 강만수와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김호철의 조합을 가졌던 한양대학교 배구부는 남자배구의 철옹성으로 오랫동안 군림했는데, 그러한 한양대학교 배구부를 제압하며 1980년대 새로운 대학배구의 강자로 떠오른 학교가 바로 경기대학교였다. 그 중심에는 강만수 이래 최고의 거포였던 장윤창(현 경기대학교 교수)과 콤비를 이루던 세터 이경석(전 LIG 그레이터스 감독)이 있었다.
 

지금은 고교 배구선수들조차도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날리고, 후위 라인에서의 백어택으로 스파이를 때리고 있지만 1980∼1990년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국내 배구선수로는 거의 장윤창이 유일했다. 공격이 가능하게끔 플레이 메이킹을 해주었던 세터 포지션의 선수가 바로 이경석이었다.

‘거포 도우미’ 국대 세터로 활약
장윤창 등과 고려증권 전성시대

인천의 신흥초등학교 2학년 때 배구에 입문해 중고등학교 시절 배구의 방랑자로 전국을 떠돌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이 전 감독은 경기대학교에 진학하며 어린시절 같이 배구해왔던 장윤창과 재회, 이후 그와 콤비를 이뤄 국내 성인 배구계를 경기대학교 천하로 만들어낸다.

대학 졸업 후 고려증권서 장윤창을 비롯한 경기대 출신 선수들과 다시 남자배구계에 고려증권 신화를 만들었고, 현역 은퇴 후에는 1997년부터 모교인 경기대학교의 감독으로 재임하며 현재 국내 배구계서 맹활약 중인 제자들을 숱하게 양성했다.

2011년부터 현 KB손해보험 배구팀의 전신인 LIG그레이터스 배구팀의 감독으로 프로구단 지도자로서 데뷔한 후 2012년 시즌 우승까지 거머쥐는 등 강팀 조련과 우승을 불러일으키는 명장으로 명성을 날리다 2013년 시즌 중 갑작스런 경질로 다시 야인으로 돌아왔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의 경기위원이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재임 시절까지 그의 쉼표 없는 배구인생을 들어봤다.

▲ 현역시절의 포지션(세터)으로 짐작했을 때 신장이 크지 않을 거라 추측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참 큰 신장의 소유자다.

-신장은 186cm이다. 세터로서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의 배구선수로도 작은 키는 아니다. (웃음) 컴퓨터 세터라고 불리던 김호철 선배는 정말 작았었다.

▲선수 시절에는 어땠나?

-지금은 작고하신 배구선수 출신의 누님을 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배구공을 장난감 삼아 다뤘고 누님을 통해 초보적인 리시브나 토스 등의 기술을 익혔다. 인천의 신흥초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부터 배구에 입문했고, 중학교는 인천남중으로 진학했다가 경기도 화성의 송산중학교 배구부로 전학을 갔다. 

그때 전학하며 1년을 유급했었는데 학번은 내가 뒤지만 경기대학 시절 장윤창과는 어릴 때부터 배구를 같이 하던 동기다.
 

고등학교는 부산 성지공고로 진학을 했는데 재학 중 배구부가 해체돼 다시 부산 동성고로 전학했고 경기대학교로 진학했다. 초중고 시절에는 공격수와 세터의 포지션 모두를 소화하다가 대학 진학 이후 전문적인 세터의 역할을 했다. 


대학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해 당시 창단된 상무 소속의 창단 멤버로 뛰었고 전역 후에는 고려증권 배구단에 입단해 장윤창, 정의탁 등 당대의 선수들과 더불어 고려증권 전성시대를 일궜다. 1994년도 시즌을 마친 후 현역서 은퇴했으니 약 27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었다.

▲은퇴 후 지도자로서의 생활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동안 모교인 경기대학교서 감독으로 재임했다. 재임 중에도 2006년 청소년 대표팀의 감독을 비롯해 유니버시아드, 동아시안게임 등의 국제대회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었고, 경기대학교를 이끌면서는 거의 모든 대회의 우승을 독식했었다. 

당시 내가 경기대서 양성했던 제자들이 후인정(전 KT&G), 문성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박승석(대한항공), 최홍석(우리카드), 이민규(OK저축은행) 등이다. 그후 2011년 시즌에 프로배구 LIG그레이터스 감독으로 프로팀 지도자 데뷔를 했고 2012 시즌에 소속팀 우승을 차지했다. 2013 시즌 중에 경질됐다.

▲우승 후 시즌 중 경질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

-어떤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팀 성적이 나빠서 그만뒀다.(웃음) 원래 국내 배구계가 그만큼 경쟁이 심한 곳이고 잠시도 여유를 부릴 만한 곳이 아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해당 시즌 전 외국 용병의 선발을 잘못했던 것에 기인할 수 있겠다. 용병을 잘못 선택하면서부터 시즌이 잘 풀리지를 않았다.

▲현재 국내 프로배구에 용병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인 것 같다.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용병의 존재는 절대적인 것이 돼 버렸다. 어쩌면 국내 배구계가 안고 가야 할 난제다. 다른 종목처럼 용병의 존재는 흥행에 도움이 되지만 국내 배구계의 근간이 되는 엘리트 배구선수의 양성에는 걸림돌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전술의 배구, 스피드의 배구 등 포메이션과 전략적인 문제까지 등한시할 수 있는 문제를 낳게 할 수 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전술의 배구란 것은 어떠한 것인가?

-감독으로서의 내 머릿속에는 수 백 개의 배구 전술로 가득 차 있다. 전위와 후위로 나뉘어 위치하는 배구에서 나의 지론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백어택에 의한 공격도 속공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백어택의 속공을 전제로 하면 수반되는 여러 가지 전술이 나온다. 일단 전위서 블로킹을 세 선수 모두가 붙을 수 있고 수비의 빈 지리는 후위의 선수들이 커버할 수 있다.

국내 프로배구 용병 비중 절대적
엘리트 선수 양성에 걸림돌 지적

배구에서 3명의 블로킹은 감독 시절 내가 처음으로 도입했었다. 그리고 이런 배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충분한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선수 선발과 기용 역시 그러한 기능을 가진 선수들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명의 전위 선수가 블로킹으로 붙었을 때 후속 동작의 공격 형태가 바로 후위의 백어택이고, 그러한 공격이 속공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 위력이 배가되며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 이런 예가 바로 내가 추구하는 배구 전술이다. 이 모든 과정은 연습을 통해 실전서 언제든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끔 팀워크를 연마해야 한다.

▲좋은 배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배구선수의 조건은 세 가지다. 일단 배구를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은 상식적이지만 필연적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신체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물론 현행 배구의 룰에는 리베로라는 포지션도 있고, 세터의 기능에 관해서는 신장보다 센스와 기술이 더 필요할 수 있겠지만 배구는 역시 높이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신장을 비롯한 신체조건이 좋아야한다. 

마지막으로는 선수로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내심이야말로 모든 스포츠 종목을 망라해서 가장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사항 아닌가.

▲지금도 아주 훌륭한 신체조건을 유지하고 있는데 배구선수 시절 다른 종목으로 전환하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나?

-나는 이제까지 배구 이외의 운동을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배구는 내 인생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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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